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영필은 4월 24일 최고령 통산 500경기 출장기록을 달성했다. 사진은 5월 11일 시상식 모습으로 오른쪽 인물은 KIA 허영택 단장.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최영필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이렇게 새로운 의미가 생긴다. 5월 15일 광주 한화전에는 2095일 만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한화 시절이던 2010년 8월 20일 대전 SK전 이후 5년 9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물론 구멍 뚫린 선발 로테이션을 메우기 위한 임시 보직이었고, 승리 투수가 되지도 못했다. 그러나 최영필이 공을 던지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 특별한 잔상을 남긴다.
강한 자가 오래 살아남는 게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했다. ‘최고령’ 기록이란 전성기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철저히 몸을 관리하고 식지 않는 열정을 뽐내는 선수들에게만 허락되는 이정표다. 열심히 야구하며 살아온 세월이 그들에게 안겨주는 훈장이다.
#최고령 기록의 아이콘, 투수 송진우
마흔이 훌쩍 넘어 선발 등판한 최영필도 한때 팀 선배였던 송진우(한화)의 기록을 넘으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투수 관련 최고령 기록은 상당 부분 송진우가 보유하고 있다. 송진우는 2008년 9월 13일 문학 SK전에서 42세 6개월 28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선발승을 따냈다. 그 이전까지는 OB 박철순이 최고령 선발 승리투수였다. 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전에서 40세 5개월 23일의 나이로 세웠던 기록을 송진우가 13년 만에 깼다.
역대 최고령 출장 기록도 송진우의 몫이다. 2009년 9월 23일 대전 LG전에 선발 등판하면서 43세 7개월 7일이라는 최고령 기록을 남겼다. 사실 이 경기는 송진우의 은퇴 경기였다. 1회 첫 타자만 상대하고 한화 에이스였던 류현진(LA 다저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역대 유일한 200승 투수인 송진우의 현역 마지막 등판으로 역사에 남았다. 송진우는 또 41세 5개월 5일이 되던 2007년 7월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프로 통산 600번째 경기에 등판했다. 이 역시 최고령 600경기 기록이다.
송진우는 42세 6개월 28일의 역대 최고령 선발승 등 투수 관련 최고령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09년 4월 11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43세 1개월 26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홀드를 따냈다. 2007년 5월 31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미 역대 최고령 세이브(41세 3개월 15일) 기록을 세운 뒤였다. 세이브 기록은 2012년 최향남이 5년 4개월 만에 깨뜨렸고, 올해 최영필이 다시 경신했다.
#역사에 남은 ‘최고령’ 투수들
SK 가득염은 역대 최고령 700경기와 800경기 출장 기록을 동시 보유한 선수다. 2007년 8월 30일 수원 현대전에서 가장 많은 나이(37세 10개월 29일)에 700경기 출장 기록을 남겼다. 또 만 40세 11개월 24일째가 되던 2010년 9월 25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통산 800번째 경기에 출장해 최고령 기록을 남겼다.
사실 만 40세가 넘어서까지 1군 경기 출장 기록을 남긴 투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단 10명뿐이다. 송진우, 최향남, LG 류택현, 최영필, SK 김정수, 구대성, 가득염, NC 손민한, 박철순, LG 김용수 등이다. 이들 가운데 선발로 마지막 등판을 했던 투수는 송진우, 구대성, 손민한, 박철순까지 네 명에 불과하다. 현역 선수 역시 최영필이 유일하다. 다른 현역 투수들 가운데서는 한화 박정진이 이 리스트에 곧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박정진은 1976년 5월 27일생이다. 한화 불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 이상군은 2000년 4월 30일 잠실 LG전에서 38세 9일의 나이로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아 역대 최고령 100승 투수로 기록됐다. 단 세 명뿐인 통산 150승 투수들 가운데선 KIA 이강철의 나이가 가장 많았다. 2004년 8월 13일 사직 롯데전에서 150번째 승리를 달성하던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 2개월 20일이었다. 역대 최고령 200세이브 기록은 LG 김용수가 세웠다. 1999년 4월 15일 인천 현대전에서 38세 11개월 13일의 나이로 달성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NC 손민한도 최고령 기록과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해 9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40세 8개월 28일의 나이로 선발승을 따내 송진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고령 기록으로 기록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21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승리 기록(40세 9개월 19일)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송진우가 기록한 40세 8개월 1일이었다. 손민한은 또 40세 6개월 16일이 되던 지난해 7월 18일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선수로 출전해 역대 최고령 올스타 출전 기록을 새로 남겼다.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는 42세 8일이라는 역대 최고령 출장, 안타,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많은 나이로 경기에 나섰던 타자는 롯데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다. 2007년 5월 10일 문학 SK전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는데, 당시 나이가 42세 8일이었다. 사실 야구계에는 이전부터 호세의 나이가 서류에 기재된 것보다 훨씬 많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출생 신고가 몇 년 늦어졌다는 뒷이야기가 들렸고, “실제로는 50세에 가깝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물론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호세는 바로 이 경기에서 홈런까지 때려내 역대 최고령 출장, 안타, 홈런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 치웠다.
