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청 중앙회 차원에서는 명예회장인 김홍일 의원의 탈당 주장에 대해 ‘김홍일 의원과 정치적 생명을 같이할 것’이라며 격앙된 분위기가 역력한 반면, 지역에서는 ‘차라리 당을 떠나주는 것이 모든 것을 돕는 것 아니냐’는 상반된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연청은 80년대 초반 김홍일 의원을 중심으로 조직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외길을 걸어온 청년조직이다. 지금은 초창기 멤버들을 주축으로 ‘특우회’가 결성돼 있고, 98년 정권교체 이후에는 주요 지부, 지회 책임자들이 새로운 인물들로 대거 교체돼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에 맞춰 연청은 당내 청년위원회 산하 별도조직으로 흡수되면서 공조직화했다. 그러나 명예회장인 김홍일 의원과 오랜기간 정치를 같이해온 연청 중앙회 간부급 인사들의 경우 아직도 김홍일 의원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후보와 김홍일 의원(오른쪽)간의 갈등 속 에서 “노 후보의 광주경선 1위에 연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연청은 중앙회 차원에서 지난달 28일 ‘대통령에 대한 매도와 김홍일 의원 탈당 요구에 대한 전국 연청인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 연청은 “민주당의 뿌리임을 자임하는 우리 연청 동지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매도하고 김홍일 의원의 탈당을 강요하는 일련의 사태로 당의 분열과 파국을 조장하는 해당행위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전국의 30만 연청 동지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주역으로 나설 것임은 물론 김홍일 의원과 함께 정치적 생명을 같이 할 것임을 재천명한다”고 밝혔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김홍일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연청 중앙회 차원에서 집단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김홍일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자, 연청 중앙회 인사들은 또다시 격앙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연청 중앙회 김승택 상임부회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대책회의를 가졌던 인사들 가운데에는 연청에서 간부를 지낸 인사들도 상당수 있다”며 “문희상 대선기획단장은 초대회장을 지냈고, 염동연 정무특보는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명예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 작성에 동참했다는 것은 더 이상 연청과 함께하지 않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청 주변에서는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도 적잖은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 노무현 후보가 광주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과 관련, 연청 출신 인사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연청의 한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노무현 후보가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데에는 연청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며 “연청 광주지부의 경우, 거의 과반수에 육박하는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연청 중앙회의 김승택 상임부회장은 “연청 중앙회 차원에서는 거듭 중립을 강조했다. 몇 차례에 걸쳐 각 시도지부는 물론 지회에도 공문을 내려보내 ‘중립’을 지키도록 했고, 당시 신병치료차 미국에서 요양중이던 김홍일 명예회장도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연청이 중립을 지켜줄 것’을 수차례 당부하기도 했다”며 “연청이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부회장은 또 “제주에서 한화갑 후보가 1위를 차지하고, 울산 경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 후보가 대전에서 충청권 연청 간부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되면 재미없다. 나중에 후보가 되면 (연청을) 해체시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 일 이후로 연청 회원들 사이에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줄고, 대신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청 광주시지부의 한 관계자도 김 부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연청 전체 차원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원한 일은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연청 회원 가운데 상당수가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노무현 후보 선거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는 이인제 후보를 지원하는 회원도 있었고, 한화갑 후보를 지원하는 회원도 있었지만, 모두 개인자격이었다”며 “연청의 이름으로 특정후보를 지원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민경선 과정에서 연청의 중립을 강조하며 한 가지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광주 경선을 앞두고 한화갑 후보가 광주에 내려왔을 때 일이다. 당시 한 후보와 연이 있는 몇몇 연청 간부들이 한 후보를 수행한 일이 있다. 그 뒤 이인제 후보측에서 ‘한화갑 후보는 수행하고 나는 수행하지 않느냐’고 항의해와 간부 몇 사람이 수행을 나간 일이 있다. 또, 한화갑 후보가 연청 지구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이후에는 이인제 후보와도 간담회를 가져 오해의 소지를 없앴다.
당시 노무현 후보와도 경선 전날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경선 직전이라는 점 때문에 자칫 불공정 시비가 생길까봐 연청 차원에서 간담회 취소를 통보한 일이 있다. 노 후보측은 연청에서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취소했지만, ‘연청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흔쾌히 간담회 취소를 받아들인 일이 있다.”
한편, 연청 광주지부의 한 관계자는 연청의 향후 진로에 대해, 중앙회와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청은 민주복지, 조국통일, 민족웅비의 3대 이념을 향한 청년조직일 뿐, 특정한 개인을 위한 조직은 아니다”며 “민주당에 흡수돼 공조직화한만큼, 이제 연청은 특정한 개인을 위한 조직이라기 보다는 민주당과 운명을 함께하는 조직이 됐다”며 “명예회장의 거취문제와 연청의 진로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견을 전제로 “(명예회장이) 비리가 없을 것으로 믿지만,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떠나주는 것이 당을 돕고, 모든 것을 돕는 것”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구자홍 기자 jhk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