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좌석에 앉았을 때 앞유리 아래 좌우를 가로지르는 긴 선반을 대시보드(dash board)라고 한다. 대시보드 한가운데에서 변속기 레버가 있는 센터터널까지 이어지는 각종 조작부를 센터패시아(center facia)라고 한다. 이 두 개가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자동차 실내 디자인의 스타일이 구분된다.
대시보드의 구조는 크게 미국형(american style)과 유럽형(european style)으로 나뉜다. 미국형의 특징은 센터패시아를 기준으로 대시보드의 좌우 형태가 동일하다. 물론 운전석의 계기판 부분은 빼고서다. 유럽형의 특징은 대시보드가 상하로 나뉘는 것이 특징으로 센터패시아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미국형을 ‘좌우대칭형’, 유럽형을 ‘상하절개형’이라고도 한다. 좌우대칭형은 하이테크적인 느낌이 들고, 상하절개형은 우아한 느낌이 든다.
전통적으로 미국·일본·한국 브랜드들이 좌우대칭형을, 유럽 브랜드들이 상하절개형을 사용했다. 현대·기아차 일색의 국산차를 타다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같은 수입차를 타면 타자마자 ‘새로운 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대시보드의 형태 때문이다. 독일산 프리미엄 차들이 상하절개형을 적용하다 보니 어느 순간 ‘좌우대칭형=대중차’, ‘상하절개형=고급차’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유럽형 인테리어는 대시보드가 좌우로 길게 연결되는 상하절개형이 많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 실내.
현대차는 2008년 자사 최초의 ‘후륜구동형 고급차’(최초 후륜구동형은 포니)인 제네시스를 내놓았는데 유럽형의 좌우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가 인상적이었다. 유럽 스타일이 좀 더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같은 해 나온 쏘타나(YF)는 그 외모만큼 실내 또한 찌를 듯한 예리한 각이 인상적인 좌우대칭형이다.
미국형은 센터패시아가 두드러지는 좌우대칭형이다. 캐딜락 CTS 실내.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0년 이후 미국 스타일의 인테리어에서 탈피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우선 2010년 출시된 기아차 K5는 좌우대칭형도, 상하절개형도 아닌 콕피트형의 센터패시아가 특징이다. 콕피트형은 센터패시아의 모든 조작부가 운전자의 영역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이 운전자 중심으로 디자인된 형태다. 과거 현대차 아반떼XD에서 적용된 바 있지만 이후 K5에서 부활했다. 콕피트형은 자동차에서 일반적이지는 않으며 이전에는 아우디 A6에 적용된 바 있다.
2010년 이전까지 좌우대칭형 대시보드를 고집하던 현대·기아차는 이후 기존 방식을 탈피해 독자적인 길을 추구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들은 외관에서 풍기는 패밀리룩과 마찬가지로 실내 인테리어에서도 패밀리룩을 추구한다. 브랜드를 떼어도 어떤 차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도 최근에는 실내 인테리어에서 통일감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출시된 순서대로 신형 제네시스(DH), 신형 쏘나타(LF), 신형 아반떼(AD)에서는 동일한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하고 있다. 쏘나타와 아반떼의 경우 상하절개형과 콕피트형이 절충된 형태처럼 보인다.
최근 출시된 기아차 신형 K5, K7은 상하절개형으로 길게 이어지는 유럽 스타일의 대시보드를 적용하고 있다. 구형 K5는 콕피트형, 구형 K7은 좌우대칭형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특히 K7은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DH)와도 유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럽 차와 다른 점은 헤드램프 스위치가 방향지시등 레버에 달려 있는 익숙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반면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차들은 헤드램프 스위치가 운전석 좌측 통풍구 아래 달려 있다. 이들 수입차를 처음 타는 운전자들은 약간 당황할 수 있다. 도어락 해제 스위치가 센터패시아에 있는 차들도 있는 등 수입차 인테리어에서는 문화적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2011년 출시된 현대차 i40는 인테리어만 보면 현대차 역사에서 이질적인 존재다. 당시는 제네시스를 제외한 모든 현대차가 좌우대칭형 미국 스타일을 적용하던 때다. i40는 2000년 이후 한국에 첫 도입되는 왜건 차량으로 화제가 됐는데, 쏘나타와 차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그 중 하나가 유럽형 대시보드인데 아쉽게도 유럽 스타일의 상하절개형과 미국 스타일의 좌우대칭형이 혼재되면서 어중간한 디자인이 됐다. 유럽 전략차에 맞게 헤드램프 조작 스위치가 왼쪽 통풍구 아래 위치한 점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현대차 i40의 인테리어는 유럽 스타일의 상하절개형과 미국 스타일의 좌우대칭형이 어중간하게 절충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새로이 떠오르는 트렌드는 디지털화다. 테슬라 모델S는 무려 17인치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센터패시아의 모든 조작버튼을 스크린 안으로 넣었다. 3월 국내 출시된 르노삼성 SM6는 국내 출시 차량 중에서는 가장 먼저 8.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도입했다. 외관에서 풍기는 하이테크적인 느낌이 실내에서도 동일하게 느껴진다.
다만 실제 운전 시에는 터치스크린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무작정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운전 중에는 손의 감각만으로 오디오, 에어컨 등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터치스크린은 직접 화면을 봐야 조작이 가능하므로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판매량이 많지 않은 메이커는 시장에 새로움을 선보여야 하므로 터치스크린과 같은 과감한 인테리어가 가능하지만 자동차 역사가 오래된 메이커에는 쉽지 않다.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구매자들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량이 많지 않은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같은 신기술이 적용된 차들부터 대형 터치스크린이 차츰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