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변호사 출처 = YTN
지난 10일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법조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홍만표 변호사의 사무실과 집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당사자인 최유정 변호사(현재 구속)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 만이다.
사건 초기 거물급 전관인 홍 변호사가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 것이란 전망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 검찰은 최유정 변호사 측과 법조브로커 이 아무개 씨(현재 수배) 등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인 것과 다르게 홍 변호사와 관련한 조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항간에 떠도는 ‘H 변호사’가 홍만표 변호사라는 사실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이 더 이상 침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실명이 공개적으로 나왔으니 법조계나 언론계의 ‘침묵의 카르텔’도 깨졌다. 그럼에도 압수수색은 여전히 늦은 감이 있다”라고 전했다.
‘H 변호사’인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의 8인 로비 리스트에도 등장한 바 있다. 그만큼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핵심 관계자였던 셈이다. 현재 홍 변호사는 ‘법조 로비’ 및 ‘부당 변론’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홍 변호사가 변론을 할 때마다 정 대표의 사법처분 수위가 낮아진 정황은 이를 뒷받침한다. 2014년 정 대표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았지만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정 대표는 또 다시 해외 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형됐다. 당시 변론은 모두 홍 변호사가 맡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홍 변호사가 정식 변론 절차를 밟지 않고, 전화 변론이나 개별 접촉방식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탈세’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 연 90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만큼 세금이 누락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3년 월 7억 6400만 원, 연 91억 6800만 원을 벌어들여 법조인 소득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법조계에서는 소문으로만 듣던 홍 변호사의 막대한 소득이 실제로 확인되자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홍 변호사 사무실 인근의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퇴임한 이후에도 말 그대로 ‘서초동 스타’였다.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는 얘기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 전화 한 통 넣는 것에 ‘1억’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었고, 사건도 싹쓸이하고 사무장도 여러 명을 두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 변호사의 고액 소득 원천은 거물급 전관이라는 타이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꼼꼼한 일처리와 퇴임 후에도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점이 사건 의뢰인들에게 신뢰감을 높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연 ‘91억여 원’의 초고액 소득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재직 시절 홍 변호사의 소득은 말 그대로 ‘소박’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홍 변호사(당시 기획조정부장)는 13억 300여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당시 홍 변호사의 재산은 본인 소유의 서울 강남 270평 땅(3억 6000여만 원), 41평 아파트(13억여 원), 배우자 소유의 중형차(559만 원)가 전부였다. 특히 은행 예금은 전무했으며 채무는 4억 1900여만 원에 달했다. 채무의 원인으로는 대출금 일부 변제, 자녀 학비 대출 등이었다. 당시 법조계 고위공직자 평균 재산이 20억 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홍 변호사의 재산은 평균에도 들지 못했다. 순위로는 50위권 밖으로 파악됐다.
이런 홍 변호사가 2년 만에 막대한 소득을 올리자 그가 맡은 사건 면면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 가장 회자되는 사건은 다름아닌 ‘CTS 감경철 회장 횡령 사건’이다. 감경철 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CTS 신사옥 건축 과정에서 약 150억 원의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감 회장의 변론을 맡은 이는 변호사 사무실을 막 개업한 홍 변호사였다. 검찰은 CTS 사옥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이듬해인 2012년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당시 감 회장이 유력한 횡령 혐의가 있음에도 검찰 수사가 유야무야된 배경에 홍 변호사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이러한 의혹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민원을 넣었다. CTS 횡령수사 다시 한 번 봐 달라고. 대검 기조부장이었던 홍만표 검사가 변호사가 되면서 CTS 관련 수사가 잘 되다가 다 기각됐다는 것이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봤더니 검찰이 ‘홍만표 부장에게 빚진 게 있다. 이번에 갚아야 한다’라고 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입김 의혹과 더불어 주목되는 건 당시 사건의 수임료다. 서영교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믿을 만한 제보자에게 당시 홍 변호사의 단건 수임료가 4억 8000만 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수임료 액수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는 변호사 통해서 들어봐도 그 정도 액수는 어디에도 없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당시 사건을 잘 알고 있는 한 핵심 관계자 역시 “홍 변호사와 억대 수임료 및 로비설이 한 몸통으로 따라다녔다. 일각에서는 수임료를 다 포함해 ‘100억’이 오고 갔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홍 변호사의 영향력이 대단했다”라고 전했다.
결국 검찰 퇴임 직후 맡은 CTS 사건이 홍 변호사의 ‘몸값’을 가늠케 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홍 변호사는 이후에도 굵직굵직한 사건을 독식하며 서초동을 주름잡았다. 개업 3년차인 2013년 2월에는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재판을 받던 한화 김승연 회장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으며, 그해 7월에는 CJ그룹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변호를 맡았다. 당시 또 다시 억대 수임료가 오갔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그해 홍 변호사의 연 소득은 91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한솔그룹 3세의 ‘병역법 위반’ 사건을 수임했다. 한솔 3세인 조 아무개 씨는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하는 척하면서 어머니가 구해준 오피스텔에서 지낸 혐의를 받았다. 당시 병역 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검찰은 아들 조 씨와 산업체 대표 강 아무개 씨만 기소하고 어머니는 처벌하지 않아 홍 변호사를 향한 ‘전관예우’ 아니냐는 의구심이 쏟아졌다. 그해 9월에는 100억 대의 회사 돈 횡령 혐의로 고발당한 참엔지니어링 한인수 전 회장 사건의 변론에 참여했다. 착수금만 수억 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굵직굵직한 사건 외에도 홍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숱하게 많아 수임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비공식 변론 등으로 벌어들인 돈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홍 변호사가 수임료를 기재한 ‘비밀장부’가 있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검찰에서 관련 첩보를 듣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홍 변호사의 ‘탈세’ 부분에만 집중해 정작 ‘변호사법 위반’이나 ‘법조 로비’ 등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핵심 수사에는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진다. 압수수색 이후 홍 변호사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로 소환조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만 갖고 소환조사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압수물을 토대로 수임료와 수임 내역 전반을 분석하고 의혹을 검증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노무현 수사 검사’ 홍만표 변호사는 누구? 홍만표 변호사는 강원 삼척 출신으로 D고, 성균관대를 졸업해 사법연수원 17기로 검찰에 임관했다. 1991년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평검사 시절 서울지검 특수 1, 2, 3부를 모두 거치고 대검 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두루 맡았다.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홍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재경, 김경수 변호사와 함께 ‘17기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손에는 여러 굵직한 사건들이 거쳐 갔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가 연루됐던 한보그룹 비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다. 전직 대통령만 3명을 수사한 셈이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당시에는 대검 11층 창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2006년 회갑 선물로 억대 명품 시계를 건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검찰 수뇌부가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홍 변호사(당시 대검 수사기획관)는 “검찰 내부에 형편없는 ‘빨대’(정보원)가 있다는 것에 대단히 실망했다.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에도 홍 변호사는 대검 기조부장을 역임하면서 2010년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에서 검찰 측 실무책임자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검찰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자 이에 반발해 책임을 지고 2011년 사표를 던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누적된 피로로 뇌출혈이 생겨 대수술을 하기도 했다. 후배 검사들의 존경과 박수를 한몸에 받은 그의 퇴임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훌륭한 인재를 잃었다”는 평이 나왔다. 다만 변호사 개업 이후에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사건들을 대거 수임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수많은 사건들을 싹쓸이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너무 돈만 밝히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