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열사를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 한.중.일.영 4개 국어 지원 키오스크 설치
- 20일 오후 2시 상시개방 기념행사… 문화탐방 주민 등 100여명 참석
- 지속적 관리를 위해 의열사 앞 안내소 설치, 상주 인력 채용
- 6~9월 묘역 및 의열사 주변 등 노후시설 보수공사 실시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용산구(구청장 성장현)는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20일부터 효창공원 내 의열사를 상시 개방한다.
▲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새해 맞이 첫 행사로 의열사에 참배하고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 앞서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330호)인 효창공원과 의열사를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후손들에게 애국애족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개방 시간은 주중 9시에서 18시까지며 필요시 휴일에도 개방한다. 또 한·중·일·영 4개 국어가 지원되는 키오스크(자동음성안내시스템)를 설치해 효창공원을 방문하는 내·외국인에게 이곳 유적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는 20일 오후 2시 의열사 상시개방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성장현 구청장 및 내빈들의 의열사 참배와 키오스크 시연이 있을 예정이다. 당일 시행하는 ‘출발! 해설이 있는 용산문화탐방’ 참여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다.
효창공원은 과거 효창원(孝昌園)으로 불렸다. 조선 22대 왕 정조의 장자로 세자책봉까지 받았으나 5세의 어린 나이로 죽은 문효세자의 무덤이 있던 곳이다. 처음에는 효창묘라 했으나 그 후 왕가의 묘를 몇 기 더 모시고 1870년(고종7년) 효창원으로 승격됐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빌미로 일본군이 불법적으로 이곳에 주둔하면서 한동안 효창원의 흑역사(黑歷史)가 이어진다. 1924년 일제는 효창원의 일부를 공원용지로 책정, 일반인의 유람지로 허용했다. 1940년 효창원은 정식 공원으로 지정되고 1945년 3월 일제는 이곳 묘들을 강제로 서삼릉(西三陵‧고양시)으로 이장했다.
광복 이듬해 백범 선생은 일본 땅에 묻혀 있던 이봉창(1901-1932), 윤봉길(1908-1932), 백정기(1896-1934) 등 삼의사(三義士)의 유해를 이곳에 모셨다. 안중근(1879-1910) 의사의 가묘도 나란히 세웠다. 묘단 아래에는 ‘유방백세(遺芳百世·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남다)’라는 네 글자를 새겨 넣었다.
1948년에는 임시정부 요인인 이동녕, 차이석, 조성환 선생의 유해를 이곳에 모셨다. 하지만 선생조차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우익 테러에 의해 살해돼 1949년 7월 5일 효창공원에 묻히게 된다.
이렇게 효창공원에는 삼의사 묘역, 임정요인의 묘역, 백범 묘역 등 세 곳의 묘역이 한곳에 모여 있다. 비록 왕조의 무덤은 사라졌지만 건국의 주역이 된 선열들의 유해만으로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커다란 역사적 무게감을 준다.
백범 선생의 흔적은 비단 공원 내부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1947년 백범 선생은 효창공원과 불과 10분 거리인 용산구 원효로에 ‘건국실천원양성소’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 나서는 등 자주독립국가 건설에 사활을 걸었다. 물론 이 역시 선생 서거 이후 잊히고 만다.
효창공원에 묻힌 순국선열 7위의 영정을 모신 의열사는 1990년 건립됐으나 관리상의 문제로 의열사 제전 등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문을 닫아두었다. 의열사 건립 이후 상시 개방까지 26년이 걸린 셈이다.
구는 의열사의 지속적 관리 및 안내를 위해 의열문 앞에 안내소를 설치하고 상주 인력을 채용했다. 아울러 새달부터 효창공원 내 묘역과 의열사 주변 등 노후·훼손된 시설(계단, 울타리, 철문, 보도블럭 등) 보수공사를 시작해 9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소나무 수형조절 및 병해충 방제도 실시한다.
▲ 용산구청 신임 공무원들은 의열사 참배를 시작으로 공직에 들어선다
용산구는 지역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 ‘용산을 그리다’ 등 지역사를 다룬 다양한 책자를 발간하고 용산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사진전도 개최했다.
작년 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에 ‘유관순 열사 추모비’를 건립했으며 인근 도로를 ‘유관순길’로 명명하고 추모예술제도 개최했다. 지난달에는 열사의 넋이나마 위로하고자 생가 주위에서 나무와 흙을 가져와 심기도 했다. 오는 9월에는 유관순 열사 순국 96주년 추모제를 개최한다.
구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용산 역사학 강좌 및 탐방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특히 지난 3월 ‘용산이 내게 오기까지’ 용산학 강좌에서 구민 30여명이 미군부대를 탐방해 캠프 내 근현대 역사 유적을 돌아보는 등 의미 있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의열사를 상시개방 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아 송구스럽다”며 “앞으로는 시민들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이곳에 방문해 선열들에게 참배도 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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