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 변호사는 100억 원에 이르는 거액 수임료 가운데 유독 이숨투자자문 실소유주 송 씨에게 받은 수임료 50억 원은 부인하고 있다. 송 씨와 측근들이 검찰조사에서 “최 변호사에게 ‘인베스트컴패니’ 금융 사기사건 항소심 수임료로 20억여 원, 이숨 사건 수임료로 27억 원을 지급했다”고 진술했지만, 최 변호사는 “브로커 이 아무개 씨(44)가 챙겼다” “실제 수임료는 1000만 원대였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재판부 로비 의혹도 일축했다.
# 4년형에서 집행유예로…로비 통했나
하지만 검찰은 최 변호사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의 압수수색을 통해 10억여 원이 발견된 대여금고 2곳의 개설 시점이 지난해 여름과 가을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최 변호사가 송 씨의 인베스트 사기사건 항소심을 대리하고 있던 때다.
여기에 송 씨의 해당 재판 과정에서도 수상한 정황들이 포착된다. 최 변호사가 재판부 로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송 씨의 인베스트 사기사건 항소심은 단 두 달 만에 선고가 내려졌다. 재판은 단 하루 열렸다.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된 1심 판결은 최 변호사가 항소심을 맡은 이후 집행유예로 뒤집혔다.
속도뿐만이 아니다. 이 재판 과정에서 송 씨가 같은 수법으로 규모가 더 큰 또 다른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있던 정황을 검찰이 밝혀냈다. 또한 송 씨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합의금도 다른 사기에서 충당한 돈으로 ‘돌려막기’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최 변호사의 재판부 로비가 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송 씨, 상습 ‘폰지사기’ 전력
송 씨는 2013년 10월 18일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에서 사기, 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02년부터 금융사기를 벌여오면서 수차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주로 ‘폰지사기’ 수법을 활용해 범행을 저질렀는데, 폰지사기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다음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을 받아 앞 사람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는 투자나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3년 설립한 인베스트컴패니에서도 이 수법을 썼다. 송 씨는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서 취업난을 겪던 20~30대를 대상으로 선물 투자회사라며 ‘정규직’ 트레이더를 모집했다. 그는 최종 합격자들에게 “입사하려면 선물옵션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 비용이 필요하다”며 계좌당 500만 원부터 많게는 2000만 원을 요구해 자금을 만드는 한편, 일반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러한 송 씨의 사기 정황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에 덜미를 잡힌다. 총 피해자 700여 명, 피해금액은 100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재판에 넘겨진 송 씨는 보석을 신청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2015년 3월, 제도권 내에 있던 미도투자자문을 인수해 ‘이숨투자자문’을 설립한다. 금융 관련 처벌 전력으로 안 아무개 씨를 대표로 내세워 이숨을 운영했다. 송 씨는 인베스트 사건과 같이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서 트레이더를 모집했고 “해외 선물에 투자해 월 2.5%의 수익을 돌려주고 원금 90%를 보장해준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다 5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송 씨의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된다. 이때 송 씨는 피해자들에게 원금,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사기 혐의는 벗었지만, 유사수신 등 다른 부분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다.
# 인베스트 사건 항소심, 최 변호사의 등장
최 변호사가 등장한 시점은 바로 이때다. 송 씨는 최유정 변호사에게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의 항소심을 맡겼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수임료는 20억여 원이다. 상식을 넘는 거액의 수임료였다. 법조 관계자들은 “당시 송 씨가 꼭 석방이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송 씨 구속 이후 2015년 9월 17일, 검찰이 유사수신 혐의 등으로 이숨투자자문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상한 낌새를 느낀 투자자들이 회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확인된 피해자만 2772명, 피해금액은 1400억 원이 넘었다.
현재 이숨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당시 송 씨의 인베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 결과는 이숨 피해자들에게도, 송 씨에게도 중요했다”며 “송 씨가 이숨에서 운용한 것으로 알려진 자금만 3000억 원이었다. 상당한 재산을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돼 피해자들은 송 씨가 해외 도주 또는 국내 도피해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송 씨 입장에선 중형을 선고 받으면 도주도 어렵고 배상 등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7일 법원은 인베스트컴패니 항소심 판결에서 송 씨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당시 재판부는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등이 참작됐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송 씨가 이숨투자자문이라는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해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으며, 합의도 전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판결이라 뒷말이 무성했다.
