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번 지방도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301번 지방도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화산리에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을 잇는 63km 상당의 경기도 지방도로다. 지난 5월 4일에 기자가 찾은 301번 국도에서는 관광객이 운전하는 차량과 화물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주말에는 주로 관광객 차량으로 붐빈다. 동일 도로를 따라 가면 대부도와 안산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오이도 등 안산과 시흥의 대표 관광지가 나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최 씨의 하반신은 관광객에 의해 발견됐다.
301번 지방도 초입 부분인 불도방조제 인근 지역에서 최 씨의 하반신이 지난 5월 1일 발견됐다. 하반신이 발견된 장소는 301번 지방도로가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좁아진 구역 근처로 나무와 풀이 우거졌고 야생동물보호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시신을 버리기 적합한 장소가 조성돼 있었던 셈이다. 간혹 가다 주유소와 모텔 등이 있어 관광객들의 유인이 예상됐지만 특정 거주민이 없을뿐만 아니라 CC(폐쇄회로)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쉬웠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방조제 근처는 인적이 드물고 시신을 유기할 경우 수습이 어렵다는 점을 범인들이 유독 노린다는 분석도 있다. 살인범들은 그동안 시화호뿐만 아니라 각지의 방조제 인근 해안가에 살해한 시신을 유기하곤 했다. 지난 2008년 안양 초등학생을 유괴하고 살해한 정 아무개 씨(47)는 시화방조제 부근인 오이도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도 유흥업소 영업사장으로 일했던 김 아무개 씨(36)는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시화호 갈대밭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지난 1일 최 씨의 하반신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불도방조제 인근.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신 아무개 씨는 “얼마 전에 시신이 발견된 곳이 또 이 도로라고 해서 무서웠다. 영동에 있는 아들도 뉴스를 보고 별 일 없냐고 연락을 해 왔다”며 “여기서 10년 동안 장사를 했는데 예전에 크게 기사가 나지 않았을 때부터 이 도로에서 시신이 많이 발견됐다고 들었다. CCTV만 설치했어도 발견될 것을 두려워해 시신을 버리고 가지 않았을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인 이 아무개 씨(49)는 “이 주변에는 CCTV가 없어 관광객들도 지나가며 차밖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CCTV가 없으니 쓰레기 관리도 안 되고 우범지역이 돼 가는 것”이라며 “이번 연휴에 관광객들이 대부도에 많이 놀러올 것을 기대했는데 시신이 발견되는 바람에 많이들 기피할 것 같다. 지난해 김하일 사건 때문에 화성이랑 안산이 관광 기피지역이 돼 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 이번 연휴 장사는 다 했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나머지 상반신이 발견된 곳은 하반신 발견지점에서 12km 정도 떨어져 있는 방아머리선착장 근처였다. 용의자는 차량을 이용해 301번 지방도로를 따라 운전하다 적발되는 걸 피하기 위해 각각의 장소에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착장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주변은 건초더미와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해당 장소 앞에는 시화호가 펼쳐져 있었고 바로 뒤쪽에 식당이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여기서 장사도 하지만 살기도 한다. 아들이 걱정이 됐는지 집에 와서 같이 지내고 있다. 뉴스에 자꾸 나와 더 걱정이 된다”며 “평소에도 밤에는 손님이 오지 않아 저녁 8시만 되면 영업을 끝내 최근에 누가 주변에 왔는지도 모른다. 가로등도 거의 없어 밤에는 깜깜하고 CCTV도 거의 없다. 어제 경찰이 수사를 목적으로 식당 내부에 설치한 CCTV를 떼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식당을 열었지만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3일 최 씨의 상반신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인근에 농어촌진흥공사가 설치한 CCTV 한 대가 있었지만 이는 시신 유기 장소와 등지고 있는 화성 방향으로 설치돼 있었다. A 씨는 이어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해달라고 안산시에 여러 번 건의했지만 설치를 안 해주길래 가로등도 내 돈으로 설치했다”며 “CCTV는 설치도 해주지 않다가 막상 사건이 터지자 이제야 CCTV가 없어서 용의자를 못 잡고 있다고 수선이다. 밤이 되면 무섭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경찰들은 A 씨의 식당 앞 시신 유기 장소를 보존하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었고 그 와중에 식당 안의 TV에서 최 씨의 신원이 확인되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최 씨의 신원은 시신의 지문 분석을 통해서 확인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최 씨의 통화내역을 조회해 지난 5일 용의자 조 아무개 씨(30)를 검거했다.
용의자가 검거되기까지 수사가 지연된 데에는 도로 선상에 CCTV가 부족한 것도 한몫했다. 안산시내 방범용 CCTV를 설치 및 관리하는 안산 U정보센터에 따르면 301번 지방도에 설치된 CCTV는 모두 8대에 그쳤다. 63km나 되는 도로에 고작 8대가 전부이니 8km 간격을 두고 하나씩 CCTV가 있는 셈이다. 대부도 전체지역 내에는 50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최근 인근 지역에 CCTV를 설치해달라는 민원도 접수된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 2008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사건 발생 이후 해당 지역을 CCTV 설치가 필요한 취약지역으로 지목했으나 최근까지 설치가 보류됐다.
