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측은 이번에도 판결에 불복하며 2월 4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2014년 시작된 재판은 이제 대법원의 판단만 남았다. 업계는 이 회사에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흘러든 것으로 추정한다. 일부에서 ‘1조 원짜리 폭탄 돌려막기’로 표현되는 이 사건이 과연 어떻게 막을 내릴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심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사진출처=IDS홀딩스 홈페이지
IDS홀딩스는 2008년 IDS아카데미라는 원격 평생교육시설로 시작해 투자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를 이용한 ‘FX마진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며 다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했다. 매월 2~3% 이익은 물론 원금까지 보장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실제 매월 수익금을 받으면서 불신은 어느새 맹신으로 바뀌었다.
‘재미’를 본 투자자들은 가족, 친지,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투자를 권장했다. IDS홀딩스 영업직원들의 영업력도 한몫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FX마진거래에 대해 설명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쏟아져 들어오는 투자금과 함께 회사도 거대 투자회사로 성장해갔다.
FX마진거래란 장내파생상품의 하나로 미국 선물협회의 규정 또는 일본 상품거래소법 등에 따라 장외에서 이루어지는 외국환거래를 의미한다. 표준화된 계약단위(10만 단위), 소액의 증거금(거래대금의 5%) 등을 적용, 서로 다른 통화 간 환율 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거래다.
자본시장법 및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FX마진거래 시 개인은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경유해야 하며, 해외 금융투자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FX거래는 파생거래의 일종이므로 FX거래를 권유 또는 알선하는 행위는 모두 무허가 파생상품중개업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 된다.
소송의 쟁점인 730여억 원의 정체는 IDS홀딩스가 2012년부터 2년여 동안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한다며 모은 자금이다. 이 과정에서 ‘원금보장’ 등 유사수신행위가 문제되면서 기소돼 현재에 이른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이 자금이 홍콩으로 송금되지 않고,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과 원금 상환에 쓰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돌려막기’ 행각이 드러났다.
문제는 앞서의 혐의들이 지난 두 번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났음에도 IDS홀딩스는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IDS홀딩스는 금융당국에 인‧허가를 받은 금융투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금융당국이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영업 행위의 불법성을 가리는 형사 재판 중임에도 이들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다. IDS홀딩스 관계자도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IDS홀딩스는 김성훈 대표의 유죄 판결에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사진=IDS홀딩스 홈페이지
김 대표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IDS홀딩스가 회사를 청산해버리면 이미 모집된 1조 원 규모의 자금이 투자자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투자금을 회수했다. 동시에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지금이라도 자금을 회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 IDS홀딩스의 사업설명회에 다녀왔다는 한 투자자는 “(김성훈 대표가) 집행유예를 받은 건 무죄라는 거나 다름없다”며 “걱정하지 말고 계속 투자하라”며 직원이 오히려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한때 유사수신 행위로 투자자를 모집한 회사의 자금운용 부서에 근무했다가 현재는 돌려막기를 이용한 금융 사기 피해자를 돕고 있는 한 인사는 “기본적으로 유사수신 행위는 ‘조직’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바로 이 영업조직의 중간 관리자까지는 처벌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지 대표 등 임원급만 구속한다고 절대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