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명물’ 컵밥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이처럼 노량진은 공부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가장 놀기 좋은 곳’이라는 이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독서실 지하에는 PC방이 있고 분식집 옆에는 오락실이 있는 등 공부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가까이 해야 할 시설’과 ‘멀리 해야 할 시설’이 가까운 곳에 혼재돼 있다.
먼저 성인 남성들의 놀이문화에 당구가 빠질 수 없다. 특히나 노량진의 공시생에게는 당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갈 수 있다. 공시생은 아니지만 방송인 정준하의 “노량진에서 재수 생활을 할 때 1년 반 만에 500을 치게 됐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량진과 당구는 전통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노량진 공시생인 고향 친구를 여럿 두고 있는 지방 출신 직장인 김 아무개 씨(29)는 “공부를 위해 노량진에 간 친구들이 당구만 늘었다. 노량진에 가기 전에는 당구를 치지 않던 친구들도 실력자가 돼서 돌아왔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어 당구 실력이 향상된 친구에 대해 “공부가 힘들다보니 전에 흥미가 없던 일에도 열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플스방 입구에 있는 사진 촬영 금지 경고문.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스방’ 또한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공시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플스방에서는 천정 곳곳에 달린 대형 모니터에서 인기 걸그룹들의 무대영상인 ‘직캠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일반 방송에 비해 걸그룹 멤버 1명에 더욱 근접해서 촬영한 직캠 영상의 특성상 혈기왕성한 남성 공시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였다.
플스방만의 또 한 가지 특이점은 입구에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업소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히는 모른다”며 “평일 저녁이나 주말엔 다소 짧은 의상을 입은 여성이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경고문을 붙여 놓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 플스방은 다소 자극적인 의상인 가터벨트까지 착용한 여성이 일을 한다는 방문 후기를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김상래 인턴기자
‘공시 메카’ 노량진 놀이문화 ② ‘나 혼자 논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