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너무 늦었다”···검찰 옥시 영국본사 수사·수사대상 범위 확대 탄력 받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레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일요신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나도 아버지이기에 피해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안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레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가지고 “모든 의혹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옥시는 그 어떠한 잘못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프달 옥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으신 모든 피해자, 그 가족께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며, “오는 7월까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자사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옥시가 밝힌 피해보상 대상은 한국 정부로부터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자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해 보상계획, 지원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옥시가 피해자 보상을 위해 출연한 기금은 1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프달 옥시 대표는 타사의 동참도 제안하며, “여러 회사의 제품을 함께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다수 소비자들도 공평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다른 제조·판매사들도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항의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피해자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너무 늦었다”며, 거세게 항의해 기자회견이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 책임과 재발 방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최근에서야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며, 검찰과 여론이 업체들을 옥죄자, 옥시를 비롯한 국내 대형 판매유통, 제조업체들이 사과와 보상에 나서는 모습이어서 이들의 사과 진정성에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언론을 통한 사과외에 피해자들을 먼저 찾거나 따로 연락해 사과와 보상을 얘기한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가습기 청문회’와 특검 실시 등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꼬집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으며, 검찰 역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수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