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부대’에 사무실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A 단체의 연구원 사무실. A 단체가 산자부의 예산을 타낸 과정과 관련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2013년 30~40명 규모로 설립된 엄마부대는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보수진영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며 유명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며 상복을 입고 시위를 벌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엄마부대는 불과 2년여 만에 전국 회원 수가 약 1300명에 달하는 대형 단체로 성장했지만 공식적인 사무실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엄마부대가 A 단체로부터 사무실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또 엄마부대가 A 단체 바로 옆 사무실을 I 사라는 이름으로 임대해 몇 개월간 사용했던 것도 새롭게 드러났다. 엄마부대가 왜 본인들 이름이 아닌 I 사 이름으로 빌렸는지 의문이다.
주옥순 대표는 “A 단체와 엄마부대는 관련이 없다”면서도 “엄마부대가 돈이 있어 뭐가 있어. 사무실 한쪽에 그래도 우리를 봐줘서, 열심히 애국운동 한다고 옆에 한 귀퉁이에 얻어서 하다가(I 사 사무실로 추정) 임대료가 비싸서 이사 가야 한다고 해 할 수 없이 그 옆에 겨우 겨우 좋으신 분(A 단체)들을 만나가지고 거기서 조금 얻어서 썼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 역시 엄마부대 인사들이 A 단체 사무실을 자주 방문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A 단체 관계자들은 “엄마부대 측이 우리가 소유한 강당에서 몇 번 행사를 한 것은 맞지만 어떤 단체든 신청하면 이용료를 내고 강당을 사용할 수 있다. 엄마부대는 자신들과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옆 사무실을 이용했다”고 부인했다. 주 대표가 왜 자신들과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A 단체 대표와 주 대표는 자칭 애국보수 언론계 인사들이 좌편향된 방송과 포털을 개혁하기 위해 만든 ‘바른언론연대’ 출범식에 함께 참석했으며,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 후에는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집회도 열었다.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했던 두 단체가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던 것이다.
A 단체는 청소년 단체를 만들어 탈북자 증언 행사, 미국 대사 쾌유 기원, 이승만 재평가 강연 등의 사업을 벌였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보수화 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다. 해당 청소년 단체는 통일부 지원을 받아 탈북자 증언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당시 얼마를 지원한 것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 지원한 것인지 등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A 단체가 지난 2014년 설립한 연구원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로부터 2014~2016년까지 3년간 5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타냈다는 것이다. A 단체가 직원이 5명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라는 것을 감안하면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그런데 A 단체가 산자부로부터 예산을 타낸 과정이 미심쩍다. A 단체는 지난 2014년 7월 16일 연구원 법인을 추가로 설립했다. A 단체는 법인이 아니라 사업자등록만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연구원 법인을 새로 만든 것. 불과 한 달여 뒤인 9월 5일 산자부는 2억 5000만 원짜리 ‘공유가치 창출 전문가 양성과정’ 사업 입찰 공고를 냈는데 A 단체 연구원이 낙찰을 받았다.
또한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 단체 연구원 설립 목적 중 하나는 공유가치 창출 전문가 양성 교육 및 교재 개발이다. 이는 산자부가 공고한 사업명과 흡사한 내용이다. A 단체 연구원이 입찰 정보를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산자부 측은 모두 ‘우연의 일치’라고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공유가치 창출 전문가 양성이라는 말은 흔히 쓰이는 말 아닌가.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 미리 정보를 흘린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직원이 5명 정도에 불과하고 설립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단체가 2억 5000만 원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능력이 있느냐고 묻자 산자부 측은 “사업계획서 상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해당 연구원이 선정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산자부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다. 정상적인 입찰과정을 통해 A 단체 연구원이 선정된 것”이라며 “A 단체가 엄마부대와 연관된 단체라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해당 사업에 책정된 사업비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 단체 연구원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 2014년 10월 20일부터 12월 12일까지 한 달 반 동안 외부강사를 초청해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1회당 참가한 인원은 30~40명 정도로 전해진다. 그런데 무려 2억 5000만 원이 책정됐다. 여기엔 A 단체 직원 5명에 대한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산자부 측은 “교육뿐 아니라 교육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 인턴 취업, 창업지원 연계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었다. 사업이 끝난 후 회계 감사를 했고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사업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인 것인지 상세한 내역을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산자부 측은 “사업비 내역을 공개하면 연구원 측과의 계약 내용까지 유출되기 때문에 공개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A 단체 연구원은 다음 해에도 같은 사업에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해 선정됐다. 2015년에는 사업비가 1억 원으로 줄었지만 10월 1일부터 11월 26일까지 총 16차례 밖에 강의가 진행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1억 원도 적지 않은 액수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특강만 진행하면 되는 1억 원짜리 사업에 단 한 업체밖에 지원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산자부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상적으로 입찰공고를 냈고 입찰에 참여한 단체가 A 단체 연구원뿐이라 한 차례 유찰시킨 후 재입찰공고까지 냈다. 그래도 입찰에 참여하려는 단체가 없었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입찰에 참여하려는 단체가 없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산자부 측은 “다른 정부 기관도 우리와 똑같은 절차를 통해 입찰공고를 낸다”고 답했다.
A 단체 연구원은 올해도 산자부가 입찰공고를 낸 ‘공유가치 창출 전문가 양성과정’ 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해 낙찰받았다. 사업비는 2억 원. 앞서의 사업과 합산하면 지난 3년간 A 단체가 산자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지원받은 금액만 5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이뿐 아니라 산자부는 지난 2014년 ‘기업가정신주간’이라는 행사를 개최하면서도 A 단체 연구원을 지원했다. 당시 산자부가 A 단체 연구원에 얼마를 지원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