# 재판 준비 과정서 보인 최 변호사의 ‘이상한’ 행적
송 씨의 인베스트 사건 항소심은 집행유예 선고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부터 의문점이 많은 재판으로 지적된다. 최 변호사가 ‘일반적인 형사소송 변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여기에 “송 씨의 빠른 석방을 위해 ‘전관 변호사’가 힘을 썼고, 선고 결과가 미리 알려져 있었다”는 의혹마저도 제기됐다.
실제로 최 변호사는 지난해 8월 31일 송 씨의 변호사로 선임되면서 항소이유서 제출과 동시에 보석신청을 한다. 1심에서 실형 4년을 선고 받은 이후 피해 회복 노력 등 달라진 사정이 없는 데도 보석신청을 하는 것은 의외의 변론활동으로 평가된다. 반성을 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보석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최 변호사는 다른 방법으로 재판을 서둘러 끝내려는 의도를 보인다. “최 변호사가 선고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게 된 이유다.
인베스트 사건 항소심은 송 씨와 인베스트 임직원 7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재판을 받았다. 이 가운데 3명은 송 씨와 함께 이숨투자자문에서도 부대표 등 임원으로 등재해 공범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최 변호사는 처음 항소심을 맡으며 송 씨와 이숨투자자문 임직원 3명에 대한 선임계를 내고 재판을 진행했다. 나머지 4명은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다.
그런데 지난해 9월 17일 이숨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후, 공범 중 하나인 조 아무개 이숨투자자문 부대표가 도주한다. 일주일 뒤인 9월 23일 열릴 항소심 첫 기일에 조 씨는 참석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재판에 피고인이 참석하지 못하면 형사소송법 제276조와 제365조 1항 등에 따라 재판이 다음 기일로 연기된다.
앞서의 김정철 변호사는 “조 씨의 도주는 송 씨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집행유예 선고 시 피고인의 구금 기간도 고려된다. 미결구금일수가 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항소심에서 변호인들은 한 기일이라도 더 달라고 재판부에게 사정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 변호사는 지난해 9월 18일 조 씨의 항소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한다. 조 씨가 도주한 직후였다. 송 씨의 경우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항소했지만 나머지 공범 7명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 씨가 항소를 취하하면 조 씨에 대한 1심 판결이 확정돼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공범 4명 중 한 명이 재판에 앞서 ‘기일연기신청서’를 제출하자, 최 변호사는 첫 기일을 이틀 앞두고 이들 4명의 선임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 일정 연기를 막으려는 의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도주한 공범이 재판 출석?”
최 변호사가 조 씨 항소 취하를 위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조 씨가 검거된 이후인 지난해 10월 15일 작성된 검찰 진술 내용을 보면, 최 변호사가 항소취하서를 임의로 작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검찰 진술 과정에서 조 씨는 항소 취하 이유에 대해 “최 변호사가 여자친구를 통해 ‘조 씨가 도주 중이라 재판에 못 나가니 항소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최 변호사가 여자친구에게 항소취하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연락도 되지 않는 피고인의 항소를 본인 동의도 없이 취하했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확인하지 않고 항소 취하를 받아들였다.
또한 현재까지도 법원 기록에는 조 씨가 지난해 9월 23일 첫 기일에 ‘출석’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항소를 취하한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했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 방청객도 “조 씨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며 조 씨 역시도 앞서의 검찰 진술에서 “재판에 출석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단순 오기로도 볼 수 있는 정황이지만, 여기서 최 변호사의 알 수 없는 행적이 하나 더 추가된다. 항소심 첫 기일 다음날인 지난해 9월 24일, 최 변호사가 조 씨의 항소취하동의서를 제출한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항소취하서가 제출되면 동의서는 불필요하다. 최 변호사가 조 씨의 항소취하 동의 여부가 불명확해 이에 대한 동의서를 재차 제출했다면, 본인 동의가 없었던 사실이 확인되는 것뿐만 아니라, 앞서의 형사소송법에 따라 첫 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진행될 수 없었던 상황이 된다. 최 변호사는 물론 재판부도 로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적은 여기서도 나온다.
