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로봇기업 SIASUN의 생산제품. 출처=SIASUN 홈페이지
# 세계 시장점유율 20% 돌파
지난 10일 중국 로봇산업연맹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부터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돌파했다. 연간 판매량도 지난해 6만 2800대에서 내년에는 10만 대, 2020년에는 23만 대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로봇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발표된 ‘중국 제조 2025’에서 로봇산업을 10대 핵심 산업 분야로 지목하고 국가재정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중국 로봇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 중국 제품이 품질은 물론 AS 대응력 등이 일본, 유럽 등 외국계 로봇 제조사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용 로봇 완제품 생산비용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감속기, 제어부품 등 핵심부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계 로봇회사의 전반적 경쟁력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중국계 로봇기업은 상장사 50여 개를 포함해 400여 로봇 제조 기업이 있다. 하지만 양산과 판매는 중국 4대 로봇 제조사로 불리는 시아순(SIASUN), 에스턴(Estun), GSK 등 소수 몇 개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 산업인력 대체→기술력 강화 중심
그간 중국 경제를 견인한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중국이 높은 생산력을 유지하려면 로봇과 같은 첨단 기술 향상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로봇굴기’ 정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5개 대도시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이 한국의 59.2%에 도달했다. 2010년에 비해 20%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더불어 35년간 이어진 뒤 지난해 폐기된 한 자녀 정책으로 중국의 생산 가능인구는 지난해 10억 명에서 오는 2030년 9억 6000만 명, 2050년 8억 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중국의 대표적 로봇기업 Estun 포스터. 출처=Estun 홈페이지
특히 용접, 진공청소, 프로그래밍, 휴먼로봇, 로봇 팔, 소방구조, 외과수술, 간병 등 10가지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는 그간 산업인력 대체를 위해 로봇산업을 육성했던 중국 정부가 기술력 강화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 특허 획득 건수 일본의 2배
중국 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실례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자회사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의 물류 배송을 위해 드론을 활용하기로 한 데 이어 대주주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로봇 회사에도 투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FI에 따르면 로봇 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관련 특허 획득 건수는 지난해 중국이 2위인 일본의 두 배에 달했다.
국내 관련업계는 아직까지 기술력 면에서 중국을 앞서지만, 수년 내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산업 규모는 지난해 2조 6000억 원으로 연평균 21% 고속 성장을 하지만, 중국 수출 비중이 50%나 된다. 따라서 중국 로봇기술 발전으로 한국 기업과 경쟁이 격화된다면 대중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많은 중국계 대기업 등이 최근 로봇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로봇산업 육성과 로봇 활용 정책을 감안할 때,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해 저가격화를 실현할 경우 중국 로봇기업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 관계자는 “로봇 산업은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사업화로 연결해 시장을 조기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로봇 기업의 93.4%가 중소기업이어서 투자 확대와 해외 진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로봇 비즈니스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