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쳇 등 SNS를 이용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게 늘어난 ‘셀카족’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이런 셀카 열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여기저기서 셀카를 찍기 위해 손을 쭉 뻗거나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문제는 과도한 경쟁심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나치게 셀카에 집착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셀카를 찍을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5년 러시아에서는 100여 명이 셀카를 찍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에 심리학자들은 점점 더 과열되고 있는 셀카 열풍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들이 셀카에 집착하는 걸까? 셀카에 중독된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된 특징이 있는 걸까? 이와 관련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셀카 중독자들의 심리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외롭고, 사회와 단절되어 있으며, 불안정한 사람들이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셀카에 집착하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이들이 외롭고 사회와 단절돼 있으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지난 2013년 옥스퍼드대학은 ‘올해의 단어’로 ‘셀피(Selfie)’를 선정하면서 동시에 ‘셀피’를 옥스퍼드 사전에 정식 등록했다. ‘셀피’는 우리말로 하면 ‘셀카’다. 그만큼 ‘셀카’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이미 셀카봉이나 셀카폰 등 다양한 관련 상품도 등장한 상태다.
사실 셀카를 찍는 행위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칠 때 있다. 플로리다대학의 심리학자인 마이클 웨이골드 교수는 사람들이 셀카 때문에 너무 과격해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남들보다 더 특별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자기 자신은 물론이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다음의 몇 가지 예를 보자. 지난 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타테레시타 해변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었다. 한 남성이 바닷가에 떠밀려 온 새끼 돌고래 한 마리를 발견해 바다 밖으로 끌어냈기 때문이었다. 곧 그 남성 주위에는 돌고래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너도나도 돌고래를 만지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모두 돌고래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대느라 바빴지 아무도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사람들 틈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돌고래는 얼마 후 그렇게 모래사장 위에서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 사건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물론이었다. 더욱이 이 돌고래가 개채수가 3만 마리가 채 되지 않는 멸종위기종 가운데 하나인 ‘라플라타 돌고래’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더욱 공분했다.
비슷한 사건은 한 달 후 또 일어났다. 이번에 희생된 동물은 백조였다. 3월 초 마케도니아 오흐리드를 방문한 한 불가리아 여성 관광객이 호숫가에서 백조 한 마리를 강제로 잡아끌어낸 후 무리하게 셀카를 찍다가 백조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었다.
위의 두 사건은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동물이 희생되고만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셀카 욕심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후에도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셀카를 찍다가 사망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5년 러시아 정부는 ‘지나친 셀카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경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해변으로 떠밀려온 돌고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와 셀카를 찍고 있다. 결국 이 돌고래는 스트레스로 죽어버리고 말았다.
러시아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셀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이유는 지난해 셀카를 찍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혹은 사망한 사례가 100여 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한 여성은 총을 든 채 사진을 찍다가 오발탄에 맞아 부상을 당했는가 하면, 두 명의 남성은 안전핀을 제거한 수류탄을 손에 쥐고 셀카를 찍다가 수류탄이 터져 사망했으며, 달리는 열차 지붕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추락사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비단 러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셀카로 인한 사망 사고는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한 폴란드 관광객이 셀카를 찍다가 다리 위에서 추락해 사망했으며, 미국에서는 경비행기 조종사가 비행 도중 셀카를 찍다가 균형을 잃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조종사 본인은 물론이요, 승객들도 모두 사망했다. 그런가 하면 66세의 일본인 관광객은 인도 타지마할에서 셀카를 찍다가 계단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으며, 호주의 한 관광객은 노르웨이의 트롤퉁가 바위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추락사했다.
반드시 위험한 곳에서 셀카를 찍다가 목숨을 잃는 것만은 아니다. 2014년 영국에서는 한 10대 청년이 다소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매일 하루에 열 시간씩 200장의 셀카를 찍다가 그래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자 좌절감이 들었다는 것이 자살을 시도한 이유였다. 당시 이 소년은 자신의 외모가 지극히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비정상이거나 결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질환인 ‘신체이형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이처럼 셀카를 찍다가 사망하는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디지털 전문 웹사이트인 ‘마셔블’은 셀카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같은 기간 상어에 물려 죽은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고 보도했다. 셀카를 찍다가 사망한 사람은 열두 명이었던 반면, 상어에 물려 죽은 사람은 여덟 명이었던 것.
