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변호사. 연합뉴스
당시 감 회장은 2002년 CTS 신사옥 건축 과정에서 ‘150억 원’ 상당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밖에 신한캐피탈과의 채무조정 과정과 쌈지공원 매입 과정, 가족 소유의 골프장에서도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횡령 금액만 모두 ‘500억 원’에 달한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왔다.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높였다. CTS의 관계사뿐만 아니라 감 회장 비리 의혹과 연관된 계좌를 일제히 추적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사보고서만 1만여 페이지가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내부에서는 “자금흐름이 매우 복잡하게 분산 관리 됐다.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압수수색 후 7개월 만에 감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사건 내막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일푼이었던 감 회장이 CTS를 손에 쥐며 순식간에 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그 정도로 수사 강도가 높았다”라고 전했다.
당시 검찰 수사는 자금 흐름을 잘 아는 내부자와 CTS 정상화를 위한 교계 단체 등이 합심해 만든 결과물이었다. 검찰의 높은 수사 강도에 “이제 처벌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런데 2012년 11월, 검찰의 결론은 예상을 뒤엎었다. 증거부족으로 인한 ‘무혐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초의 사건제보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며 의아해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은 그렇게 제기됐다.
<일요신문>은 당시 감 회장에게 횡령 의혹을 제기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을 접촉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말이 안 되는 수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감 회장 고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검찰 내부 분위기가 2012년 중순을 넘어가며 뭔가 바뀌는 것이 감지됐다. 원래 소환이 더 빨리 됐어야 한다. 지지부진했다. 소환 직후 검찰 인사이동이 겹치면서 수사팀이 사실상 해체됐다. 당시 이러한 분위기에 감 회장이 정치권에 뒷배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주목하는 이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홍만표 변호사’다. 홍 변호사가 2012년 사건을 수임한 이후 검찰 수사 기류가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당시 교계 안팎에서는 “괜히 힘 있는 전관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은 감 회장 측이 홍 변호사에게 건네 준 수임료 내역이 최근 공개되면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17일 <일요신문>이 단독 보도(온라인판)한 ‘2011년~12년 홍만표법률사무소 매출(수입수수료) 현황 문건’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2년 CTS으로부터 3억 원, 안동개발주식회사로부터 6000만 원, (주)옥산레저로부터 7000만 원, (주)조은닷컴으로부터 3000만 원 등 총 ‘4억 60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CTS, 안동개발주식회사, (주)옥산레저, (주)조은닷컴 등은 감경철 회장이 모두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다. 따라서 감 회장 측이 계열 회사들을 동원해 홍 변호사 선임 및 보수를 위해 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TS 사옥 전경
공식적으로는 ‘4억 6000만 원’이지만 실질적으로 훨씬 많은 돈이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012년 CTS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지출된 ‘지급수수료’는 25억여 원으로 2011년(19억여 원)에 비해 6억 원이 넘게 증가했다. 2015년까지 따져 봐도 2012년은 최고치다. 지급수수료는 금융권 수수료 및 변호사 비용 등을 모두 집계한 항목이다. 이에 감 회장 수사에 대응키 위해 홍 변호사에게 더 많은 돈이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급수수료가 대폭 늘었다면 변호사비가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감 회장이 이러한 거금을 들이면서까지 홍 변호사를 선임한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 사건에 정통한 한 교계 관계자는 감 회장과 홍 변호사의 ‘교회 인연’을 제기했다. 해당 관계자는 “홍 변호사는 서초동에 있는 대형교회의 장로다. 교회에 얽힌 각종 송사를 봐주고 법률 자문을 해준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한 인연으로 감 회장과 연결됐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래도 교계 거물이다 보니 홍 변호사와 통하는 점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당시 수사 대응에 참여했던 감 회장의 전 측근은 감 회장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홍 변호사와의 인연을 맺게 된 원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앞서 2008년 감 회장은 유사한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마디로 자숙해야 할 집행유예 기간에 비슷한 혐의가 터진 셈이다. 이 정도면 유죄 가능성이 크다. 증거 자료만 해도 2008년 당시보다 훨씬 많고 광범위하다. 그만큼 ‘벼랑 끝’에 서 있었기에 당대 가장 힘이 센 전관인 홍 변호사를 고심 끝에 선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의 급한 정황은 수임료를 지출한 방식에도 드러난다. 감 회장 측은 CTS를 포함해 관계사 3곳을 동원해 홍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전달했다. CTS 전직 관계자는 “2011년~2012년에는 CTS가 자금이 없어서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다. 그 시기에 거액의 변호사비가 지출됐다는 것은, 게다가 감 회장 개인 소송을 위해 지급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인의 대표가 개인적 혹은 회사 업무와 관련한 형사소송에서 회사 돈을 지출하는 경우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즉, 당시 감 회장 측이 지출한 거액의 변호사비용이 자칫 횡령 의혹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CTS 측은 변호사비 지출에 대해 “파악해 보겠다”라고 해명했다.
