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변호사는 2011년 24억 7000여만 원, 2012년 85억 9000여만 원의 서류상 매출을 기록했다. 문건으로 확인되지 않은 기간(2013~2015년)의 매출까지 더하면 홍 변호사가 올린 수입은 최소 2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2009년 대검수사기획관 당시 모습. 일요신문DB
문건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1년 24억 7000여만 원, 2012년 85억 9000여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문건으로 확인되지 않은 기간(2013~2015년)의 매출까지 더하면 홍 변호사가 올린 수입은 최소 2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3년 매출로 91억여 원을 과세당국에 신고했다.
관련 문건은 ‘2011년도 2/예’부터 ‘2012년도 2/확’까지 홍만표법률사무소가 올린 매출과 내야 할 부가가치세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일반 사업자의 경우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2월)로 나눠 매출을 신고하는데 여기서 ‘예’는 앞선 3개월, ‘확’은 뒤의 3개월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2011년도 2/확은 2011년 10~12월 사이를 가리킨다. 홍 변호사는 2011년 8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에서 물러나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해당 문건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홍 변호사에게 돈을 건넨 ‘고객’들을 선별 공개하기로 했다. 사회적인 저명도와 공적인 중요도, 대금 지급 액수 등을 고려했다. 공개 대상은 홍 변호사가 매출을 신고한 기간에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 혹은 내사를 받고 있던 기업(혹은 오너)들로 한정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최근 홍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들의 전수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홍 변호사는 2012년 1분기 한화건설에서 3억 원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당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김 회장 사건을 수임한 건 맞다”고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같은 해 1심에서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2011년 4분기 2000만 원, 2012년 1분기 3000만 원, 2분기 3000만 원, 3분기 4000만 원을 각각 전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당시 분식회계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변호사 자문료 등으로 지급했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 회장 역시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2011년 4분기 1000만 원, 2012년 2분기 5000만 원을 각각 입금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광주 하수처리장 입찰 담합 등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건설 관계자는 “협력업체 안전사고와 관련해 사건을 의뢰한 것”이라며 “착수금으로 1000만 원, 성공보수로 5000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은 2012년 1분기 5000만 원, 2분기 1억 5000만 원을 각각 홍 변호사에게 지급했다. 당시 수원지검 특수부는 ‘용인 경전철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대림산업 본사와 계열사 고려개발 안양지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고려개발 역시 홍 변호사에게 1억 5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착수금과 성공보수 명목으로 총 2억 원을 홍 변호사에게 줬는데 문제가 될 소지는 없었다”며 “비리 건은 이미 다 무혐의로 끝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2014년 대림산업으로부터 다른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모두 5차례에 걸쳐 2억 원을 홍 변호사에게 지급했다. 당시 KT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로부터 허가 없이 위성·유선방송 사업을 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에 고발됐다. 2011년 12월 검찰은 KT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림그룹은 지주사인 하림홀딩스가 1300만 원, 계열사 NS쇼핑이 2억 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NS쇼핑은 홈쇼핑 MD 전 아무개 씨 등이 수억 원대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었다. 하림그룹 측은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회신을 주지 않았다.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2억 5000만 원)과 삼성물산(3억 5000만 원)도 홍 변호사의 고객으로 나타났다. 삼성테크윈은 2011년 초부터 ‘K9 자주포’ 결함과 관련한 의혹을 받았지만 2012년 말에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또 삼성물산은 4대강 담합 등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오르내렸다. 삼성물산 측은 “사건 수임이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밖에 홍 변호사의 고객 가운데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던 몇몇 기업이 눈에 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유명한 동아원은 계열사 동아푸드와 함께 6200만 원을 썼고, 한일시멘트 역시 3000만 원을 썼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동아원처럼 수백만 원씩 여러 차례 나눠 낸 경우 수임료라기보다 상담료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1억 4000만 원을 한 번에 지급했다. 셀트리온 주가조작 수사는 2013년 말이 돼서야 진행됐다.
각 기업이 정당한 수임료를 지불하고, 사건을 의뢰하는 건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변호 과정에서 검찰 후배에게 이른바 ‘전화 변론’ 등을 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앞서의 관계자는 “A 병원의 경우 주가조작 등 혐의로 내사를 받았는데 ‘위’에서 눌러 수사가 더는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병원과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제약업체 B 사는 홍 변호사 고객 명단에 들어 있다.
또 홍 변호사가 5억 원 이상의 거액을 받고 수임한 사건 중에는 피의자가 보석으로 풀리거나 감형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건설업체 C 사 대표 D 씨는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 정치인에게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1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뒤 2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D 씨가 홍 변호사에게 지급한 돈은 5억 9500만 원. C 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C 사 외에는 건설업체 E 사, F 사가 각각 홍 변호사에게 8억 원과 7억 5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E 사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한편, 홍만표법률사무소 관계자는 “거액 수임 의혹 등에 대해 할 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