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에서 뛰는 ‘쌍용’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이 올 시즌 후보로 전락하면서 벤치만 데우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이 기성용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하다. 스완지시티는 지난 겨울 네덜란드 출신의 르로이 페르를 영입했다. 이후 페르는 필드에 나서고 기성용은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리버풀전에서는 페르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으나 그 자리에 기성용이 아닌 리온 브리튼이 선발 출전했다. 사실상 기성용을 앞으로도 기용하지 않겠다는 귀돌린 감독의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지난 1월 부임한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은 수비 축구를 표방하며 팀 색깔을 대대적으로 변화시켰다. 중앙 수비를 강화하는 4-3-3 전술을 주로 사용했고, 정확한 패싱 능력과 공격력을 가진 기성용 대신 수비력이 좋은 르로이 페르를 주전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귀돌린 감독이 스완지시티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 기성용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팀이 기성용을 이적 시장에 내놓거나, 선수 스스로 팀에 이적을 요구할 수 있다.
이청용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청용은 앨런 파듀 감독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위기다.
이청용은 최근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파듀 감독의 선수기용에 강도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답답함에서 나온 하소연이었다. 당시 이청용은 경기 출전과 관련해 파듀 감독에게 당했던 굴욕적인 한 사건을 설명했고, 이적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했다.
문제는 이청용의 이 발언이 영국 주요 매체에 일제히 보도됐고, 현지 분위기가 이청용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특히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듀 감독을 비판한 이청용이 올여름 팰리스를 떠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청용의 생각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이 사태는 이청용이 어떻게 훈련했는가에 달려 있고, 프로들은 가끔 자신들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청용에게 문제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결국 파듀 감독은 자신을 비판한 이청용에게 벌금 징계를 내렸다. 스토크시티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청용은 벌금 징계를 받을 것이다. 잘못된 발언으로 선수단에 혼란을 초래했다. 다른 선수들도 이청용의 징계로 교훈을 얻길 바란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어진 파듀 감독의 한마디. “앞으로 감독, 동료, 구단 스태프들을 비판하고 싶다면 클럽하우스 내에서 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나를 찾아와라. 문제를 해결해주겠다.”
볼턴 원더러스에서 2015-16시즌을 앞두고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했던 이청용. 올 시즌 그의 출전시간은 5월 6일 현재 373분이었다. 시즌 개막 후 269일 중에서 그라운드를 달린 시간이 6시간 13분이다. 부상도 없는 상태에서 땀을 흘리지 못하는 그로선 변화가 절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축구 에이전트 A 씨는 이청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수 입장에선 답답한 마음에 인터뷰를 통해 하소연했겠지만, 구단이나 감독 입장에선 이청용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수가 직접 감독과 대화를 하거나 에이전트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면 파듀 감독이 공개적으로 이청용을 비난하고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이청용을 처음 데려갔을 때 ‘네가 우리 팀에 꼭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들었다. 그 후에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 건, 쉽게 말해서 ‘감독 마음’이다. 그걸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감독에게 ‘대놓고’ 문제 제기한 이청용의 행동엔 아쉬움이 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이렇게 된 바엔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 많은 팬들은 이청용이 다른 리그에서 뛰길 바란다. 그 리그 중 하나는 FC 서울로의 복귀도 포함돼 있다.”
한편 기성용, 이청용의 팀내 입지 불안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다. 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최근 이청용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자들에게 “이청용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상황(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의미)이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탈피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의욕 가득한 상황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대표팀은 오는 6월 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5일엔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와 A매치를 갖는다. 1988년, 1989년생으로 아직 서른 살도 안 된 이청용과 기성용은 지금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시점이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위해 변화를 선택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