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와 최 씨가 지난달까지 동거하던 거주지.
하지만 경찰 발표는 여기까지다.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불거진 다양한 미스터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매체에선 동네 주민들이 최 씨를 보지 못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실제로 그 둘이 동거를 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이 그 전에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가 여관 카운터에서 일하다 처음 만난 것인지에 대한 의혹 역시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찾은 조성호와 최 씨가 살던 인천시 연수구 소재 원룸 근처를 찾았지만 그 인근에선 이번 사건 이전부터 두 사람을 알고 지내던 사람은 찾지 못했다.
다만 이들이 동거했던 집을 사건 이전에 직접 가본 사람은 만날 수 있었다. 조성호가 밥을 시켜먹던 식당에서 밥을 배달했던 식당 종업원이다. 그 종업원은 조성호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종업원은 “평소 많은 집에 배달을 다녀 특정 집에 누가 주문을 하는지 웬만큼은 기억하는데 조 씨도 기억이 난다. 항상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쯤 밥을 주문했고 피곤한 행색을 띠고 있어 밤에 일을 다니나보다고 생각했다”며 “방 구조가 현관과 방이 미닫이문으로 구분이 돼 있는 분리형 원룸이었다. 배달을 갔을 때는 항상 미닫이문을 닫고 나와 방 안을 볼 수는 없었고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문가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던 것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처음에 배달을 시키면 다음 번 배달을 위해 주소와 핸드폰 번호를 저장해둔다”며 “항상 조성호가 현금 계산으로 주문을 했고 가장 마지막으로 주문을 한 것은 3월 29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배달 기록에 따르면 조성호는 지난 3월 22일과 28일에는 1인분만 시키다가 마지막으로 주문을 한 29일에는 삼겹김치찌개와 카레덮밥 등 2인분을 주문했다. 3월 29일은 조성호와 최 씨가 심각하게 말다툼을 한 전날이다.
조성호는 지난 4월 13일 최 씨를 살해하고 4월 26일 최 씨의 시신을 대부도 방조제에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한 이후 대부도에 시신을 유기하기 전까지는 욕조에 방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씨의 시신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는지 3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경찰도 처음 조성호를 검거할 때 집주소를 알지 못했었는데 우리 식당에 와서 핸드폰 번호를 조회해보니 주소가 나와 바로 검거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전에 조 씨가 식당에 와서 밥을 먹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호가 지난 3월까지 주문한 식당 메뉴 내역.
부동산 관계자는 최 씨가 원룸 계약 당시 이전 주소를 적는 란에 인천 소재의 주소를 적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가 5년여 전부터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하는데 가족을 떠난 뒤에도 인천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역시 이들이 원룸 계약을 한 직후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었다. 이들이 함께 산 기간은 2월 말부터 최 씨가 살해당하기 전인 4월 중순까지로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최 씨 가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아무개 씨(여·48)는 “현장 검증 당시 최 씨의 가족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보통 피해자 가족들이 피의자를 보러와 욕을 하고 분통을 터뜨리는데 피해자 가족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의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성호를 검거한 뒤에는 피해자 조사를 더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최 씨가 보통 신장보다 작은 키를 갖고 있었던 미혼 남성이었고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던 것 이외에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의 거주지 인근에는 원룸 빌라와 부동산이 즐비해 있었다. 간간이 주택가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히잡을 쓴 여성들도 보였다. 또 다른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이곳에서는 송도 건설 현장이나 남동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산다. 주로 우즈베키스탄이나 동남아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낮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밤에 자러만 온다”며 “주로 6개월 단위로 단기 계약을 해 인구 이동이 잦아 누가 어디에 사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성호는 4월 13일 최 씨를 살해한 뒤 의정부 본가로 갔다가 4월 16일 집에 돌아와 10여 일 동안 시신과 함께 지냈다. 시신에서 부패한 냄새가 나자 훼손하기 시작해 살해한 지 13일째인 4월 26일 시신을 유기했다.
