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판사도 알지 못한 사건 배당 정보를 이 씨가 먼저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사건 배당은 오후 2시에서 오후 4시쯤 이뤄진다. 사건 배당이 된 당일 저녁, 배당을 받은 판사를 만났다는 것은 우연치고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브로커 이 씨에게 법원 내 정보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씨는 평소 법조계에 상당한 인맥을 구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체 및 소프트웨어, 투자업체 등을 운영하면서 부를 축적했고 이를 토대로 법조계 인맥을 쌓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지난 2013년 국회의원 및 유력 인사들이 참여한 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이 씨는 주소지를 옮기고 잠적한 상태로 파악된다. 이 씨의 회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씨는 현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씨가 이번 ‘법조브로커’ 건으로 수사를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은 “이 씨가 3개월 전부터 다른 사기 건(변호사법 위반)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법조비리 건은 아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리스트 중 주목되는 인물은 특수통 검사장 출신 H 변호사다. H 변호사는 정운호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 애초 변호를 맡은 최 변호사가 사임 후 그 자리를 대신한 인물이다. 특히 H 변호사는 이 씨와 평소 청담동 식당에서 자주 어울려 다녔다는 전언이 퍼지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운호 사건과 관련, 검찰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2심에서는 2년 6월을 구형한 것에 대해 H 변호사의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일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정운호 대표와 최 아무개 변호사의 연결고리는 한 투자자문 회사 A 대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투자자문 회사는 지난해 투자사기 혐의를 받았고, A 대표는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변호사는 투자자문 회사의 변호를 맡아 A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A 대표는 원정 도박으로 구속된 정 대표와 구치소에서 만났는데, A 대표가 최 변호사를 추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는 투자자문 회사로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선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져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