국내 선수 가운데서는 LG 최동수가 2013년 3월 31일 문학 SK전에 41세 6개월 20일의 나이로 출전한 게 최고령 기록이다. 만 40세 이후 경기 출장 기록이 남은 타자는 모두 17명. 호세, 최동수, 삼성 양준혁, KIA 이종범, 삼성 진갑용, LG 이병규(9번), SK 박경완, 삼미 백인천, 히어로즈 김동수, 히어로즈 전준호, 넥센 송지만, 넥센 이숭용, 박철순, 한화 조인성, SK 안경현, OB 윤동균, NC 이호준 등이다. 참고로 투수인 박철순은 1996년 8월 2일 잠실 해태전에서 40세 4개월 20일의 나이로 단 한 번 타석에 들어서면서 기록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현역 선수는 이병규와 조인성, 그리고 올해 만 40세가 된 이호준(1976년 2월 8일생)까지 셋뿐이다.
국내 선수 최고령 안타 기록은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다. 2010년 7월 1일 대구 롯데전에서 41세 1개월 5일의 나이로 현역 선수로서의 마지막 안타를 때려냈다. 이종범은 41세 1개월 3일이던 2011년 9월 18일 광주 LG전에서 안타를 쳐 단 이틀 차이로 양준혁에게 기록을 내줬다.
타자로 1000경기에 출전한 역대 최고령 선수는 최동수였다. 37세 8개월 19일이었던 2009년 5월 30일 잠실 KIA전에서 통산 1000경기 고지를 밟았다. 이종범은 2009년 9월 4일 광주 두산전에서 최고령 1500경기(39세 20일) 기록을 세웠고, 이숭용은 2011년 9월 16일 목동 두산전에서 40세 6개월 6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2000경기 출장을 이뤄냈다. 통산 2000경기 출전 선수는 역대 일곱 명이 전부다.
1000안타는 삼성 김성래(2000년, 38세 5개월 2일), 1500안타는 김동수(2008년, 39세 6개월 19일), 2000안타는 전준호(2008년, 39세 6개월 27일)가 각각 최고령 기록을 갖고 있다.
또 역대 최고령 1000타점과 1000득점의 주인공은 각각 송지만과 이종범이다. 송지만은 2011년 7월 31일 광주 KIA전에서 38세 4개월 29일의 나이로 1000번째 타점을 올렸고, 이종범은 38세 9개월 21일이던 2009년 6월 5일 광주 삼성전에서 1000번째 홈을 밟았다.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는 현역 선수인 LG 베테랑 타자 이병규(9번)가 작성했다. 2013년 7월 5일 목동 넥센전에서 38세 8개월 10일의 나이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쳤다. 아쉽게도 이병규는 사이클링 히트에 성공하고도 팀이 패한 유일한 케이스로 기록됐다. 올해는 KIA 김주찬이 4월 15일 광주 넥센전에서 사이클링 히트 기록을 달성해 이병규에 이어 두 번째(35세 21일) 기록을 남겼다.
#식지 않는 파워, 최고령 홈런 타자들
역대 최고령 홈런 타자는 외국인 타자인 호세다. 국내 선수 가운데 최고령 홈런은 진갑용이 날렸다. 2015년 5월 14일 대구 한화전에서 41세 6일의 나이로 홈런포를 쏘아 올린 게 마지막이었다. 진갑용은 포수 최고령 출장 기록(40세 11개월 7일)도 갖고 있다.
