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은 소박하고 깨끗한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인도차이나와 말레이 반도에는 코발트빛의 아름다운 해변이 많이 있습니다. 푸켓, 하롱베이, 코타키나발루, 발리, 페낭, 랑카위, 바탐 등. 인도차이나에 살면 이 해변들은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미얀마에는 ‘미얀마의 나폴리’로 불리우는 나빨리 비치와 웨이싸웅 비치가 개발되고 최고급 리조트가 속속 들어와 외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최고의 휴양지 시아누크빌이 있습니다. 옛 이름은 캄퐁솜입니다.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남서부 해안에 있는 시아누크빌은 수도 프놈펜에서 230km 거리로 버스로는 5시간 걸립니다. 1950년대에 항구도시로 개발된 휴양지이지만 앙코르와트와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연계관광이 좀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씨엠립과 시아누크빌 간에 항공편이 있어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인도차이나의 유명 해변과 달리 때묻지 않은 순수함입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시게 흰 모래사장, 맑고 한적한 섬들, 싱싱한 해산물이 있는 곳입니다. 노천 씨푸드점이 해변에 맞붙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투명한 바다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빅토리 비치와 오쯔띠알 비치 사이에 타운이 있습니다. 재래시장과 버스터미널, 은행 등의 주요시설이 몰려 있습니다. 오쯔띠알 비치는 하얀 모래의 긴 해변이어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고,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많습니다. 해변의 북쪽은 세렌디피티 비치라고 부르고 가장 인기 있는 해변입니다. 코롱섬(Koh Rong Saloem)으로 가는 ‘파티보트’도 운치가 있습니다. 섬으로 가면서 씨푸드와 스노클링을 즐깁니다. 투명한 바다와 눈부신 태양을 간직한 섬입니다.
닥터 백(왼쪽)이 간호학과 학생들과 해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해변도시에 종합대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이 대학에는 한국어학과와 간호학과가 유명합니다. 닥터 백은 자신의 ‘편안한 노후’를 접고 캄보디아로 왔습니다. 이 대학에서 부총장으로 지내며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기초의학을 강의했습니다. 열악한 의료현실을 보며 간호학과 학생들과 매주 토요일 무의촌으로 가 봉사했습니다. 교수로서 받는 보수는 재정이 어려운 학교에 기부했습니다. 그는 인도차이나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05년 인도네시아 아체주 쓰나미 참사 때, 2008년 미얀마 나르기스 태풍 수해 때, 2014년 필리핀 타클로반 태풍 때도 자신의 일을 멈추고 지원단체와 함께 달려온 사람입니다. 의사가 절실히 필요한 현장에 자비를 들여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미얀마에는 빈민아동들을 위한 진료가 절실합니다. 먼 벽촌에서는 병원이 너무 멀어 허다하게 죽어갑니다. 응급처치를 해서 대도시 병원으로 옮겨주는 진료소만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진료소에는 우선 간호사만 있어도 됩니다. 이런 현실을 알기라도 하듯 정말 이분이 오셨습니다. 저와 우연히 만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지 몇 달 후, 아예 짐을 싸가지고 제 곁으로 오신 것입니다. 아직도 전문분야 간호사로 일하는 부인이 허락했다고 합니다.
내일은 이분이 처음으로 한 부족의 빈민아동들을 진료하는 날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입니다. 제가 간호사 일을 맡아야 합니다. 섬세한 통역도 필요합니다. 이 나라의 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부딪쳐보기로 합니다. 이분의 ‘노후’를 보면서 우리들의 ‘노후’를 생각해봅니다. 노후에는 혼자서도 잘 살아야 합니다. 하루를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베풀며 살아야 합니다. 인도차이나에는 우리들의 노후를 기쁘게 보낼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가 베풀 것들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