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의 자택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 2년 넘게 방치되어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2014년 4월 <일요신문>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동의 기존 오래된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로 지으려다 공사를 중단했다고 단독 확인했다. 자택 부지는 현 회장이 지난 2003년 8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자택과 그 옆 대지, 그리고 현 회장의 아들 정영선 씨가 할머니인 고 변중석 여사(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부인)로부터 상속받아 보유한 토지 등 총 2041㎡ 규모였다.
그리고 2년이 흘러 지난달 26일 성북동의 현 회장 자택 부지를 찾았다. 현 회장의 자택은 2년 전과 전혀 바뀐 것이 없었다. 여전히 성북동 자택 주변에는 높이 6m 정도의 철제 공사 가림막이 둘러서 세워져 있었다. 입구 역시 자물쇠로 잠긴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드나드는 장비나 인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입구 문 사이로 보이는 현장도 건물이 철거된 흙바닥 그대로였다. 다만 2년 전에 비해 높게 자라난 잡초가 시간의 흐름을 짐작케 했다.
성북동 현 회장 자택 부지 인근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집을 헐어놓고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지 2년이 넘었다. 드나드는 사람도 없다”며 “현대그룹 사정이 계속 어려워 공사를 미루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요신문DB
아들 정영선 씨 역시 주소지가 현 회장과 같이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XXX-XXX으로 돼 있고, 바뀌지 않았다. 정 씨는 현재 미국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등기부에 기재된 소유자의 주소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 회장이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며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 계열사 법인등기부를 살펴봐도 현 회장의 주소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현 회장이 현대그룹 내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현대그룹의 공시보고서를 살펴봤다. 기업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보면 보고자의 주소가 동까지 기재돼 있다. 현 회장의 보고서에 나온 현 회장 주소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적혀 있었다. 성북동 다른 주소로 이사를 간 게 아니라면, 공시에도 여전히 기존의 자택 주소를 기재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그룹도 현 회장의 현재 거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개인적인 사항이라 알지 못한다”며 “주소는 성북동 집으로 해놓고, 다른 데 임시로 거처하는 곳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일요신문>은 현 회장이 지난 2014년 1월 21일 자택 신축 공사 중인 성북동의 건물과 토지 2필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외환은행으로부터 49억 9200만 원을 빌린 사실도 확인한 바 있다. 이 근저당권은 2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설정계약이 돼 있었다. 아들 정 씨도 20대 중반이던 2009년 4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성북동 토지 1필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외환은행으로부터 9억 4900만 원을 빌렸다. 이 역시 아직 그대로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