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공민지의 팀 탈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고,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예상했든 하지 않았든, 투애니원에서 독립한 공민지의 선택은 팬들은 물론 연예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평소 ‘패밀리 십’을 강조하면서 다른 연예기획사들과 차별화를 해왔던 YG엔터테인먼트(YG)의 소속 그룹 가운데 일부 멤버가 탈퇴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충격파는 컸다.
더욱이 투애니원은 빅뱅과 더불어 YG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꼽힌다. YG의 ‘얼굴’이기도 하다. 상징성이 크다는 의미다. 공민지의 팀 탈퇴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심이 크다보니, 이들의 ‘결별’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에 공민지의 부친은 딸의 팀 탈퇴가 알려진 이후 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까지 썼다.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내용이다. 의문은 증폭됐다.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4인조 투애니원의 모습. 왼쪽 두 번째가 공민지.
# 활동 공백 장기화
공민지는 햇수로 2년여 동안 음반활동을 하지 못했다. 투애니원이 음반 활동을 멈춘 탓이다. 공백의 원인은 그룹의 또 다른 멤버인 박봄이 겪은 사건에서 출발한다. 박봄은 마약류로 지정된 암페타민을 미국에서 국제우편으로 들여온 혐의로 2014년 적발됐다. 이후 그룹의 활동은 멈추다시피 했다. 투애니원은 해외 투어와 몇몇 공연 무대에는 올랐지만 음반을 발표하거나 국내 방송에 그룹 전체가 얼굴을 비추지는 않았다. 이들의 음반 활동은 2014년 2월 내놓은 2집 앨범을 끝으로 중단됐다.
그 사이 그룹의 리더 씨엘은 솔로 가수로 미국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현지에서 적지 않은 성과도 거뒀다. 또 다른 멤버 산다라박은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병행했다. 드라마 출연 편수를 늘리면서 최근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공민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눈에 띄는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팀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공민지의 공백 역시 장기화됐다.
공민지의 심경 변화가 처음 목격된 때는 2014년 10월이다. 공민지는 자신의 SNS 아이디를 ‘minzy21mz’에서 ‘minzy_mz’로 바꿨다. 그룹 이름을 뜻하는 ‘21’을 삭제한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SNS 프로필에서도 투애니원의 이름을 뺐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팬들 사이에서는 ‘갈등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공민지가 SNS에서 투애니원의 이름을 삭제한 당일은 씨엘의 미국 진출 소식이 전해진 날이기도 했다. 이를 연관 지은 팬들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로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될 때도 있었지만 투애니원은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무대에 4명이 함께 오르면서 여러 의혹을 한 번에 불식시켰다. 그렇게 팀 활동을 재개하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공민지가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공민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5년 YG에 발탁됐다.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09년 투애니원의 멤버로 데뷔해 ‘파이어’, ‘아이 돈 케어’, ‘어글리’ 등 히트곡을 쏟아냈다. 투애니원이 독보적인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멤버로도 인정받는다. 그가 빠진 그룹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공민지 셀카. 사진출처=공민지 인스타그램
# YG “추가 멤버 영입 없이 3인조 활동”
공민지의 탈퇴가 여러 시선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부친이 SNS에 쓴 글 때문이다. 공민지의 부친은 딸의 탈퇴가 공식화된 직후 자신의 SNS에 “언플로 기사 이런 식이면 진실을 위한 기자회견을 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별로 묻어두려 했는데”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삽시간이 퍼지면서 여러 의혹으로 이어졌다. 공민지가 팀에서 탈퇴하는 과정에서 YG와 불편한 상황을 겪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특히 ‘언플’을 언급한 부분이 시선을 끌었다. YG가 공민지의 팀 탈퇴를 놓고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공민지 부친은 해당 글을 삭제하고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촉즉발로 치닫던 위기감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YG는 공민지의 탈퇴 여파를 최소화하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탈퇴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그룹의 활동 계획까지 공개했다.
YG는 블로그를 통해 “2016년 5월 5일 투애니원의 계약 종료 시점을 앞두고 지난 1월 멤버들과 각각 개별 면담을 통해 재계약 의사와 그룹의 재도약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지만 아쉽게도 공민지는 뜻을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고 알렸다. 이어 “2년 전 불미스러운 일로 공식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4명의 멤버 중 한 명이 탈퇴라는 또 다른 위기를 겪게 됐지만 최선을 다해 잘 극복하고 이겨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여름 3인조로 재편된 투애니원으로 새 음반을 발표한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숙제는 남아있다. 자숙하고 있는 박봄의 컴백을 둘러싼 혹독한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공민지 탈퇴 여파를 이겨내야 하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