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좌) 서울시장과 오세훈 전 시장(우) @일요신문DB
[일요신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산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남산 곤돌라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하는 가운데 남산케이블카에 대한 인허가 등 특혜 논란에 대한 파상공세에 들어갔다. 남산케이블카를 54년간 독점 운영해오던 한국삭도공업(주)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08년 서울시가 삭도면허 변경허가를 내줌으로써 사실상 법률적으로 반영구적인 영업을 묵과해 준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박원순 시장은 당시 오세훈 전 시장 시절로 이익·영업권을 환수하는 등 전방위 조치를 통해 서울시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곤돌라사업 추진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 상대적으로 남산케이블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한강르네상스’에 이어 오 전 시장의 치부를 강조하는 등 또 하나의 ‘오세훈 지우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돈 벌며 공공기여 턱없이 부족” 지적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산케이블카 논란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권고한 걸 존중한다”며 “충분한 법적 검토 등 실제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회가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업 독점운영 및 인허가 특혜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준희·특위)에서 행정사무조사활동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한 언급이다.
특위는 지난 2015년 4월 23일 조사위원을 구성한 뒤 기관조사, 문서검증 및 현장방문, 증인조사 등 총 7차례 회의를 거쳐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업 주체인 한국삭도공업(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족벌체제로 인한 재무회계 운영 문제와 안전사고 발생시 대응 등 각종 특혜 시비였다.
특위에 따르면,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업 주체인 한국삭도공업(주)은 최초 설립자 한석진의 아들 한광수 공동대표와 가족들(50.87%), 이기선 공동대표와 가족들(48.64%)이 대부분의 지분(99.51%)을 보유하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체제로, 재무회계 운영이 불투명해 신뢰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했다.
승차 매출과 인건비 과다 계상 등 재무제표상 회기에서 오기 및 착오 입력이 과다 발견됐다. 건설 중인 자산의 회계도 신뢰하기 어려우며, 매출 누락 여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특위는 지적했다.
또한, 1984년 구동축 절단 사고와 1995년 음주운전 사고 등 안전사고에서 명백한 안전수칙 위반과 중대한 사고였음에도 안전관리 의무 위반 또는 중대한 궤도운송사고를 일으킨 경우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궤도운송법 제12조의 적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경미한 수준에서 행정 처분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5년도 12월 삭도·궤도법 개정으로 이용객의 안전·편의 증진과 남산 환경보전 및 주변 교통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등을 위해 사업(변경)허가 시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었음에도, 서울시 주관부서(교통본부)가 2008년 한국삭도공업(주)이 시설변경허가(38인승→48인승)를 신청했을 시 관계 기관인 서울시 푸른도시국, 산림청 등과 충분한 협의 없이 아무런 조건을 부여하지 않은 채 사업자의 요구대로 허가해 준 점을 확인했다. 서울시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남산케이블카 특혜를 눈감아 줘 오히려 반영구적인 영업권을 준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서울시의 천혜 자원인 남산을 사용해 돈을 벌면서도 공공기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한국삭도공업은 남산케이블카로 1년에 83억 원을 벌어들이고, 순수익만 12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용료 명목으로 산림청 토지사용료 4000만 원과 서울시 공원점용료 70만 원을 내는 게 전부다. 다만 2007년 7월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연간 6000만~1억 원을 내고 있다.
서울시와 갈등중인 한국삭도공업(주) 남산 케이블카. 출처=한국관광공사
이에 서울시의회는 남산케이블카 사업의 독점 시정과 공공성 제고를 위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고 인허가 등과 관련된 공무원의 책임규명 및 처벌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또한 서울시장이 케이블카 인허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궤도운송법 개정과 영업기간의 제한, 사업이익 환수, 사용료 제고 등의 행정처분도 요구한 상태다.
서울시의회의 이 같은 조치에 박원순 시장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최초 허가 당시 입법이 미비해 영구적인 영업이 가능한 남산케이블카 독점사업권에 대한 허가기간 규정을 위해 서울시가 특별법 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남산 곤돌라사업 추진시 부담이 될 교통·환경문제 및 이해 당사자의 이해 충돌 등을 공론화시켜 비교우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사업 영역 침범 우려도
실제로 서울시는 곤돌라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처음엔 서울시 차원에서 남산케이블카 철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에 봉착하자 곤돌라사업으로 전환했다. 케이블카 업체를 압박해 케이블카를 직접 철거시키고, 곤돌라 지분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 역시 간담회에서 “서울시가 설치하려는 곤돌라가 잘되면 케이블카는 저절로 사라질 거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는 남산 예장자락 친환경 교통시설인 곤돌라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10인승 20기의 자동순환식 모노케이블카를 서울시가 입찰공고(턴키)를 통해 위탁 운영할 방침으로, 총 사업비는 188억 원이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추진한 남산 곤돌라사업은 지난해 12월 공청회를 거쳐 이번 달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시의회에서 의결하고 6월 도시계획시설 결정과 입찰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으며,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규제 개선을 건의한 상태다. 서울시는 곤돌라사업으로 생산유발 725억 원, 부가가치유발 335억 원, 취업유발 767명 등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업체를 고사시키면서까지 공공기관이 민간사업 영역을 침범하는 나쁜 선례라는 우려와 함께 환경단체의 반발도 여전하다. 여기에 서울시의 곤돌라사업은 남산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려던 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과 차별을 강조하며, 더 나아가 오 전 시장의 이미지를 지우려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비난도 더해지고 있다. 특위 조사결과에 대해 중복성 논란과 환경보전 등 반대입장을 수그러뜨리기 위해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서울시의 행정 문제 등을 크게 부각시켜 ‘오세훈 지우기’에 대한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수정하고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는 등 ‘오세훈 지우기’에 열을 올렸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나아가 최근 잠실운동장 개발과 광화문 확장 및 지하화 등 ‘박원순표’ 서울시 빅 프로젝트가 연신 발표되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남산 곤돌라사업마저 ‘박원순 치적 쌓기’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남산케이블카’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말 많고 탈 많아도 최고 명물이었는데… 남산케이블카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남산케이블카는 제분회사를 하던 한석진 씨가 사업차 외국을 방문하면서 케이블카를 눈여겨본 뒤 국내에 도입해 당시 2억 3000만 환(2300만 원)을 들여 만들었다. 남산 케이블카는 1961년 9월 16일 기공식을 거쳐 1962년 5월 12일 운행을 시작했다. 요금은 개통 당시 왕복 400환(대인기준, 40원)이던 것이 지금은 8500원이다. 남산케이블카는 최초 운영 당시부터 서울시민은 물론 전국적인 인기와 관심을 모았다가 최근 한류로 인한 중국, 일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등 남산과 서울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13년엔 연간 이용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50년 동안 남산 케이블카를 이용한 사람은 3000만 명이 훌쩍 넘어섰다. 대기시간도 초기 2시간에서 지금도 1시간 이상으로 인기가 여전하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조사결과, 남산 케이블카 이용 시민 다수(59.2%)가 현 남산케이블카의 소유·운영주체를 공공기관(서울시, 관광공사 등)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용객의 대다수(95.2%)는 남산케이블카 운영주체로 민간사업자보다는 공공기관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남산케이블카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한편,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이 계획대로 운영되면 남산케이블카의 이용객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시의 케이블카 철거 의지가 강해 남산의 명물이었던 케이블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