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양경찰서는 국내 공급책인 김 씨와 중국동포 공급책인 권 아무개 씨(34) 등 1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입건했고 중국동포 10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지난 4월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밀반입업자를 뜻하는 속칭 ‘지게꾼’에게서 1g당 2만 원에 필로폰 50g을 들여와 20~30대 여성 중국동포에게 1g당 50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약 혐의로 적발된 중국동포들의 입국 당시 영상. 사진제공=경기고양경찰서
경찰은 국내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대림동과 신길동 일대에 마약 공급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해 결국 이들을 검거했다. 이번에 검거된 중국 동포는 총 24명인데 이들 가운데 14명은 이전에도 마약 투약 전과가 있었고 나머지 10명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마약을 밀반입한 판매책으로부터 마약을 사들인 뒤 그 일부를 투약하고 나머지는 다른 중국동포들에게 팔았다. 이들에게 마약을 판 판매책은 또 다른 중국동포로,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어 아직 수사 중이다.
적발 과정에서 이들만의 특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 투약자들은 중국인 동포들로 대부분 경기도 안산 등지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며 거주지는 대림동 일대였다. 연령대는 20~30대로 남성은 18명, 여성은 6명이었다. 남성들은 공사현장 등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을 했고 여성들은 대부분 노래방 도우미였다. 여성의 경우 처음 입국했을 때는 안산 공단 등에서 일을 했지만 일이 고되고 생각만큼 큰 돈을 많이 벌지 못하자 노래방 도우미 등 유흥업소에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적으로 10~20번 정도 투약한 것으로 보이며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들 가운데에는 번 돈을 모두 마약 사는 데 쓸 정도로 중독이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통상적으로 1회 투약량은 0.03g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동포들은 처음에는 필로폰 가루를 물병에 타서 연기를 마시는 방식으로 투약하다 중독 증상이 심해지면서 나중에는 혈관 주사까지 이용했다. 물병, 주사기 등 압수물들. 사진제공=경기고양경찰서
경찰은 경기도 광명 소재의 최 아무개 씨의 집에서 필로폰과 마약 기구 등을 발견했고 필로폰 15g과 판매수익 150만 원을 압수했다. 경찰이 필로폰 입수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의 주거지 내 여러 곳에서 마약이 발견됐다. 라이터 사이에서 필로폰 가루가 나오기도 했고 화장대 안쪽과 TV 뒤편에서 주사기와 물병이 발견됐다. 일상생활에서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물병에 가루를 타서 연기를 마시는 방식으로 투약을 하다 중독 증상이 심해지면서 나중에는 혈관 주사까지 이용했다.
사진제공=경기고양경찰서
이들은 각자 따로 마약을 투약하기보다는 삼삼오오 모여 투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일을 끝내고 나서 담배처럼 마약을 하고 2~3일 동안 쭉 쉬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소량의 마약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를 고용한 업소 관계자에게 습관적인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해 아는지 물었지만 전혀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업소 관계자 이 아무개 씨는 “중국 동포들이 쉬는 날이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었고 평소에 마약에 중독됐다거나 취해있다는 느낌이 없이 성실하게 일했다”고 답변했다.
이번에 검거된 중국 동포들이 마약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나타났다. 한국에서의 힘든 생활을 버티기 위해 마약을 시작한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중국에서 마약을 하던 습관이 한국에서도 지속됐던 경우도 있었다. A 씨는 “한국에 와서 결혼까지 하고 정착을 하려했지만 성격 차이로 이혼을 했고 외롭고 힘든 생활을 버틸 수가 없어 마약을 하게 됐다”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마약을 구입한 중국동포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국내 밀반입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마약을 투약한 10명의 경우 벌금형에 그쳤지만 투약과 판매를 병행해 구속입건된 14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대부분 실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신체 은밀한 곳에 숨겨 들여와…‘마약청정국’은 옛말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것도 다 옛말이에요. 마약 밀반입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 적발되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죠.” 경찰 관계자는 국내 마약 밀반입 실태에 대해 두 문장으로 지적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마약사범과 압수한 마약류 추이’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2014년 9984명에서 2015년 1만 1916명으로 증가했다. 압수된 마약류의 양 또한 2014년 8만 7662g에서 9만 3591g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 4월 26일 ‘마약류 범죄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국제 특송화물, SNS 등을 통한 신종 마약거래 범죄에 전쟁을 선포했다. 여기에는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국제 특송화물 전체를 검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검찰과 경찰 역시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을 전국 14개 지역에 편성해 마약 범죄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이런 정부의 대책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중국동포 왕 아무개 씨(여·25) 등 17명이 구속됐다. 왕 씨 등 두 명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에서 사들인 필로폰을 신체 내부에 숨겨 중국 공항 출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수법을 이용해 필로폰 100g가량을 국내에 밀반입했다. 이들은 검색대에서 일단 휴대용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면 몸 수색이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필로폰을 신체 은밀한 곳에 숨기거나 발바닥에 붙인 뒤 두꺼운 양말을 신은 것이었다. UN이 정하고 있는 마약청정국 기준은 인구 10만 명 당 마약사범 20명 미만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만 1916명이 적발되면서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략 1만 2000명 선을 넘어서면 마약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