그동안 조성호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경찰은 조성호를 검거한 이후 우발적 범행이라고 발표했으나 13일 조성호의 범행이 단독적이며 계획적이었다고 최종 결론을 냈다. 조성호는 “최 씨가 너 같은 놈을 낳아준 부모는 다 똑같다. 내 눈에 보이면 다 죽이겠다 등의 욕설을 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백했다. 그렇지만 잔혹한 사체 유기 등을 놓고 볼 때 살해 동기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많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지난 4월 13일 자정께 술에 취해 집에 온 최 씨가 잠을 자고 있던 조성호를 깨워 또 욕설을 퍼붓자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망치로 최 씨를 살해했다. 최 씨를 살해하는 도구로 쓰인 망치는 조성호가 전날 공장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조성호는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으로 망치를 집에 가져갔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또 최 씨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살해한 점도 계획범행의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이날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조성호를 검찰에 송치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조성호는 누구인가? 다양한 직업 전전…검거 이틀 전까지 사업 아이템 구상 피의자 조성호의 신상이 공개되며 조성호의 과거가 세상에 낱낱이 알려졌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성호가 했던 일이 매우 다양했다는 것이다. 조성호는 의정부에서 태어나 서울의 한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게임기획전문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본인의 SNS에는 ‘게임기획전문가 자격증 시험이 10일 앞으로 당겨져 왔다. 나의 결실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또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에 함께 나갈 파트너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에는 ‘게임을 하고 싶은 건지 만들고 싶은 건지 헷갈린다’는 글을 남기기도 해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애견카페 운영당시 모습. 이 씨는 “작년 11월부터 배우 일을 하다가 여배우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일도 함께 했다. 주로 스케줄 관리를 하고 촬영할 때 픽업해주는 일을 했다. 여관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투잡으로 이 일을 병행하다가 여관에 몰두하겠다고 해서 올해 2월쯤 그만뒀다. 최 씨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성인영화를 찍는 회사로만 나와 피해가 크다. 아직 시작하는 회사라 영화를 제작하지는 않지만 성인 영화뿐만 아니라 상업 영화와 일반 영화의 캐스팅도 두루두루 맡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호는 최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이후에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인생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글도 남겼고 자신의 살이 빠진 것을 걱정했다. ‘10년 안에 3억 원을 모으고 꿈을 이루겠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되기 이틀 전까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다는 등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했던 흔적도 발견됐다. [최] |
범죄분석 전문가들이 본 조성호 “전형적인 한국형 사이코패스” 범죄분석 전문가들은 조성호의 범행수법을 분석함으로써 조성호의 성향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조성호가 사이코패스냐 소시오패스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것. 한편 경찰의 심리분석 결과에선 조성호가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성향을 둘 다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고 범죄심리분석을 한 결과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의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범죄분석 전문가들은 조성호를 사이코패스로 보고 있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성호를 한국적인 사이코패스로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성호의 계획적 범행과 사체처리 방식을 봤을 때 보다 한국적인 사이코패스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사체를 토막 낸 범죄자들의 사체 처리방식과 매우 다르다. 보통 관절 위주로 잘랐던 수법과 다르게 조 씨는 가로로 자르는 패턴을 보였다”며 “계획범죄임에도 범죄를 저지르는데 성급했기 때문에 사전 조사 없이 사체 처리와 유기에 서툴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성호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분노조절장애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 씨가 성급하게 범행을 저질렀던 데에는 분노조절장애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된 적이 없어 좌절이 컸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분노가 누적됐을 것이고 최 씨와 동거하면서 쌓였던 분노가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조성호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조성호의 정서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원룸에서 시신과 열흘 동안 같이 있었고 피해자를 끔찍하게 살해했지만 현장검증에서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과 미안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경찰이 분석한 사이코패스 검사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한 것이라 추후 전문가 통한 절차를 더 진행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경찰이 진행하는 조사는 전과범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사기 전과밖에 없던 조성호의 사이코패스 특질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 역시 사이코패스 검사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식적으로 시행하는 사이코패스 검사는 PCLR 검사인데 검사 항목이 국내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며 “나라마다 인종, 환경이 달라서 검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성호가 망치를 미리 준비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 역시 조성호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