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서 북한 위조지폐가 발견됐다. YTN 방송 화면 캡처.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지난 2일 오후 3시 무렵 북한 말씨를 쓰는 여성 한 명과 남성 두 명이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 총 660kg의 폐지 상자 15개를 두고 그 대가로 5만 2000 원을 받아갔다. 그들이 떠난 뒤 상자를 살펴보던 고물상 관리인은 곧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 상자에 A4용지 150kg가량의 김일성 초상화가 그려진 북한의 5000원짜리 위조지폐가 들어있었던 것. 이에 관리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위조지폐는 모두 8만 장으로 6억 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위조지폐는 A4용지 한 장에 각각 4장씩 앞 뒤 면이 인쇄된 것으로 재단되지 않은 상태였다. 고물상 관리인은 “차에 싣고 왔다. 처음엔 아이들 장난감인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북한이탈주민이 위조지폐를 판 고물상.
고물상에 위조지폐 더미를 판 이들은 북한이탈주민 부부와 북한이탈주민 남성으로 확인됐다. 애초 북한이탈주민 A 씨가 북한이탈주민 B 씨에게 보따리에 싸인 위조지폐 보관을 부탁했다. B 씨는 이 보따리를 다시 탈북단체에 맡겼다. 최종적으로 탈북단체에서 위조지폐를 받아 고물상에 넘긴 것은 북한이탈주민 부부와 북한이탈주민 남성이다. 하지만 고물상에 위조지폐를 판 이들 세 명은 경찰에 “위조지폐가 든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맨 처음 북한 위조지폐를 건넨 A 씨는 현재 중국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담당한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앞서 나온 탈북단체에 대해 “특정한 목적이 있는 단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별 센터에서 동문을 연결해준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국내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친목 도모를 하는 데 거기에 있던 구성원이다”라고 말했다.
경찰과 국정원 등은 고물상에 위조된 북한지폐를 내다 판 이들이 대량 유통할 목적으로 제조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 또한 위조된 북한지폐를 만든 사람들의 목적, 대공 용의점 등에 대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탈북단체나 북한이탈주민들 또한 경찰의 입장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첫 번 째로 북한이탈주민 C 씨는 “국내에서 북한 위조지폐를 만들어 북한에 이를 유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심스레 의견을 말했다. 중간에서 일이 틀어져 고물상에 폐기 처리를 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탈북단체 관계자 D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D 씨는 “중국에서 남한 위폐를 생산한 뒤 반입하려 했으나 중간 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북한 위폐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폐지를 폐기하는 것 또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여러 단계를 거쳐 고물상에 폐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 탈북단체 관계자들은 모두 실제 유통의 목적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강명도 경기대 초빙교수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대북 전단을 목적으로 위조지폐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지막으로 익명을 요구한 탈북단체 관계자 E 씨는 “중요한 기밀과 관련된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앞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