홍 변호사의 변론이 ‘기적’에 가까웠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의 전직 측근은 “감 회장이 이 정도의 횡령을 저지른 배경에는 ‘무지’가 자리하고 있다. 사기업이라면 사실 횡령을 하더라도 치밀하게 감추고 계산적으로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게 없다. 기업의 경영과 교회의 헌금 방식이 섞였다. 어떤 게 횡령이고 어떤 게 아닌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해놓고 나서 나중에 수사당국에서 횡령이라 하니 부랴부랴 어떤 게 횡령인지 파악하는 식이었다.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2011년이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수사는 무혐의 난 게 ‘기적’이다. 홍 변호사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전했다.
더민주 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감경철 회장과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로 홍 변호사가 정말 전관의 힘으로 무혐의를 이끌어 냈는지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유야무야된 검찰 수사와 거액의 수임료, 당시 홍 변호사가 대검 기획조정부장직을 내려놓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지 막 2년차 된 ‘따끈따끈한 전관’이었다는 점에서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민원을 넣었다. 대검 기조부장이었던 홍만표 검사가 변호사가 되면서 CTS 관련 수사가 잘되다가 다 기각됐다는 것이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봤더니 검찰이 ‘홍만표 부장에게 빚진 게 있다. 이번에 갚아야 한다’라고 했다고 한다”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감 회장의 무혐의 배경에 홍 변호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제2의 정운호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 변호사는 거액의 수임료, 법조로비, 탈세, 편법적인 기업 고문료 수수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5년간 홍 변호사가 관여한 사건을 전부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감안하면 거액의 수임료가 전달되고 무혐의로 결론 난 감경철 회장 횡령 사건 변론건도 조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감 회장은 홍 변호사에 대한 거액 수임료와 전관예우 등의 의혹 등에 대해 일절 부인했다. 감 회장은 1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선임한 게 아니라서 수임료도 모르고 홍만표라는 사람도 모른다”며 “오히려 나는 엄청난 피해자다. 너무나 많은 수난을 겪었다. 당시 제기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니까 무혐의가 나온 게 아니겠느냐”라며 일축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단독] 국세청, CTS 내사 착수…‘100억대 탈세’ 의혹 솔솔 국세청이 CTS(기독교텔레비전)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는 CTS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재점화될지 여부에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경철 회장 일가가 소유한 청주 떼제베CC 전경 캡처 = 청주 떼제베 홈페이지 세무당국과 교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4월경 CTS에 대한 탈세 혐의를 포착해 현재까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탈세 혐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 CTS에 제기된 여러 의혹들과는 다른 내용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교계 안팎에서는 선교자금과 관련한 탈세 건이라는 전언과 그 금액만 ‘100억’대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교계 관계자는 “올해 초 국세청이 내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사를 한 지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 그 배경은 알 수가 없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감 회장이 지난해 국가조찬기도회장직을 역임한 만큼 예우 차원에서 내사를 미뤘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감 회장은 여러 횡령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자 지난해 12월 국가조찬기도회장직을 사임했다. 감 회장의 탈세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제보’ 수준이기에 혐의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은 “조사와 관련한 사안은 얘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CTS 측은 탈세 조사와 관련한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CTS 관계자는 “탈세 조사는 처음 듣는 얘기다. 조사를 받거나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탈세 혐의와 별개로 감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남안동 골프장의 법인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이다. 2014년 6월 남안동 골프장 회원권 소유주 200여 명은 “감 회장이 입회금 수백억 원을 누락하고 70억 원가량의 세금을 탈루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대구지검 안동지청이 수사에 착수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감 회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너무나 황당한 것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모두 사실이 아니며 재판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