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왼쪽), 김선우 | ||
최근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만날 때마다 오가는 말 가운데 하나다. 2008시즌에 그만큼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는 걸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얼굴’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1월 10일 두산은 메이저리그 출신인 오른손투수 김선우와 15억 원짜리 1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에 앞서 KIA는 ‘메이저리그 한 시즌 21승’이란 엄청난 기록의 주인공인 투수 호세 리마를 새 용병으로 낙점, 계약에 성공했다. KIA는 지난해 말 역시 메이저리그 통산 28승의 서재응에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KIA에 입단한 한국인 최초 빅리그 타자 최희섭은 요즘 공공연히 “2008시즌에는 홈런왕을 따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롯데도 변화의 주인공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최근 입국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외국인 감독이라는 특수성과 가장 폭넓은 팬층을 거느렸으면서도 7년 연속 4강에 실패한 롯데의 상황과 맞물려 부산에 쏠리는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현대구단의 인수문제가 복병처럼 남아있긴 하지만 올 한 해 프로야구에선 어떤 진기록과 볼거리가 쏟아져 나올까. 2008시즌에 펼쳐질 프로야구의 흥미만점 요소들을 미리 들여다봤다.
△절친한 라이벌 서재응 김선우
서재응과 김선우는 77년 동기생이다. 평소에 서로의 집안 대소사를 의논할 정도로 절친하며 함께 미국에서 뛸 때에는 오프시즌마다 플로리다 쪽에서 가족을 동반해 만나 휴가를 즐기곤 했다. 실은 서재응이 지난 12월 KIA 유니폼을 입었을 때 야구기자들 사이에선 “김선우도 따라올 게 분명하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만큼 친한 사이인 데다 김선우 역시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에서 올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딱히 미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둘 모두 한국에 돌아오게 됐으니 ‘절친한 경쟁자’가 됐다. KIA는 올겨울 엄청난 전력보강을 통해 곧바로 2008년 우승 후보로까지 떠올랐다. 지난해 2위 팀 두산도 2008년 우승이 목표다. 서재응과 김선우는 각자의 팀에서 1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니 가장 큰 적이 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김선우 역시 “재응이와의 대결이 참 재미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상급 레벨’ 호세 리마
얼마 전 KIA가 호세 리마 영입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한때 ‘호세 리마 부인’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간 적이 있다. 호세 리마가 한때 빅리그 최상급 레벨에서 명성을 떨치긴 했지만 그 부인이 난데없이 인기 검색어가 된 이유가 뭘까.
정답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리마가 과거 LA 다저스 시절, 가족과 함께 다저스스타디움에서 미국 국가 독창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옆에 있던 리마의 부인은 상당한 미인인 데다 글래머 스타일의 몸매였다. 그 미모에 놀란 몇몇 네티즌이 사진을 인터넷에 퍼나르자 순식간에 소문이 난 것이다.
리마가 1월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취재진은 당연히 “가족도 함께 왔는가”를 물었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사진 속의 옛 부인과는 이미 5년 전 이혼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리마는 독특한 세리머니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행 때문에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기인 계열에 속하는 선수였다. 한국에 온 뒤에도 첫 마디가 “한국 팬들을 위해 재미있는 세리머니를 준비했다”는 자신감이었다. 물론 휴스턴 시절인 99년 21승을 거둔 화려한 경력의 투수를 광주구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겐 행복한 일이다.
▲ (왼쪽부터) 최희섭, 봉중근, 조진호 | ||
1월 8일 입국한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이튿날 간판타자 이대호를 가리켜 “메이저리그에서도 모든 감독들이 이대호가 얼마나 뛰어난 타자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뛰어도 충분한 타자다. 롯데에 이대호 같은 타자가 한 명뿐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본래 미국 지도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립서비스’다. 그래도 그렇지, 이대호에 대한 립서비스는 과장이 심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혹시 바비 발렌타인 감독처럼 연예인 같은 성향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란 농담이 오갔다. 일본 지바 롯데의 사령탑인 발렌타인 감독은 평소 감독이라기보다 엔터테이너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이스터 감독 역시 발렌타인 감독의 추천을 받아 한국 롯데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걸 감안하면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오자마자 인기를 끌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이지만 올해 정규시즌을 치르면서 엄청난 견제에 시달릴 게 뻔하다.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내면 자칫 외국인 지도자 영입이 유행처럼 번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국내 야구인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 따라서 다른 팀 감독들은 “롯데와 경기하면 일단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봉중근 조진호 명예회복
이밖에 LG 봉중근과 SK 출신이지만 올겨울 삼성에 새 둥지를 튼 조진호의 활약 여부에도 눈길이 간다.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봉중근은 지난해 국내에 돌아와 한 시즌 동안 6승 7패, 방어율 5.32의 성적을 남겼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지난해 기량보다는 오히려 두산 안경현과의 경기 중 난투극 때문에 더 유명해진 봉중근으로선 올해 곧바로 명예회복을 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조진호는 역사적인 인물이다. 보스턴 시절 박찬호에 이어 빅리그에서 승리투수가 된 두 번째 한국인 선수였다. 그러나 얼마 못가 한국으로 돌아왔었고 한때 SK에서 뛰었지만 2004년 병역 파동 때 연루돼 실형까지 살았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마지막 꿈을 불살랐던 그를 삼성이 ‘단돈’ 5000만 원의 연봉에 영입했다.
조진호는 ‘실패한 메이저리거’라는 얘기가 나올라치면 “제발 그 얘기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파란만장했던 그에게 마치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떼는 게 2008년의 목표다. “야구를 다시 하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선발 경쟁에서 이겨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용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