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 해설자로 나서는 MBC 추성훈, KBS 이원희, SBS 문대성 (왼쪽부터). | ||
올림픽 중계에 나서는 각국의 주요방송사는 국제방송센터(IBC)에 입주한다. 차지하는 공간 만큼 임대료를 지불하는데 이 크기만 봐도 해당 방송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올림픽 주관방송사로 유명한 미국의 NBC는 ‘본사를 옮겨놓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NBC는 자체 이동수단과 숙소는 물론이고, 자체 직원식당을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은 어떨까.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지상파 방송3사가 IBC에 임대 신청한 면적을 보면 KBS 700㎡(212평)-MBC 528㎡(160평)-SBS 407㎡(123평) 순이다. 인원도 면적에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공영방송사인 KBS는 양궁과 소프트볼의 주관방송사로 참여한다.
하지만 규모가 시청률의 승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도 규모나 인력에서 KBS의 절반 정도인 SBS가 심권호(레슬링) 등의 톡톡 튀는 해설로 레슬링과 축구 등에서 시청률 1위의 기염을 토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중계의 강자인 MBC도 ‘저비용 고시청율’ 전략을 잘 구사하며 많은 종목에서 시청률 1위를 이끌었다.
방송 3사가 발표한 베이징올림픽의 종목별 전속 해설위원들을 보면 일단 SBS가 눈에 띈다. ‘고함 및 흥분 해설’로 새로운 장을 연 심권호를 간판으로 김성근 SK감독(야구) 황영조(마라톤) 장재근(육상) 문대성(태권도) 전주원(농구) 조용철(유도) 등 스타해설가를 대거 확보했다. SBS는 이들을 ‘올림픽 영웅들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홍보하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인 SBS 홍보실의 노영환 부장은 “많은 준비를 했고, 어렵게 좋은 해설위원들을 확보했다. 차기올림픽 국내방송권자로서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SBS의 스포츠 중계가 가장 재미있다는 평을 받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심권호 위원도 “처음엔 욕도 많이 먹었지만 이제는 경기보는 재미가 더해졌다는 격려도 많이 받는다. 전문성도 확보하겠지만 내 스타일을 일부러 바꾸지는 않겠다”며 톡톡 튀는 해설이 계속될 것임을 알렸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을 통해 입담을 과시한 바 있는 총각교수(동아대) 문대성은 이번 올림픽기간 중에 IOC선수위원에 도전할 예정이라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림픽대표방송’을 기치로 내건 KBS는 아깝게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접은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유도)를 영입했다. 여기에 관심 종목 중 하나인 탁구에서 안재형-자오즈민 부부를 전격 가동한다. 기존 해설위원인 안재형 위원에다가 중국 출신으로 세계적인 탁구커플로 화제를 모은 자오즈민이 고향 올림픽에서 한국과 중국이 맞붙는 최대 관심 종목의 해설을 맡도록 기획한 것이다.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엽기해설로 큰 인기를 누린 유영주도 KBS중계팀에 합류했다. 유영주는 한국여자 농구전성기를 함께 이끌었던 전주원과 입담을 겨룬다. 이밖에도 KBS는 이용수(축구) 전병관(역도) 여홍철(체조) 등 ‘검증된’해설가들로 위용을 갖췄다.
MBC는 KBS의 ‘이원희 공격’에 ‘추성훈 카드’로 응수했다. 유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최근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약중인 재일교포 추성훈은 MBC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최근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 또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인 임오경(핸드볼) 서울시청 감독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MBC는 여기에 2004아테네올림픽 양궁중계에서 1위를 한 ‘신궁’ 김수녕과 배드민턴 스타 방수현, 태권도의 정지원 등에게 마이크를 맡긴다. 어렵게 영입한 현정화(탁구)가 최근 올림픽대표팀을 다시 맡게 돼 공백이 생긴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한편 이같은 방송사들의 해설가 영입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외국의 경우 재미와 전문성을 갖춘 슈퍼 캐스터와 해설자가 많은데 한국은 그때그때 인기영합주의에 따른 땜질식 선정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말’의 잔치, 이번 베이징에서는 어떤 ‘빠떼루 아저씨’가 나올지 기대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