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맨부커상은 지난 1969년 영국의 종합물류유통회사 부커가 제정한 상으로 2002년부터 금융기업 맨이 후원하고 있다. 이때부터 상 이름도 부커상에서 맨부커상으로 변경됐다. 맨부커상은 맨부커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맨 아시아 문학상 3가지 종류가 있다. 맨부커상은 영국연방국가 작가의 작품,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어로 출판된 영연방 이외 국가 작가의 작품이 대상이다. 맨 아시아 문학상은 아시아 작가에게만 주어진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씨(오른쪽)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사진출처=맨부커상 공식 트위터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보이트 톤킨 인디펜던트 선임기자는 “<채식주의자>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힘 있는 소설이며 맨부커상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채식주의자>를 선택했다”며 “이 책은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꿈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엠마누엘 로만 맨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강과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우리는 이렇게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을 줘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 씨는 지난 1970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이후 1980년에 서울로 올라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한 씨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시인으로 데뷔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과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됐다. 다음해 그는 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공식 등단했다. 한 씨는 지금까지 장편소설 6권, 소설집 3권, 시집 1권을 발표했으며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문학상, 2015년에는 황순원문학상까지 받았다. 현재는 서울예술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작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 씨의 가족은 문인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 한승원 씨(77)는 지난 1968년 소설 <목선>으로 등단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다. 한 씨 남편 홍용희 씨(49)는 문학평론가이자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홍 씨 역시 김달진문학상, 유심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한 씨의 오빠인 한동림 씨도 지난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변태시대>라는 작품으로 등단한 소설가다.
이번에 수상한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 씨가 지난 2004년 발표해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소설은 어릴 때부터 육식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는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죽음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문학을 전공한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를 통해 영국 현지에서도 출판됐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지를 포함해 총 25개국에 해외판권이 팔렸다.
한 씨는 당시 ‘작가의 말’에서 “2002년 겨울부터 2005년 여름까지 이 세 편의 중편소설을 썼다. 따로 있을 때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해지면 그중 어느 것도 아닌 다른 이야기-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기는 장편소설이다. 이제 제자리에 맞추어놓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채식주의자>는 지난 2010년 임우성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됐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데뷔한 이 영화는 미국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의 초청도 받았다.
한편 한 씨의 수상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한 씨 수상 직후 약 4시간 만인 오전 10시까지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전일 대비 11.2배 상승했다고 전했다. 하루 180권 팔리던 소설이 이날 오전 4시간 동안에만 2000권이 팔린 것. 또 다른 인터넷서점 알라딘 역시 오후 1시까지 하루 판매량이 2000권이 넘었다고 전했다.
맨부커상 수상이 발표된 이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출처=예스24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