역대 최고령 100홈런 기록은 최근 KIA에서 은퇴한 최희섭이 보유하고 있다. 2015년 5월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36세 2개월 5일의 나이로 통산 100번째 아치를 그렸다. 진갑용은 2013년 8월 22일 대구 두산전에서 39세 3개월 14일로 최고령 150홈런 고지를 밟았고, 김동수는 39세 8개월 18일째 되던 2008년 7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최고령 200홈런 이정표를 세웠다. 250홈런은 삼성 이만수(1996년, 37세 11개월 5일), 300홈런은 이호준(2015년, 39세 4개월 10일)이 기록의 주인공이다.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던 최고령 선수는 양준혁이다. 2007년 10월 5일 사직 롯데전에서 38세 4개월 9일의 나이로 호타준족을 과시했다. 양준혁 다음으로 나이가 많았던 ‘20-20 클럽’ 가입 선수는 그보다 다섯 살 어렸던 넥센 외국인 타자 덕 클락(2009년, 33세 5개월 14일). 양준혁의 몸 관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 외국인 타자 제이 데이비스는 정확히 30번째 생일을 맞았던 1999년 10월 3일 잠실 LG전에서 최고령 30홈런-30도루 선수로 기록됐다.
물론 홈런 관련 기록에서 삼성 이승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4년 9월 10일 마산 NC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때려내면서 역대 최고령 한 시즌 30홈런 기록을 세웠다. 38세 23일이 되던 날이었다. 호세의 이전 기록(2001년, 36세 3개월 17일)을 2년 가까이 뒤로 늦췄다. 이뿐만 아니다. 이승엽은 2015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지명타자 부문에서 개인 통산 10번째 황금 장갑을 손에 넣으면서 역대 최고령 수상자(39세 3개월 20일)로 이름을 올렸다. 1976년 8월 18일생인 이승엽은 올해 만 40세를 넘어선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ML 현역 최고령 투수 콜론 최고령 데뷔홈런 진기록 세워 뉴욕 메츠 투수 바톨로 콜론은 야구 선수의 ‘노익장’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인 콜론은 1973년 5월 24일에 태어났다. 곧 만 43세가 되고, 한국 나이로는 무려 44세다. 올 시즌에 만 43세 생일을 맞는 선수는 콜론 외에 일본인 선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밖에 없다. 한화 송진우가 은퇴하던 해와 나이가 같다. 그런데 여전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선발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한때 탄탄한 체격과 갸름한 얼굴의 소유자였지만, 이제는 얼굴과 배에 모두 살이 붙었다. 직구 시속이 평균 93마일(약 150㎞)을 자랑하던 투수가 이제는 최고 90마일(145㎞)짜리도 가까스로 던진다. 그러나 투수 최후의 무기는 강속구가 아닌 제구력이다. 세월과 함께 쌓인 경기 운영 능력은 젊은 투수들이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 콜론은 지난해 메츠의 개막전에 41세 317일의 나이로 선발 등판해 구단 역사상 최고령 개막전 선발 투수 기록도 세웠다. 바톨로 콜론. 사진 출처=뉴욕 메츠 홈페이지 최근에는 진귀한 기록도 세웠다. 5월 8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가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20년 만에 첫 홈런을 터트렸다. 2-0으로 앞선 2회초 1사 2루서 상대 선발 제임스 실즈를 상대로 2점 홈런을 날린 것. 콜론이 태어난 지 42년하고도 349일째 되던 날이다. 콜론은 빅리그 19년간 타율이 1할도 안 되는 것은 물론, 장타도 2루타 하나가 전부였다. 독특한 타격폼 때문에 한때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 홈런은 더 역사가 됐다. 역대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 가운데 최고령 기록으로 남게 됐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역시 투수였던 ‘괴물‘ 랜디 존슨(40세 9일)이다. 40대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첫 홈런까지 쳤으니 현지에서 난리가 났다. 게다가 콜론은 이날 6⅔이닝 3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세 번째 승리도 따냈다. 나이를 잊은 선수에게는 여전히 야구가 이렇게 즐겁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