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자체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논란이 될 만하고, 영화를 본 후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곡성’을 넣으면 ‘곡성 결말’ ‘곡성 해석’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줄을 잇는다. 그만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많은 관객들이 이 논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곡성>은 충분히 의미 있고, 꼭 챙겨볼 만한 작품이다.
이런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곡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한다. 물론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영화를 이미 본 독자라면 환영이지만, 아직 보지 않았다면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워낙 난해하고 상징이 많은 영화라 미리 이 글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이 이해를 도울 수도 있다.
‘곡성’에서 일본인 역을 맡은 쿠니무라 준.
# 낚시
<곡성>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다. 주인공 종구(곽도원 분)은 자신의 딸이 이상증세를 보이자 “왜 나인가?”라고 묻는다. 이에 무당 일광(황정민 분)은 “그 놈은 낚시를 하고 있는 거다. 낚시를 할 때 무엇이 딸려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 초반부에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는 일본인(쿠니무라 준 분)이 아예 낚시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더 나아가 나홍진 감독은 영화 곳곳에 미끼를 던져놓고 관객들이 이것을 물길 원한다. 주제를 알려주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나 감독은 관객을 상대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금어초
<곡성>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이 금어초다. 첫 살해 현장에 간 종구도 금어초를 발견한다. 이 꽃은 풍성하고 아름답게 피지만 죽은 후 말리면 해골 형상을 띤다. 그래서 ‘죽음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이 꽃의 꽃말은 수다쟁이, 욕망, 오만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말을 전하며 소문을 키우고 이 과정에서 의심에 사로잡힌다. 그 의심이 악마의 힘을 키우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금어초는 <곡성>의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인 셈이다.
‘곡성’의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인 금어초.
일본인을 보며 관객들은 수차례 고민한다. 과연 악마인가? 의심받는 평범한 인간인가?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이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일본인은 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보조사제가 의심을 품고 자신을 찾아오자 비로소 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일본인은 한 번도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다. 외부에서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는 움직인다. “당신이 나를 악마라 한다면 나는 악마인 거 아닌가?”라는 그의 질문에 답이 있다. 결국 일본인을 향한 숱한 의심과 미움이 그를 악으로 규정하고 더 사악하게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 일광
관객을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존재다. 무당인 그는 당초 귀신에 씐 듯한 종구의 딸을 구하기 위한 굿판을 벌인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굿판이 진행될수록 종구의 딸은 더욱 고통스러워한다. 게다가 그가 악마를 퇴치한다고 말뚝을 박는 존재가 바로 장승이다. 장승은 대대로 악귀를 물리치는 동네의 수호신으로 불린다. 그런 장승을 뽑아 말뚝을 박는 모습에서 그의 정체성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일광이 악마로 분류되는 일본인과 같은 훈도시를 입고 있는 모습 역시 커다란 상징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광이 살을 날릴 때 일본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하나? 일광은 효진에게 살을 날린 것이고, 일본인은 죽인 이를 좀비로 부활시키기 위한 의식을 치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장면을 교차 편집한 것은 관객을 현혹시키기 위한 감독의 ‘편집의 묘’로 보는 것이 옳다.
# 사진
일본인과 일광이 한 패임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장치다. 일본인은 피해자들의 생전 사진과 죽은 후 찍은 사진을 갖고 있다. 일광 역시 후반부에 종구의 집을 찾아온 뒤 그의 가족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또한 그의 차에서는 다른 피해자들의 사진이 무더기로 발견된다.
과거 어른들은 사진 찍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사진 안에 모습이 갇히면 영혼까지 갇힌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곡성>의 사진 찍기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무명
<곡성>에서 무명(천우희 분)이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배역이라 할 수 있다. 무명의 정체가 영화 전체의 흐름을 잡는 주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무명의 정체를 두고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고민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가 선인지 악인지 헷갈린다는 이들도 있다. 무명이 효진의 머리핀을 바닥에 두거나, 피해자들의 소지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기괴한 분위기가 이런 의심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분명한 악인인 일본인, 일광에 맞선다는 것만으로도 무명의 존재는 분명해진다. 그는 마을과 주민을 지키려는 수호신이다. 살해 현장에서 발견되는 금어초는 무명이 쳐놓은 결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결국 의심에 차서 무명을 믿지 않고 악의 힘을 크게 만든다. 그때마다 금어초는 시들어 해골 형상이 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