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예상 조감도.사진제공=부산시
[일요신문] 동남권 신공항 유치와 관련한 논란의 불씨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이번에 불을 붙인 장본인은 바로 서병수 부산시장과 부산시다. 서병수 시장은 지난 1일 간부 공무원을 대거 대동하고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 유치와 관련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서 시장은 이날 대구경북과 부산이 상생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해법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기점으로 잠시 잠잠했던 신공항과 관련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 시장이 제시한 해법에 대한 대구 쪽의 반응도 주목된다.
1일 오전 가덕도를 찾은 서병수 시장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묻어 있었다. 앞서 서 시장은 2014년 2월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는 출정식을 바로 이곳에서 가졌다. 당시 서 시장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서 시장의 이번 가덕도 방문은 오는 6월로 예정된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산시의 신공항 유치 의지를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공항 입지와 관련한 가덕도의 우수성을 재차 확인시켜, 용역 결과에 유리한 신호를 보내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방문은 이례적이었고, 참석자 규모도 상당했다. 마치 부산시 간부단 전체를 옮겨 놓은 것처럼 보였다. 부산시 실국장 대부분과 유관기관 관계자 50여 명이 서 시장과 동행했다. 해당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과 노기태 강서구청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서 시장은 이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안전한 공항은 가덕도가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자리는 정책 결정권자에게 신공항이 지닌 의미와 엄중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으로 공항 입지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설명=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1일 가덕도를 찾아 홍기호 교통국장으로부터 현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신공항 문제를 바라보는 부산시의 입장은 착잡하다. 현재 인근 지자체들과 4 대 1의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을 고수하는 데 반해, 대구와 경북, 경남과 울산은 밀양 쪽에다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모두 밀양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부산시가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고수하는 가장 큰 논리적인 근거는 이곳이 24시간 쉬지 않고 공항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건설함에 따라 소음과 관련한 민원 등에 자유로워 언제든지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는 내륙공항의 안정성 여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중국 국적 항공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가 인근에 위치한 돗대산 때문에 인천공항으로 방향을 돌린 일이 발생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2002년엔 중국 민항기가 바로 이 돗대산에 추락하는 끔찍한 사고가 난 적도 있다.
부산신항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가덕도 신공항을 고수하는 부산시의 입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요소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국가의 미래전략 수립 차원에서 물류와 관련한 인프라를 한 곳으로 집약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부산시의 논리에도 불구, 경남 등 인근 지자체는 산을 깎아 만든 형태의 내륙공항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이 밀양 신공항을 전면에 내세우는 주된 근거는 바로 접근성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마저도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근 경남과 울산은 교통체계 개편 등으로 접근성을 높이면 되고, 대구와 경북은 기존 대구공항 이전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 시장의 이번 가덕도 방문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이와 관련해 대구와 경북을 설득시킬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했기 때문이다. 서 시장은 이날 “부산은 기존 김해공항을 활용하면서 가덕도에 활주로를 하나만 만들어 국제공항으로 사용하면 된다”면서 “따라서 당초 예정된 신공항 투입 예산의 절반만 부산이 갖고, 나머지는 대구를 위한 공항건설에 투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시장의 이 발언은 수용 여부에 따라 파격적인 제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끼리 서로 제로섬게임에 가까운 논쟁을 펼칠 게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 상생하자고 패를 내보인 셈인 것이다. 다른 시각으론 밀양을 구심점으로 견고하게 대오를 갖추고 있는 적진을 흔들기 위한 묘수로도 읽을 수가 있다.
서 시장의 이번 가덕도 방문과 발언을 두고 밀양 유치를 지지하는 경남지역 언론들은 당장 서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섣부른 유치 논란으로 신공항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사실 경남도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까지 나타난 대구와 경북 쪽의 분위기는 경남도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는 서 시장의 제안을 수용한다고 해도 잃을 게 없다는 이유가 바탕에 깔려 있다. 서 시장의 발언에 대한 대구와 경북 쪽의 해석과 대응에 따라 신공항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여지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대구·경북지역의 반응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