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당선인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야권 불모지’ 부산에서 당선됐다. 소감이 어떤가.
“부산시민들이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다. 부산 경제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경제다. 경남, 울산의 조선소에서 하청을 받아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부산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해운과 물류 산업들도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매상이 반 토막이 났다. IMF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들을 많이 만났다. 부산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을 무조건 도와주는 투표로 부산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16대, 17대 총선 당시 서울 광진갑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2011년에 수도권에 남지 않고 굳이 부산으로 내려간 이유는.
“제가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 결심했다.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의원이 된 것 자체로 성공했으니, 앞으로 입신을 위한 성공과 출세를 위한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한나라당을 탈당해 독수리 5형제의 한 사람으로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을 때, 우리나라의 정치는 지역주의 병폐 때문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주의 정치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정치로는 결코 선진정치를 만들어낼 수도 없었다.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정치인 김영춘 제1의 사명이 됐다. ”
―더민주 2기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다. 더민주가 어떤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는가.
“영남대표 역할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차지한 영남권 의석은 9석이다. 광주전남에서 얻은 3석보다 무려 세 배나 많은 의석수다. 과거 영남 사람들이 더민주를 ‘호남당’으로 불렀는데 이젠 그런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우리 당에서 영남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게 요청이 왔다. 저는 이제 3선 의원이고 더민주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당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비대위원으로 발탁된 것은 어려운 당을 정상화시켜달라는 주문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총선에 얼마나 기여했다고 보는가.
“정말 큰 공로를 세우셨다. 김 대표는 총선 국면에서 소방수 역할을 잘했다. 단지 불 끄는 역할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 당이 경제와 민생 정당의 가치 노선을 세우는 데 있어 대표를 맡아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김 대표의 공로는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다. 물론 지난 공천과정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있었지만 사람 하는 일이 100%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더불어성장론도 총선에 도움이 됐다. 총선 뒤에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문제를 제기한 점은 탁월한 식견이라고 본다.”
―‘김종인 추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한시적이어야 한다. 우리 당은 총선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비대위 체제다. 이제는 당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비대위의 역할은 총선 뒤에 당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계속 연장해 비대위 체제가 일상화하면 그것은 이미 비대위가 아니다. 일상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 역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왜. 김 대표가 경선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과거에 아마추어나 학생야구의 경우 오직 우승만을 목표로 해서 선수를 혹사시켰다. 선발 투수가 9회까지 던졌는데도 다음 게임에 또 완투를 시켰다. 최동원 선수도 몇 게임씩 완투했다. 이런 방식은 아주 수준이 낮은 거다. 선수를 보호하지 않는 야구다. 길게 생각하지 않는 졸속 야구다. 똑같은 원리로 비대위나 긴급추대된 대표는 구원투수 역할만 해야 한다.”
―김종인 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가.
“전당대회를 치를 때까지다. 8월 말에 전당대회를 하면 6월 개원국회에는 충분히 국회에 집중해 정치활동 전념할 수 있다. 그 상황까지 김 대표 체제로 꾸려나가면 큰 방향은 잘 잡을 수 있다. 원내 일당인 야당의 정책노선을 명확히 해야 하는 시기다. 구원투수가 구원투수 역할만 해야지 다음 게임에 1회부터 나와서 계속 던지려고 하면 그 선수도 죽고 팀도 망한다. 김성근 감독의 한화가 지난해 반짝했다가 올해 들어 죽을 쓰고 있다. 선수를 혹사시켜서 그렇다. 김 대표는 구원 투수 역할을 잘해줬다. 구원투수가 1회를 던지는 게 상례인데 이분한테 5회 6회를 던지라고 하면 안 된다.”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김 대표가 최근 문 전 대표와 만난 뒤 “배석자 없이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제가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장애가 있었을 거다. 아주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정치인들은 배석자를 두고 대화하는 게 좋다. 사실 능숙한 정치인들은 안 그래도 된다. 능숙하지 않고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배석자를 두고 대화해야 한다. 대선 때도 그랬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만난 뒤에는 딴 소리를 했다. 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배석자를 둬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나.
“실제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갈등할 이유가 없다. 김 대표 말대로 대선 놓고 경쟁할 상대도 아니고 문 전 대표도 합의 추대에 대해 코멘트 안 하는 입장이다. 두 사람이 크게 부딪칠 이유가 없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더민주를 살리기 위해 김 대표를 어렵게 모셔왔는데 총선 뒤에 김 대표의 힘이 너무 커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목소리를 높이며)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싫어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김 대표가 비중 있게 당을 수습한 것은 당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김 대표는 당의 좋은 자산이다. 김 대표가 총선 이후로 그런 위치가 된 것도 당에 자산이 생긴 거지,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시기할 이유가 없다. 문 전 대표가 그런 정도의 ‘쫄’장부는 아니다. 문 전 대표가 그런 분을 잘 모시고 잘 활용을 해야지 부딪치고 싸울 문제가 아니다. 문 전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정청래 의원이 최근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이라며 연일 김 대표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 의원이 공천을 탈락했으니까 억울한 마음에서 그런 거다. 정 의원 얘기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좀 자제를 했으면 좋겠는데 ‘정청래 캐릭터’가 자제 캐릭터가 아니다. 하하(웃음)…그러다 말 거다.”
김영춘 ‘직격’ 인터뷰(2)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