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종민이 브라질리언 왁싱과 관련해 화제가 됐다. ‘해피투게더3’ 방송 캡처.
[일요신문] “김종민과 함께 옷을 갈아입다 깜짝 놀랐다. 백일잔치를 하는 아기처럼 털이 하나도 없었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것이다.”
성인 방송이 아닌 KBS2 <해피투게더3>에서 가수 데프콘이 풀어놓은 에피소드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즐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음모(陰毛)를 제거하는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패션에 관심 있는’, ‘화장하는’ 남자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피부·네일 케어는 물론, 음모까지 관리하는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마저 익숙해졌다.
이에 <일요신문>은 ‘그루밍족’의 신문화 브라질리언 왁싱을 체험하고자 직접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왁싱숍에서 유사성행위가 일어난 것을 적발해 업주 7명과 성매수 남성을 입건한 바 있다. <일요신문>은 관련 정보를 조사하던 중 여전히 일부 숍에서 유사성행위가 일어나거나 불법안마방 등에서 왁싱 서비스를 병행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11일 오후 강남 모처의 오피스텔에서 운영되고 있는 1인 왁싱숍을 찾았다. 11년 경력의 여성 왁서 J 씨가 왁싱과 마사지서비스, 유사성행위까지 병행하는 숍을 찾은 기자는 순수하게 왁싱만을 하는 서비스를 선택, 체험에 임했다.
왁싱의 세부 코스로는 항문 부위 털만을 제거하는 초급, 윗부분은 남겨두는 중급, 전체를 뽑는 고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 등급에 따라 가격은 6만, 8만, 1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기자는 왁싱에 대한 부담으로 중급을 선택했다.
본격적인 왁싱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종 궁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차를 마시며 속사포처럼 질문을 이어갔다. J 씨는 “여성의 왁싱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남성 왁싱은 5년 전쯤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30만 원 정도였던 가격이 2년 전부터는 급격히 수요가 늘며 현재 수준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절에 따른 수요 변화도 있었다. 그는 “겨울철엔 마사지 손님이 더 많지만 날씨가 더워지면 왁싱 손님이 늘어나다가 한창 때는 7 대 3의 비율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간단한 샤워 이후 곧바로 왁싱에 돌입했다. 순서는 뒤쪽부터였다. J 씨는 마사지 베드에 레슬링 종목의 일명 ‘파테르 자세’로 엎드려 항문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항문질환을 앓은 경험이 없기에 타인에게 이 같은 노출을 한 적이 없었다. 초보자에게 왁싱의 가장 큰 적은 ‘수치심’이었다.
J 씨는 초급의 경우 유부남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라고 소개했다. 그들이 초급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성 왁서가 대부분인 숍에 가는 것을 아내가 꺼려 이를 숨기기 위함이다.
유부남도 왁싱을 즐긴다는 말에 40~50대 남성도 이곳을 찾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50대뿐만 아니라 60대도 있다. 음모도 머리처럼 희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 보기 싫다며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왁싱의 단계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눠진다. ①약품으로 털에 묻은 단백질 닦아내기 ②왁스 바르고 뜯어내기 ③핀셋으로 잔여 털 제거 ④ 피부 진정 젤 도포의 순서로 이뤄진다.
약 5분 정도 진행되는 초급 작업 끝에 민망함이 배가되는 앞부분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터넷 상의 다양한 후기를 보면 왁싱 과정에서 수치심을 더하는 것은 노출 외에도 무방비 상태의 ‘접촉’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당수의 이용자가 왁싱을 진행할 때 표면적 자극 탓에 발기현상을 겪고 있었다. 왁서와 고객 양쪽 모두 민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는 과도한 긴장을 하는 첫 번째 왁싱과 달리 고통과 분위기에 익숙한 경험자에게서 더 자주 일어난다.
다행히 기자는 그런 상황만큼은 피했다. 극도의 긴장감과 끊임없는 질문으로 자극을 느낄 심리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왁스를 떼어낼 때의 고통 또한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약 30분간의 시술 끝에 자신의 신체지만 너무나도 어색한 형태의 주요 부위를 마주할 수 있었다. 시술이 끝났음에도 약간의 따끔거림을 호소하자 왁서는 “음모가 빠져 나오며 모공이 열리면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이어 “별다른 사후 관리는 없고 일주일 뒤에 바디 스크럽 제품으로 각질 관리만 하면 된다. 각질이 쌓이면 털이 피부 안에서 자라는 ‘인그로운헤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왁싱된 모습에 연신 어색해하는 기자를 달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옷을 챙겨 입는 기자에게 “반복할수록 털이 얇고 부드러워지기에 꾸준히 찾는 손님이 많다”며 재방문을 권유했다. 대충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서둘러 숍을 나섰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잠시 오피스텔 복도를 서성일 때 정장을 한 30대 후반~40대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상래 인턴기자 scourge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