지난 3일 경찰은 경기도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 인근에서 시신의 나머지 부분으로 추정되는 상반신을 발견했다. 사진=경기남부지방경찰
최 씨의 상반신이 발견된 곳에서 시흥시 방향으로 301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지난해 김하일이 아내 한 씨의 시신을 유기했던 시화방조제 오이선착장이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하일 사건 이후인 지난해 6월 시화방조제 인근에 CCTV 28대가 설치됐다. CCTV는 시화방조제 안산방면 출입부에 5대, 시화방조제 인근에 8대, 오이도 해안로 일대와 주변 골목 초입 등에 15대 등이 설치됐다. 중국 국적자인 김하일은 지난해 7월 부부싸움 도중 아내를 살해한 뒤 사체를 14개 부분으로 토막 내 자전거를 이용해 오이선착장 등 4군데에 유기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하일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바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시신 훼손·유기 어떻게? 열흘 동안 토막…렌터카로 운반 지난 5월 1일 경기도 안산 선감동 소재 불도방조제 부근에서 나들이를 나온 관광객이 최 씨의 하반신 시신을 배수구에서 발견하면서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이맘 때 아내를 살해한 중국동포 김하일이 아내 한 씨의 시신을 오이선착장에 유기했던 사건까지 재조명돼 이번 용의자 역시 중국동포가 아니냐는 의문도 증폭됐다. 충격적이게도 시신은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토막난 채 발견됐고 이불에 싸여 마대자루에 담겨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는 하반신을 부검한 결과 피해자의 혈액형은 A형이고, 신장이 150~160cm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발표했다. 하반신만 발견됐을 당시 국과수은 변사자의 DNA를 분석해 국과수 DB와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자료가 없어 미제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틀 만인 지난 3일 오후 기동대 소속 경찰관이 주변을 수색하던 중 하반신 발견 지점에서 12km 떨어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나머지 상반신 시신을 발견했다. 다음날 국과수 분석 결과 하반신과 상반신이 동일인물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고 나이는 40대로 추정됐다. 금니 보철을 하고 아말감 치료를 한 흔적도 나왔다. 경찰은 시신 발견 장소 주변과 대부도 진·출입 도로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했고 안산, 시흥, 화성, 인천 등 인접지역 내 실종 및 미귀가 신고자들과 피해자의 신체적 특징을 대조하기도 했다. 또 시신 발견 당시 착용하고 있었던 세 개의 은색 반지를 토대로 은반지 착용을 목격한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지문감식을 통해 변사자는 40대 남성인 최 씨로 확인됐다. 인천에서 거주하는 최 씨의 가족들은 최 씨의 행방을 5년째 모르고 있었고 혼자 살던 최 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기록도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5월 5일 최 씨가 사망하기 전 사용했던 휴대폰 통화 내역 분석을 통해 거주지를 알 수 있었고 조 씨는 거주지였던 원룸에서 발견됐다. 또 조 씨의 주거지 내에서 발견된 혈흔이 최 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의 시신이 최초로 발견된 지 5일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3월 말 최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부엌에 있던 최 씨를 살해했고 열흘에 걸쳐 시신을 토막 내고 훼손했다. 조 씨는 지난달 23일 렌터카를 이용해 하반신과 상반신을 순서대로 대부도 일대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 씨의 실명과 나이, 얼굴 사진 등을 구속영장 발부 후 공개하기로 했다. 조 씨의 살해 및 시신 훼손이 잔혹했기 때문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5일 피의자의 신상정보공개 여부를 심의결정하기 위한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조 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 |
범인, 도주 안한 까닭? “영화채널 고정…뉴스 못봤다” 지난 1월 피의자인 조 씨와 피해자 최 씨는 인천소재 여관에서 종업원으로 만나게 됐다. 이 둘은 카운터를 보는 일을 하며 친해졌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인천 연수구에 있는 원룸에서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조 씨의 진술에 따르면 최 씨는 조 씨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했고 지난 3월말 평소와 같이 둘은 말싸움을 했다. 이날 저녁 최 씨는 집에 있던 부엌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조 씨는 이후 10여 일에 걸쳐 집안 화장실에서 최 씨의 시신을 훼손했다. 이어 조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1시 35분께 렌터카를 이용해 회 씨의 시신 하반신과 상반신을 순서대로 유기했다. 최 씨의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식별이 불가능했고 지문은 물에 젖어 있어서 채취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경찰에 따르면 차량을 빌린 다음날 새벽 1시께 시화방조제를 통해 대부도에 들어와 시신을 유기한 후 2시경 다시 시화방조제를 통해 나간 것이 확인됐다. 거주하던 인천에서 왜 대부도에 가서 시신을 유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쏠리고 있다. 이에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주 놀러 다녔던 곳이어서 지리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는 최 씨를 살해한 이후 조치할 방법이 없어 시신을 욕실에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도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집에서는 주로 영화채널만 보았기 때문에 사체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주거지에서 컴퓨터를 압수하여 디지털분석 등의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