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의도에서 성일종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충남 서산태안)를 만나 국회에 입성하게된 소감과 형 고 성완종 의원에 대한 생각등을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 유권자들이 표가 아닌 마음을 모아줬다. 4만 표 가까이 얻었는데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이 쌓인 거라고 생각하니까 국회의원으로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위기는.
“특별한 위기는 없었다. 처음부터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이 상한 일들은 좀 있었다. 넘어야 할 선과 넘지 않아야 할 선들이 있는데 상대진영에서 그런 선들을 지키지 않았다. 네거티브도 그런 네거티브가 없었다(한숨). 특히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거나 정부의 고위직을 지냈던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으로 선출됐다. 최연혜 당선인 등 친박 일색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것을 잘 모른다. 누가 친박이고 비박인지 어떻게 아나. 우리 당은 이미 친박 비박을 내려놨다고 생각한다. 친박․비박 이야기는 처음에 당선자 대회할 때 많이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없어졌다. 망한 집안에서 무슨 계파가 필요한가. 계파싸움하다 망했는데 뭘 또 계파를 따지나. 지금이야 추슬러서 가야 하는 때다.
―충청 출신이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하고 친분도 있다.
“제가 서 의원하고 가까워서 그런 이야기가 돈다면 어쩔 수 없다. (목소리 높이며) 인간적으로 가깝더라도 버리란 말인가.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수용을 할 것이다.”
―당선 직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묘소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묘소를 찾아간 이유는.
“남다르지 않나. 형님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세금을 떼먹은 오명을 뒤집어썼다. 형님은 ‘내가 세금 떼먹는 파렴치범이 아니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형님이 세금을 떼먹지 않았다고 밝혀주지 않았다. 탈세 사실이 없으니까 12년간 32억을 썼다는 리스트로 옥죄었다. 형님은 검찰이 세금을 떼먹은 파렴치범으로 몰았던 점을 굉장히 억울해 했다.”
―왜 탈세 부분에 대해 억울해했다고 보는가.
“지금도 국민들은 형님이 세금을 떼먹은 줄 알고 있다. 방송 뉴스부터 모든 매체가 그렇게 보도했다. 탈세가 아닌데도 다른 걸로 묶이니까, 죽음으로라도 형님은 자신이 파렴치범이 아니란 걸 증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망 전날, 자신이 부도덕한 사람은 아니라고 울면서 호소해도 누구하나 들어준 사람들이 없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고 명예 하나로 사신 분인데…(눈물 글썽)참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다행히 지역 주민들이 저를 선택해서 형님의 명예를 회복시켜줬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인사를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
―지역민들이 성 전 회장의 명예회복을 해줬다고 생각한 이유는.
“당연하다. 지역민들은 형님이 지역 봉사를 많이 했고 장학생들도 길러냈고 지역 현안도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형님이 세금을 떼먹는 잡범이 아니란 것도 안다. 그래서 선거 결과도 이렇게 나온 것 같다.”
11일 여의도에서 성일종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충남 서산태안)를 만나 국회에 입성하게된 소감과 형 고 성완종 의원에 대한 생각등을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성 전 회장을 가장 믿고 따랐다던데.
“형님이 저를 업어 키웠다. 돌아가시기 전날(2015년 4월 8일), 형님이 저를 불렀다. 저를 보고 싶으셨던 거다. 오후 5시 40분부터 6시 30분까지, 약 5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형님이 ‘내겐 이름 석 자의 명예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저는 형님이 설사 구속을 당해도, 끝까지 싸우실 줄 알았다. 그래서 ‘형님, 뭘 걱정하십니까. 동생들이 튼튼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며 ‘우리가 뒷바라지를 해서 형님을 챙길 겁니다. 세금 떼먹은 적이 없지 않습니까, 떳떳하지 않습니까.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겪으셨는데…’라고 위로한 뒤 헤어졌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 신호를 보내지는 않았나.
