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광고권을 내세워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유치하는 수법의 국제 다단계에 대해 경찰에 최근 대대적 수사에 나섰다.
국내에 엠페이스가 등장한 것은 2012년 5월의 일이다. 엠페이스는 MBI인터내셔널(MBI)이란 말레이시아 중견기업이 개발했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일종의 국제 다단계인 셈이다. 국내 총책이 이를 들여와 진행한 영업 방식은 대략 이러하다.
우선 총책은 전국적 센터를 구축하며 엠페이스의 개발사이자 모기업인 MBI에 대해 전 세계 수 억 명이 가입돼 있는 국제적인 그룹사임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했다. 여기에 엠페이스를 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전 세계적으로 광풍이 불고 있는 SNS 서비스와 비견되는 국제적 네트워크임을 덧붙였다.
총책을 비롯한 센터 관계자들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끌어 모으는 명목은 바로 SNS 광고권이었다. 앞서 지적했듯이 세계적 네트워킹을 자랑하는 SNS서비스를 통해 광고권에 투자만 한다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광고권 가입비는 계좌 당 5000달러(한화 약 590만 원) 수준으로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는 천차만별이었다.
SNS 열풍에 힘입어 엠페이스 조직망은 전국적으로 확장됐고, 투자금액 유치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미 등장 이듬해부터 많은 언론이 엠페이스의 사기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KBS>를 비롯한 몇몇 언론에선 수사를 촉구하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2013년 3월, 검찰은 관계자를 소환해 엠페이스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불법유사수신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2년 2개월에 걸친 재판에서 법원은 관계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2015년 5월의 일이다. 무엇보다 법원은 ‘원금보장’을 한 적이 없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이 관련자들을 기소했지만 정작 피해자들 상당수는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상당수 다단계 피해자들이 본인의 피해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주변에 숨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법원의 무죄판결이 나오기 무섭게 경북지역 조직책들의 불법행위가 포착됐다. 지난해 5월경 대구지역에 센터를 차린 한 조직책이 해당 지역에서 앞서의 수법으로 20억 원이 넘는 무등록 불법 금융상품(앞서의 광고권)을 팔아온 것이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조직책은 지난해 12월 울산지방법원이 심리한 1심에서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았다. 혐의자들이 달라지긴 했지만 같은 불법 상품을 두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법원이 달리 판결한 셈이다.
문제는 엠페이스 전국 조직책들의 불법 투자유치 행위가 이후에도 계속됐다는 것이다. 지역 조직책의 유죄판결이 나왔지만, 전국의 수많은 조직책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지속했다. 일부 조직책들은 엠페이스의 투자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앞서 유죄판결을 받은 일부 지역 센터장들이 개인용도로 투자금을 유용한 것이 문제됐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전국 통합수사에 나서면서 조직의 일망타진을 꾀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 서부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수사 현황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 피해자들의 피해를 접수받고 관련자들에 대한 전국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30% 정도 수사를 진행한 상황이며 결과에 대해선 추후에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다단계 피해자 상담가는 “조직책들은 엠페이스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4년 동안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기에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상담가는 “정작 더 큰 문제가 있다”며 이제 막 전국 통합수사가 시작된 엠페이스뿐만 아니라 엠페이스의 SNS 광고권 영업을 카피한 유사 불법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엠페이스의 공식 홈페이지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불법유해사이트로 차단돼 있는 상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홍보성 기사로 불법 투자 권하는 나쁜 언론사들 불법 다단계 업체의 영업에 일조하는 일부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 언론사들은 불법성이 의심되는 업체의 홍보성 기사를 보도하는가 하면,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불법업체로 지목되거나 법원의 유죄판결이 나온 경우에도 기사를 보도하는 사례가 즐비하게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 조사에 따라 불법 다단계 업체로 지목돼 홈페이지 자체가 폐쇄된 한 가상화폐 업체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법 투자금 유치 행위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인터넷 언론사는 해당 업체의 공익사업은 물론 사업 유망을 내세워 투자를 권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또 다른 인터넷 언론사는 이미 법원에서 불법 유사수신 혐의로 조직책이 유죄판결을 받은 업체의 해외 초청 이벤트 기사를 내 투자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해당 언론사는 직접 이 불법 업체의 초청을 받아 해외 취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언론사들이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이러한 불법 업체들에 대한 홍보성 보도를 지속하는 배경에 대해 대가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홍보성 보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들은 역시 불법 다단계 업체 피해자들이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한 피해자는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 분양을 빌미로 한 다단계 업체에 투자를 했다가 큰 피해를 봤다”며 “해당 업체의 다양한 공익 기사들이 언론에 게재됐다. 이 때문에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무분별하게 기사를 보도하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작 문제는 이러한 보도행태를 미연에 방지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언론중재위의 한 관계자는 “불법 업체들의 홍보성 기사를 제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며 “불법성을 증명하기 위해선 해당 불법 업체와 언론사 사이에서 대가성이 있는 금전이 오갔는지, 또한 그 언론사가 보도 이전에 사업의 불법성을 인지했는지 명확히 증명해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언론중재위 안에서 해당 언론사에 대해 소위원회를 거쳐 시정권고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역시 강제성을 띠는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현재로서는 언론 내부의 자정 노력만이 답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