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헌재에 청구한 것은 자기가 저지른 문제의 해결을 남에게 떠넘긴 염치없는 노릇이다. 헌재가 의결정족수 5분의 3 규정은 국회법의 특별규정이므로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고, 실제 그럴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그런데 20대 총선 결과 법의 운명에 대한 중대한 변수가 생겼다. 새누리당이 과반은커녕 원내 제2당으로 입지가 추락한 것이다.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 소수의견의 존중을 기본 취지로 한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여전히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그와는 정반대로 그동안 소수 야당으로 국회선진화법 존치를 주장해온 두 야당이 합치면 과반을 넘는 야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했던 대로 무능 국회의 핑계를 이 법에서 찾으려 하지 않을까.
다수당일 때 폐지를 주장하다 소수당이 됐다고 존속으로 바꾼다면 너무 속 보이는 처사다. 그 때문이겠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아직은 개정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더민주당도 소수당일 때 개정에 반대하다 다수당이 됐다고 곧바로 찬성으로 돌아서는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여야의 셈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론의 향배인 셈이다.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도 없이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이 합의하면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도 개정될 수 있다. 결자해지 측면에서 그것이 가장 합당한 해결방법이다. 또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국회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 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원하므로 입법 활동에 지장이 있다면 없애는 게 맞다.
20대 국회는 3당 분할체제로 이 법을 개정하기에 좋은 구조로 돼 있다. 새누리당+국민의당 또는 더민주당+국민의당 조합으로는 의결정족수 180석을 만들 수 없다. 새누리당은 울며겨자먹기로, 더민주당은 내심 좋지만 겉으론 싫은 듯이, 국민의당은 5분의 3 의결보다 과반의결에서 협상력이 커지는 제3당의 이점을 노려 각각 이 법의 개정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초 이 법의 입법 계기가 됐던 2010년 연말 국회에서의 날치기와 폭력 사태이다. 이 법 시행 후 법안처리가 부진하긴 했지만 의사당 폭력이 없어진 것은 이 법이 지녔던 순기능이다.
의사당 점거농성, 난투극과 기물파괴에 최루탄 투척까지 폭력이 일상적이었던 과거 국회로 회귀한다면 현행유지가 차라리 낫다. 이 법의 개정 여부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국민들은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