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전경.
[일요신문]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매립토로 화력발전소 석탄재가 투입될 예정이어서 시끌시끌하다. 사업 시행사인 농어촌공사와 한국중부발전 측에서는 법적인 부분과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오염 우려는 물론이고 사업자 간에 밀실 추진과 특혜의혹 등 석연찮은 사실들이 속속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은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과 새만금 내부개발의 선도사업으로 추진되는 첫 사업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조 9437억 원을 직접 투자해 2018년에 기반시설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총 조성면적을 9공구로 쪼개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군산시 식도동과 내초동 일원에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3공구(243만㎡) 조성에 필요한 매립토는 총 1338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애초 계획에 없던 석탄재와 준설토 혼합토 매립방안이 최근 갑자기(?) 등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중부발전은 산단 3공구 조성 전체 1400여㎥의 매립토 가운데 대부분을 석탄재 600만㎥와 군산항로 또는 보령항 준설토 600만㎥를 섞어 매립토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입물량만 15t 대형 덤프트럭 40만 대 분량이다.
중부발전은 향후 2년 동안 이 석탄재 600만㎥을 충남서천화력발전소에서 바지선으로 22km에 걸쳐 해상운송하고, 군산항에서 펌프선으로 하역한 뒤 석탄재와 준설토를 50%씩 섞은 혼합토 1200만t을 배사관(7km)을 통해 새만금 산업단지로 압송해, 새만금산단에 매립할 계획이다.
사업추진은 대행개발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중부발전이 3공구 매립공사를 전담하고 이에 대한 공사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조성된 토지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앞서 농어촌공사와 중부발전은 5년 전 새만금산단 1·2공구에 충남 서천화력발전소 석탄재 200만여㎥를 들여와 매립하려다 서천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문제로 충남도가 제동을 걸면서 43만㎥만 반입하고 3년째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가로 석탄재 새만금 매립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단체와 환경전문가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북도내 27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새만금석탄재저지대책위원회는 “환경유해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군산항의 준설토 투기장이 사라지게 되고 전국 화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연간 850만t의 석탄재가 새만금에 버려지게 될 것”이라며 “발전사에 막대한 특혜를 주려는 이 같은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골칫거리인 석탄재 처리로 막대한 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부발전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매립비용을 절감하려는 농어촌공사와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석탄재 처리와 관리비용을 절감하려는 중부발전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새만금산단 3공구 매립에 사용되는 석탄재 600만㎥는 중부발전 자회사인 서천·보령 화력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을 위해 태우고 난 폐기물로, 정제 후 사용 가능한 플라이 애쉬와 바텀 애쉬로 각각 절반씩 구성됐다. 중부발전은 이 플라이 애쉬 석탄재를 재활용업체에 톤당 3000~5000원을 주고 정제를 거친 후 매립토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중부발전은 700만 루베의 석탄재를 회 처리장에 보관하고 있다.
중부발전 입장에서는 이 석탄재를 새만금산단 매립토로 사용할 경우 사일로 용량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석탄재 재고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대행개발 방식으로 땅까지 얻게 돼 꿩 먹고 알까지 먹게 되는 셈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미 전기 생산원가에 반영된 석탄재 처리비용은 자신들이 챙기고 폐기물만 새만금지역에 버리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중부발전이 석탄재 처리를 위해 쌓아 놓은 대손충담금만도 최소 1조 6000억에서 최대 2조 6000억 원에 달한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논란을 키우는 데는 공기업의 민낯도 한몫하고 있다. 당초 농어촌공사는 새만금산단 매립토 전체량 1억 1500만㎥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9600만㎥에는 군산항 준설토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09년 전북도내 소재 건설사 11개가 모인 가칭 ㈜KP가 출범했으나 사업은 시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한 KP 대표가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KP 측이 제안한 일명 파이프라인 압송공법을 농어촌공사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기업의 도덕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새만금산업단지 3공구 위치도. 사진제공=전북도
이를 두고 관가 주변에선 자칫 사업 추진 일보직전까지 가려질 뻔했던 일이 매립공사 공정률 실적에 쫓기던 새만금개발청이 ‘치적 낯내기’식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수면위에 떠오르게 됐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하지만 협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 내용이나 협약 추진에서 있을 수도 있는 이면 합의사항 등은 여전히 당사자들이 함구하고 있어 설만 난무할 뿐 미궁에 빠져 있다.
전북도도 협의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같은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북도 측은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도 관계자는 “석탄재의 유해성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여론수렴 절차는 거치는 게 상식이 아니겠냐”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석탄재 매립 여부는 지역사회와 합의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무엇보다 아직 미착공 상태인 4, 6, 7∼9 공구도 향후 대행개발 방식으로 민간에 맡길 경우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물꼬’가 터지면 새만금 지역에 전국의 폐기물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들 것임이 불을 보듯 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이권을 노리는 불순한 세력까지 가담할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불거진 4대강 사업 못지않은 논란과 추문이 이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행사 측은 제기된 의혹 해소보다는 경제성 등 사업 타당성과 환경 무해성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급급해 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과 중부발전 측은 새만금 산단의 신속한 조성을 위해 민간대행 개발을 택했고, 산단 부지 분양가를 낮추는 차원에서 ‘저렴한’ 석탄재 매립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새만금 매립을 위해 석탄재가 필요하고, 석탄재 보관이 포화 상태에 있어 처리가 시급하다. 화력발전소 석탄재가 매립재로 손색없으며, 전문기관 용역평가도 거칠 예정이어서 환경오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만금개발청도 산단 매립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자원 재활용을 통한 매립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석탄재는 일반 토사류와 혼합해 적법하게 골재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매립한 1·2공구 석탄재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결과 중금속 함량 등이 법적 기준치 이내로 검증된 바 있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와 중부발전 측은 환경문제와 경제성을 따져 내년 상반기 중에 매립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