트위터 쪽지로 자신이 시리아 난민이라며 도움을 호소한 웨이드 후세인(Waed Hussain) 씨.
자신을 후세인이라고 밝힌 이 사람은 “전쟁 통에 어머니와 오빠가 죽고, 아버지와 단둘이 요르단의 난민캠프로 피난을 갔다. 하지만 그곳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아버지의 옛 회사가 있는 아프리카 가나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가나에서 재기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독살당했다. 현재는 한 교회에 숨어 담임목사의 보호 아래 있다”라고 설명했다.
꽤 안타까운 사연이다. 그런데 자신이 19살 여성이라고 밝힌 쪽지 주인공은 대학 진학을 위해 한국으로 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버지가 죽기 전 350만 달러(약 40억 원)의 유산을 남겼다고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버지가 유서에 그녀가 30세가 되기 전까지는 후견인(Guardian)의 동의가 있어야만 유산을 인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는 것. 쪽지 주인공은 자신의 후견인이 되어주면 유산의 15%(약 6억 원)를 주겠다고 밝혔다. 설명대로라면 쪽지 주인공의 후견인이 된다면 하루아침에 6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쪽지 주인공은 후견인이 되는 법적절차와 유산을 인출할 은행에 제출할 서류 등을 준비하기 위해 담임목사인 토마스(Thomas) 씨와 이메일로 논의해 볼 것을 부탁했다. 토마스 목사는 이메일을 통해 후세인 씨의 상황과 이민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동시에 후세인 씨 아버지의 사망증명서와 유서 그리고 350만 달러가 찍힌 계좌내역을 공개했다.
후세인 씨가 유산으로 350만 달러를 받았다며 증거로 제시한 서류.
지난 1월 말 이들의 같은 수법에 돈을 송금한 사람이 있다. A 씨(40대, 부산)는 “반신반의했지만 시리아 난민에 고아가 돼 어렵게 지낸다는 말에 불쌍해서 몇천 달러 송금했다”며 입을 뗐다. A 씨는 이후에도 서너 번 더 돈을 보냈지만 후세인 씨는 “다음 주면 한국에 도착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A 씨는 “한 번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전화가 왔다. 비행기 환승 중에 문제가 생겨 3만 달러 정도 필요하다고 하더라”며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신종 피싱 사기 수법에 걸려들었다고 느낀 것이다.
A 씨는 “나중에 알아보니 내가 송금했던 계좌의 국적지가 가나, 스웨덴, 프랑스, 중국 등 모두 달랐다”며 “전화 통화도 몇 번 했는데 나중에 발신지를 문의해보니 실제로 스웨덴, 중국이었다”며 황당해했다. A 씨가 그동안 송금한 돈은 1만 5000달러에 이른다. A 씨는 “처음에는 기부하는 셈치고 도와줬지만 유산 350만 달러 얘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며 “내가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후세인 씨가 보내온 유언장에는 30세 이전에 유산을 인출하려면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후세인이라는 쪽지 주인공은 트위터에서 4000명 이상을 팔로잉(following)하고 있다. 대부분 한국인이다. 쪽지 주인공은 여전히 “한국에 갈 수 있도록 1700달러를 빌려달라”며 매일 쪽지를 보내오고 있다. 주 가나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처럼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