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5일부터 ‘강아지 공장 철폐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 서명 인원은 15만 명이 넘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강아지 번식업자들은 1년에 수차례 강아지를 강제 임신시키고 불법 마약류를 사용해 어미 배를 갈라 새끼를 빼낸다. 대다수의 번식업자들이 이런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법은 개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 이런 까닭에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법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런 번식장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 몇 년간 수차례 조사에 나섰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번식장 몇 곳을 찾아가봤더니 모든 우리가 뜬장으로 돼있었다. 개의 대변을 쉽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런 곳에서 자라서 땅을 못 밟아본 개는 관절 기형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대부분 사료를 주지 않고 폐기물을 먹인다. 강제교배를 위해 발정제 주사를 놓기도 하고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는 개는 개소주집에 팔거나 안락사를 시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빠른 출산을 위해 거의 대부분 제왕절개를 하고 있다”며 “제왕절개를 당한 개는 수유를 할 수 없으니 수유를 전문으로 하는 개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에서 사육되는 강아지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이런 번식장은 속칭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린다. 번식장에서 생산된 개는 애견경매장으로 넘어간다. 경매장은 애완견 가게에 개들을 판매한다. 문제는 판매되는 개의 대부분이 30~40일 정도의 어린 강아지라는 점이다. 현행법상 60일이 지나지 않은 강아지는 판매가 불가하다. 그러나 각종 동물단체는 이런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번식업장과 경매장이 전국에 몇 개 있는지 알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페이지에 등록된 동물생산업체는 총 93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번식업장은 미신고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정확한 숫자를 추정조차 하기 힘들다. 동물자유연대는 수천 곳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보고서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카라는 “언론과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에 800~1000개 정도의 번식장이 있다고 하지만 현장의 번식업자들은 3000~4000여개의 번식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급여하는 사료의 질은 다양했으며 일부 번식장에서는 닭머리 같은 축산 부산물을 먹이는 곳도 있었고 직접 제조한 반 고형 음식을 사료와 함께 먹이는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이 찾아간 10여 곳의 번식장 모두가 가축분뇨 처리를 위한 정화조가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번식장에서는 약품과 주사기, 백신 등이 발견됐다.
이런 문제점이 알려지자 경매장은 개인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 경매장 입장을 위해서는 사업자등록 후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한다. 실제로 번식장과 경매장은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미신고 번식장으로 알려진 곳은 철문으로 단단히 잠겨 있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해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비닐하우스안에 우리가 있었고 한 우리 안에 3~4마리의 개가 있었다. 주위 사람에게 말을 걸자 “(번식장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설명할 것도 없다”며 “이 근처에 있으면 괜히 의심받으니 빨리 나가라”는 답변만 들었다.
경매장도 마찬가지였다. 경매장을 들어가려고 하자 한 직원이 입장을 막았다. 이에 기자는 샛길을 통해 상황을 지켜봤다. 이곳에 있는 개들은 컨테이너박스 등에 갇혀 있었으며 쓰러져 있는 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원에게 개의 사육환경에 대해 물어봤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애견경매장에서 쓰러져 있는 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경매장에서 판매되는 개의 가격은 품종과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부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개라서 싼값에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경매장 중에서는 최근 인기종인 장모치와와를 파는 경매장도 있다. 장모치와와는 분양가격이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종이다.
또 다른 문제는 번식업자를 잡아내더라도 남은 개들의 처리가 힘들다는 점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사람만 살면 강제철거라도 하면 되는데 개는 그 사람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자체에서 안락사를 시킬 수도 있겠지만 법적인 문제도 있고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 쉽게 진행할 수가 없다. 번식업자들은 이를 볼모삼아 계속 운영하고 있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이야기가 알려지자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처럼 행정기관이 무책임한 이유는 유명무실한 현행법 때문”이라며 “동물보호법 제46조 제4항 제1호는 미신고 동물생산업자에 대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토록 하고 있다. 특히 제8조에서 동물학대 등의 금지를 열거하고 있지만 번식장주의 학대행위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번식업에 관한 구체적인 법은 없고 번식업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동물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
농림부 측은 미신고 번식업자를 잡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현재 동물 관련한 직원이 9명 있는데 파견근무자, 동물실험관리, 복지관리, 행정 등의 인원을 다 빼면 동물보호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라며 “따라서 이를 조사할 인력, 예산 모두 부족하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서명을 받아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청하는 동시에 신고 매뉴얼도 제작 중에 있다. 또한 지자체에도 현황 전수조사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동물학대 조항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게 농림부의 주장이다. 앞서의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우리도 명확한 법이 있으면 편하다. 불법이면 불법으로 잡아가면 되니까. 번식업자들도 아예 번식업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데 그렇게 하면 아예 번식업을 합법으로 인정하는 꼴이라서 곤란한 상황”이라며 “제보받은 현장에 가도 동물학대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는 힘들어 학대를 입증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보호단체나 명예감시원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