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초숙녀’ AV 배우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도쿄 네리마구에 사는 66세의 여성 유코 씨의 직업은, 놀랍게도 AV여배우다.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는 성매매업소와 AV업계에 종사하는 고령자 여성이 늘고 있다. 시청자가 고령화되고, 섹스산업의 세분화로 인해 관련업계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실질 연령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유코 씨는 “15년 전 이혼한 뒤 줄곧 싱글로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현재는 두 평 남짓한 방에서 홀로 지낸다. 스스로 “토끼 오두막 같은 집”이라고 표현할 만큼 낡고 허름한 곳이다. 전기세가 아까워 밤에는 불을 켜지 않고, 반찬은 고기나 생선 대신 저렴한 숙주나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빈곤층에 해당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AV배우로 일하게 된 계기는 2011년 갑작스럽게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전에는 호텔에서 청소일을 했는데, 아침 9시 반에서 오후 3시까지 일해서 버는 월급은 100만 원 정도. 빠듯하긴 했어도 그럭저럭 살아갈 만했다. 하지만 지진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외국인 손님이 주류였던 호텔에 관광객이 끊기면서,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한 것. 이후 최저한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매일같이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60대라는 이유로 일할 기회를 얻기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웠다. 정부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해도 “후쿠시마 이재민이 우선”이라는 말만 듣고 거절당하기 일쑤. 마침내 통장잔고도 바닥을 드러냈다. 방에 틀어박혀서 며칠 동안 마시지도, 먹지도 못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구인잡지에 실린 ‘AV여배우 모집’ 광고였다. ‘나이 18~70세까지’라는 문구가 유독 크게 다가왔다.
공중전화로 “62세입니다만 괜찮을까요?”라고 문의하자, 당장 면접 일정이 잡혔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서 섹스를 하고 유코 씨가 받은 돈은 불과 30만 원이었다. 알몸이 되는 게 부끄럽거나 하진 않았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었고, 먹고 사는 것이 보다 시급한 문제였다. 처음 몇 달은 AV 출연으로 월 150만 원을 받으며 평범한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촬영이 줄어들었고, 다시 집세도 내지 못하는 빈곤한 삶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일본 성매매업소 및 AV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은 35만~4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그중 절반가량은 30대를 넘긴, 이른바 ‘숙녀(熟女)’라고 불리는 여성들이다. 1990년대까지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면 ‘고수입’이 보장됐지만, 2000년경부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중년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고작 몇 십만 원밖에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50대 후반의 여성 B 씨도 근근이 성적서비스를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현재 수입은 풍속점(유흥업소)에서 받는 50만 원의 월급과 폰섹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버는 푼돈 정도다. 폰섹스의 경우 10분에 3000원으로, 일거리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최저 생활비조차 안 된다.
독신여성의 빈곤문제가 일본 언론을 달군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일하는 독신여성 3명 가운데 한 명은 연봉이 112만 엔(약 1150만 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연령이 높을수록 빈곤율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곳은 ‘초저가 유흥업소’다.
유흥업소 문턱이 낮아진 건 2000년대 초반. 유부녀 장르물이 AV업계에서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이후 열풍은 성숙한 여성을 뜻하는 ‘숙녀물’로 확산됐고, 40~50대 중년여성들의 AV 데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게다가 장르는 더욱 세분화되어 55세 이상의 여성, 이른바 ‘초숙녀’를 등장시킨 AV가 출시되면서 여배우의 연령제한이 사실상 철폐됐다. 이는 풍속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숙녀 전문 유흥업소가 성황을 이뤘고, 이를 통해 고수입을 올리는 여성도 많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과거 이야기다. 이제 숙녀물 AV에 출연해 돈을 버는 사례는 상위 2%로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중년여성들은 30만~40만 원의 출연료를 받고 AV를 찍는다. 고령자의 경우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초숙녀물 AV를 제작하는 곳이 몇 군데 없기 때문에 각오를 다지고 옷을 벗더라도 곧 일거리가 끊기고 만다. 출연료도 비교적 저렴해 1편에 30만 원선을 넘기지 못한다.
<황혼 성매매 여성빈곤의 현실>의 저자 나카무라 아쓰히코 씨는 “섹스산업에 대해 ‘여성 착취’라는 비난이 거센 것은 알고 있지만, 빈곤층 여성들에게 있어 오랫동안 ‘최후 안전망’으로 작용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득 격차가 심해지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독신여성들이 급증, 초저가 성매매업소 및 AV업계로 더욱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AV업계 역시 불황의 늪에 빠져 출연료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요즘엔 인터넷에 접속하면 무삭제 AV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시대라, 당연히 매출은 끝없이 곤두박질 중”이라면서 “반면에 유흥업소나 AV업계에서 일하려는 여성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이제 몸을 팔아도 생계조차 꾸리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본 신조어 ‘하류노인’을 아십니까? “노인 빈곤,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하류(下流)노인’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하류노인이란 은퇴 이후 가난에 시달리며 사는 고령자를 뜻한다. 이와 관련, <2020 하류노인이 온다>의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 씨는 “연수입이 4000만 원이라도 향후 생활보호대상 수준의 삶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노인들이 빈곤에 빠지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후지타 씨는 그 패턴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①본인을 비롯해 가족이 병이 들거나 사고를 당해 고액의 치료비가 든다. ②자녀의 연수입이 저조해 부모에게 계속 의지한다. ③황혼이혼을 하거나 당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2015년 3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78만 6634가구가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