# 합의금 ‘돌려막기’ 사실 탄로났는 데도 집행유예
또한 인베스트 사건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인베스트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합의가 전부 이뤄졌던 것도 아닌 데다, 첫 기일 전인 지난해 9월 17일 검찰의 이숨 압수수색으로 송 씨의 또 다른 사기 행각이 밝혀지기도 했다. 여기에 인베스트 사건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합의금을 이숨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를 근거로 이숨 피해자들은 선고 전인 2015년 10월 5일 탄원서 등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송 씨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 됐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일요신문>이 해당 판사에게 앞서의 의혹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그는 법원 공보 판사를 통해 “방대한 사건 기록을 보고 판단했고, 판결문에 선고 이유를 적었다”고만 전했다.
송 씨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직후 이숨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리고 지난달 4일, 이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상습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점과 ‘돌려막기’ 등을 모두 인정하며 “수많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송 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송 씨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할 규모는 1160억 원에 이른다.
앞서의 김정철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로 인해 사법계 불신이 야기될 수 있다”며 “이 사건도 왜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됐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남편은 교수, 해외 체류중…브로커 이씨 ‘사실혼 주장’은 거짓말 “힘들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안하다.” 최유정 변호사가 지인들을 면회하며 전한 말이다. 그는 구속 이후 이어진 강도 높은 검찰 조사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 지난 5월 9일 체포 직전 지병으로 간단한 수술을 받았던 최 변호사는 구치소 안에서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의 한 지인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체포 당시와는 달리 최근에는 다소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경력 16년의 부장판사였던 최 변호사는 현재 2평 남짓한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있다. 동료들이 기억하는 2년 전까지의 최 변호사는 인정 많은 판사였다. 재판장에 나온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기도 하고, 피고인석에 선 청소년에게 “돈보다 훨씬 귀한 것을 네가 가졌다”며 따뜻한 조언을 한 일화도 있다. 법원을 이끌어 갈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최 변호사는 199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처음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최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초임이 서울지법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성적이 좋아 300여 명의 연수원 동기 중, 늘 상위 10%에 속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재직 당시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 보직은 법원 내부에서도 중요 보직으로 통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글 솜씨도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 솜씨는 법복을 벗고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뒤에 더욱 자유롭게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 변호사가 재판부에 제출했던 의견서 등을 보면, 유명 소설이나 고전 등을 인용해 설득한 흔적이 확인됐다. 법원 안팎에서 신임을 얻던 최 변호사의 최근 행적에 동료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반면 “변호사가 되면서 자신을 인정하던 지인들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실제로 최 변호사는 그동안 개인적 연고가 있는 판사들이 담당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임했다. 2014년 12월 최 변호사가 개인 사무실을 개업한 이후 수임한 형사사건 26건을 보면, 이 가운데 11건은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였으며 1건은 고교 선배가 재판장을 맡은 사건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인 6건은 모두 항소심이었으며, 감형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대해 한 법조 관계자는 “정황만으로 ‘전관예우’를 의심하긴 어렵지만,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이를 의뢰인에게 의도적으로 알렸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브로커 이 아무개 씨(44)가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최 변호사는 남편과 별거 중이긴 하지만 이혼을 한 상태는 아니다. 별거 역시 부부 사이의 불화 때문이 아닌 남편의 해외 체류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의 남편은 서울의 한 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서울대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했다. 다만 해외 연구 활동 등으로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지냈다. 슬하에는 1남 1녀를 두고 있다. 구속 전까지 법원과 가까운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녀들과 함께 지냈다. 올해 초에는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 가사 도우미 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한 지인은 “최 변호사가 1~2년 새 갑자기 바빠져 자녀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의 모친은 고향인 전주에 거주하고 있다. 최 변호사 사건이 불거지면서 건강이 다소 악화됐다고 한다. 최 변호사가 체포 직전 전주에 내려간 목적도 지병 치료와 함께 모친을 만나러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모친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