“명예가 소중하다고 말했던 점이 마지막 힌트였다. 그걸 캐치 못 했다. 생에 대한 의지도 워낙 강하고 불모지를 개간한 분이기 때문에 흔들릴 거라고 믿지 않았다. 형님이 세상을 뜬다는 생각도 안 했다. 형님은 세금을 떼먹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모욕을 느끼고 수치스러워 하셨다. 그날 아침 7시경, 비서가 전화가 와서 ‘회장님께서 유서를 써놓고 나가셨다’고 했다. 그때 바로 ‘아… 이 양반이 어제 한 말이 그 말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시 검찰 수사가 점점 성 전 회장을 향했다.
“형님이 원래 중요한 것 말고는 세세한 일들을 형제들과 상의를 안 하는 스타일이었다. 오히려 저도 언론을 통해 보고 파악했다. (목소리를 높이며) 자원 개발을 하면서 구조상 돈을 떼먹을 수가 없다.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의 주관사는 가스공사였다. 여긴 돈만 내고 말지 사람을 파견해서 통장을 한 번도 구경을 못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처음엔 걱정을 안 했다. 검찰뿐 아니라 그 이상의 기관이 조사해도 시간이 지나면 혐의를 벗을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제부터 걱정을 했나.
“시간이 흐를수록 형님이 무슨 미국에서 300억 원을 빼돌렸느니, 별의별 얘기를 만들어냈다. 그때도 전 믿지 않았다. 형님에게 ‘이거야 뭐, 소명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그런데 끝까지 수사했다. 결국 마지막엔 이상한 비자금, 솔직히 삼십 몇 억 쓴 게 비자금인가. 수사를 그 방향으로 하니까 형님이 억울해 했다.”
11일 여의도에서 성일종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충남 서산태안)를 만나 국회에 입성하게된 소감과 형 고 성완종 의원에 대한 생각등을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8000명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무엇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오셨던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화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인사하기 바빴다. 제주도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왔다. 장지는 지금도 자주 간다. 형님의 족적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기업사나 서민들에게 표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래서 많은 참배객들이 안타까워했다. 우리도 모르게 꽃을 놓거나 시를 써놓고 간 사람이 많았다. 장례식 때 와서 일한 분들은 전부 자원봉사자였다.”
―검찰의 수사 결과, 결국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외에 수첩의 나머지 인물들은 현재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형 리스트에 대해선 저는 잘 모른다. 형님만 딱 써놓고 가셔서… 형님이 입이 무거우신 분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은 제19대 국회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다시 새누리당을 선택한 이유는.
“(성 당선인의 눈이 커졌다) 아니 새누리당은…정치는 자신의 가치로 하는 거다. 기업을 하는 사람인데 보수를 보수가 깨야지, 외부에서 수혈된 진보세력은 보수를 못 깬다. 내부의 파열음에 의해 깨는 것이 우선이다. 보수는 보수가 개혁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 삶 자체가 기업을 하고 성장하고 보수의 가치를 토대로 해왔는데 다른 데로 간다니…. 그럼, 뭐 보복이라도 하러 가나.”
―성 전 회장의 이름을 선거 기간에는 절대 거론하지 않기로 원칙을 정했다는데.
“형님을 팔아 형님에 기대서 국회의원을 할 생각은 없었다. 제 브랜드로 선거를 치러야 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살아온 이력을 보면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이미지가 있다. 형님이 기반을 다져놓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별개로 제가 서산·태안 시민들에게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성 전 회장이 살아있다면 동생의 국회의원 당선을 어떻게 생각할까.
“왜 그런 것을 묻나(웃음). 앞으로 제가 잘못하면 굉장히 호되게 꾸짖을 거다. 형님하고 어린 시절 추억이 많다. 형님은 정이 많은 분이었고 그 정을 많이 줬다. 제가 폐결핵을 앓았을 때 뱀 500마리 사서 먹였다. 굉장히 좋은 분이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생각난 때는.
“곳곳의 지역을 훑어보면 다 형님의 숨결이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주민들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취직시켜줬다. 전부 형님의 숨결이 배어 있다. 지역구를 이어받아 형님이 이룬 것들을 이어가려고 출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돌아다니면서 형님이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잘해줬다는 사실을 더욱 느꼈다.”
―충청포럼에 속해 있다.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세계적인 지도자가 됐고 유엔을 이끄는 총수가 됐기 때문에 흘러 나오는 이야기다. 최근에 김총필 전 총리를 만났다. 김 전 총리가 반 총장을 보고 ‘그만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