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안팎에선 이번 산업은행 감사와 관련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현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에 대한 ‘책임 언급’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감사원 건물. 최준필 기자
대우조선은 지난해에만 3조 527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2013~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손실도 추가로 2조 원이 발생해 손실 규모는 5조 5000억 원을 넘어섰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18조 6193억 원, 부채 비율은 7300%에 이른다.
회사가 자본잠식의 위기에 직면하는 동안 산업은행은 별다른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4조 원대의 돈을 풀었지만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호전되지 않았다.
대우조선에 파견된 ‘산업은행 경영관리단’은 부실 경영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2005년부터 채권단인 수출입은행, 농협 등과 함께 대우조선 본사에 내부 경영 관리 인력을 파견해 왔다. 감사원은 이들이 2011~2012년부터 대우조선의 경영실적 악화와 회계 조작 의혹 등을 알고 있었는지, 이를 알고도 자신들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감사원은 산업은행 출신 대우조선 임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의혹은 ▲분식 회계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회계 조작에 가담했는지 ▲회계법인과 공모했는지 등이다.
대우조선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딜로이트안진)은 지난 4월 “2조 원대의 회계 오류가 있었다”며 회사 측에 재무제표 수정을 요구했다. 앞서 딜로이트안진은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2조 원대의 손실을 숨기고 수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을 때 이를 적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이 회계 오류를 방기했다’는 지적이 감사 결과에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갑중 전 부사장(2012년 3월~2015년 3월)은 산업은행 재무본부장(부행장) 출신이다. 그 후임인 김열중 부사장 역시 산업은행 재무부문장(부행장)을 지냈다. 이들은 분식회계 의혹의 열쇠를 쥔 인물들로 사정당국의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검찰은 최근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과 후임인 고재호 전 사장을 출국금지시켰다. 이는 지난해 말 대우조선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서울중앙지검 등에 ‘경영진의 부실 경영 책임 여부 등을 수사해야 한다’며 진정을 넣은 데 대한 조치로 전해진다. 고 전 사장은 회사의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급여와 퇴직금 등 명목으로 21억 5400만 원의 보수를 챙겨갔다.
남 전 사장은 재임 당시인 2006~2012년 ‘문어발 인수합병’ 등으로 회사의 경영 악화를 초래한 장본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앞서의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이 2011~2012년께 대우조선 사장을 연임해 보려고 ‘여러 노력’을 했는데 잘 안 됐다”며 “후임(고 전 사장)도 그렇고 (연임을 하려면) 실적을 부풀려야 했는데 이번 사장(정성립 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들어와 곪았던 게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 출신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산업은행 사옥, 일요신문 DB
감사원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을 포함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여러 고발 대상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딜로이트안진 쪽은 배제됐으며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의 일부 실무진 및 전직 임원이 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안팎에선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현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에 대한 ‘책임 언급’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에 눈을 돌렸다. 정부 차원의 장려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노르웨이 등 해외 곳곳의 대형 플랜트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매출을 늘렸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은 독이 됐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부문 원가율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을 적자 경영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다년간의 ‘저가 수주’를 산업은행이 묵인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지점에서 각각 산업은행 최종 결재권을 갖고 있던 강 전 행장과 홍 부총재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해양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대준 곳이 국책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팎에서 제기된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강 전 행장과 홍 부총재에 대한 제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홍 부총재는 2013년 산업은행 회장 취임 당시 해양플랜트 업황은 이미 악화됐다. 사전 수주 물량의 수익 저하가 홍 부총재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강 전 행장의 경우는 국가 기간산업체인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을 끊을 수 없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실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산업은행의 당시 (지원) 결정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옹호론’을 편 바 있다.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 이들 두 행장의 ‘과실’이 확인되면 향후 감사는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금융위)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위는 대우조선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26일 “국책은행(산업은행)이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을 상대로도 감사를 진행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 지원 적정성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모뉴엘 사태’ 때처럼 부실 심사에 따른 대출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