셀카 사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다양한 SNS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반복적으로 셀카를 올리는 사람들을 가리켜 나르시시즘(자기애)에 빠졌다고 비난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셀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매일 100만~9300만 장의 셀카 사진이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SNS에 업로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 간 차이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는 이런 셀카 광풍이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가령 1980~2000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55%가 SNS를 통해 셀카 사진을 공유하고 있는 반면, 1920~1945년에 출생한 ‘침묵의 세대’ 가운데는 33%만이 셀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16년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어린 여성들일수록 셀카를 즐겨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셀카를 찍는 데만 매주 최고 다섯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이 셀카를 찍는 주된 이유는 ‘예뻐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밖에 다른 이유들로는 다른 사람들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혹은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나 배우자가 자신을 떠난 것을 후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등이었다.
그럼 대체 사람들은 왜 셀카에 중독되는 걸까. 왜 사람들은 목숨을 걸어가면서, 혹은 시간을 할애해 가면서 셀카를 찍는 걸까. 이에 대해 웨이골드 교수는 셀카 중독이 21세기에 나타난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하면서 충분히 심도 깊게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자아개념(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견해)’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셀카를 젊은 세대들이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선호한다고 말한다. 셀카를 통해 내가 얼마나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고, 얼마나 뛰어난 재능과 능력이 있으며, 얼마나 독특한 경험을 했으며, 얼마나 예쁘고 매력적인가를 가장 손쉽게 알린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셀카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전문가들도 많다. 심리학 교수인 파멜라 러틀리지는 셀카는 ‘보통 사람들’을 축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UCLA의 심리학자인 안드레아 레타멘디는 “셀카는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분 상태를 표현하고 중요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또한 이를 통해 자신감이 증대되고 중요한 경험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점도 셀카의 긍정적인 면에 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웨이골드 교수는 왜 사람들이 셀카 사진을 올리는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들의 셀카 사진을 구경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SNS에서 셀카 사진이 다른 사진들보다 더 많이 주목받고 더 많이 댓글이 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웨이골드 교수는 사람들이 타인의 셀카 사진을 즐겨 보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 용어인 ‘사회비교이론’을 예로 들었다. 이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행동으로, 나의 행동이나 태도, 사고 등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창시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려는 욕구가 있으며, 이것은 나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자아고취), 나를 평가하고(자기평가),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나라는 것을 증명하고(자기 확증), 실제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자아 개발) 위해서 행해진다고 말했다. 이 이론을 통해 본다면 셀카를 찍는 행위는 분명 충분히 긍정적인 동기를 바탕으로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아닌 듯하다. 셀카를 찍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존감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셀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은 SNS에서의 ‘좋아요’ 개수나 칭찬하는 댓글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 다시 말해 외롭거나 사회와 고립되어 있거나 불안정한 사람들이 여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2014년 영국에서 실시된 셀카 중독과 자존감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 역시 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소개한 <비즈니스스탠더드>는 셀카에 중독된 사람들일수록 자존감이 낮으며, 특히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주기적으로 셀카를 찍는 18~30세의 성인 207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13%만이 ‘내 외모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60%는 ‘자존감이 낮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해 셀카를 찍는 경우도 문제긴 마찬가지다. 나르시시즘(자기애)이 심한 경우 오히려 인간관계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제시카 리지웨이와 러셀 클레이튼 교수는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인스타그램에 셀카를 많이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관계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경우 배우자나 연인 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대의 질투심이 촉발되기 때문이다.
비단 연인 사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나친 셀카 중독은 친구나 동료 등의 관계 역시 소원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셀카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며, 정서적으로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나친 자기애가 거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 나르시시즘은 과도한 자존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목을 받거나 칭찬을 받는 것을 좋아하며, 허영심과 특권의식이 강한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집착하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칭찬을 갈망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점점 더 SNS에 중독되고, 또 그만큼 다량의 셀카를 올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나르시스트들은 셀카 사진만 많이 찍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수시로 다이어트 혹은 운동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는 등 몸매에 집착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리학 잡지 <사이컬러지투데이>에 글을 기고하는 피터 그레이는 나르시시즘을 가리켜 ‘다른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은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발끈하는 경향이 있으며, 타인을 학대하지만 반대로 돕지는 않는다.
셀카와 나르시시즘이 서로 연관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심리학자인 그웬돌린 세이드만 역시 동의하면서 “셀카에 중독된 사람들은 대개 내 자신이 특별하거나 특권이 있거나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