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진해 초등학교 교사 정 아무개 씨가 17개월 된 아들을 폭행하는 모습.
뒤늦게 밝혀진 유사 강간 혐의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지난해 9월 29일 정 씨는 부인인 A 씨와 말다툼을 하던 도중 오이를 사용해 성적인 학대를 했다. 또한 지난 1월 5일엔 “죽여라”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는 등 각종 폭언을 하며 성적인 학대를 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들이 결국 유사 강간 혐의로 이어졌다. 당시 3시간 동안 목을 조르는 등 폭행까지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저항하며 분명한 거절 의사 표시를 밝혔다”면서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라 거동이 불가능했다”며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피고인 역시 오이를 사용한 성적 학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5일 유사 강간 건이 추가로 고소돼 다음 공판에선 이 부분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해당 건에 대해선 녹취록이 법원에 제출된 상태다.
애초 지난 3월 31일 A 씨는 정 씨를 경찰에 17개월 된 아들 정 군에 대한 폭행으로 신고했다. 정 씨가 정 군을 폭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부터 당시 생후 6개월이던 정 군이 누워있던 이불을 갑자기 빼는 등의 학대 행위를 5차례 가했다. 이는 당시 A 씨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 밝혀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3월 31일 이전 아동학대로 판단돼 사례 관리 대상에 있었던 것은 맞다”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경찰 조사를 받으며 평소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각종 증거가 있어 입증할 수 있는 폭행만 무려 40여 차례에 이른다는 A 씨는 “입증할 수 없는 사례를 더하면 총 60여 차례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3건 정도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당시엔 A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 또한 “당시엔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믿음으로 정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기자가 입수한 여러 개의 영상과 녹음 파일에서도 폭행과 폭언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아내 A 씨가 폭행당한 흔적.
이렇듯 정 씨가 A 씨를 괴롭힌 이유는 알려진 대로 ‘원치 않는 재혼’ 때문으로 보인다. 정 씨와 A 씨는 대학원 재학 중 교제를 하게 된다. A 씨는 “임신 3개월 차에 임신 사실을 고백했다. 당일 돌연 낚싯대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임신 사실을 알기 전 둘 사이는 보통의 연인과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재혼 마음이 없었던 정 씨와 생명을 책임지고자 하는 A 씨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 정 씨는 A 씨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가 9월 무렵 취하했다. 소송 당시 A 씨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 A 씨는 “전혼의 경험과 어린 아들을 생각해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교육과 상담을 받는 등 관계를 회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며 “담당 변호사에게 유책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얘기를 듣게 됐다”며 “정 씨는 이혼 소송을 취하한 뒤에도 이혼 소송을 다시 제기할 것이라 말했다. 당시엔 이혼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정 씨가 유책 배우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변태 성행위와 폭행을 일삼은 정 씨는 평소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 씨는 평소 동료 교사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고 있었다. 근무했던 초등학교에서도 ‘연구부장’직을 맡을 정도로 유능한 평가받고 있었다. 정 씨를 직간접적으로 접했던 이들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반응. 다만 경찰은 “정 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하려는 등의 소동을 벌여 출동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정 씨의 사회적 평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A 씨는 “이혼 소송을 위해 정 씨가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인간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좋은 평판을 받았다는 것이 모순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 씨가 아내 A 씨의 목을 조르는 모습.
정 씨는 경찰 조사 당시 모든 혐의에 대해 순순히 인정했다. 정 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정 씨가 이번 일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며 “피고인이 만취된 상태에 벌어진 일이고 피고인은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이번 재판과 별개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17개월 된 아기를 무참히 폭행하는 것을 보고 견뎌왔던 모든 것들이 처참히 무너져버렸다”며 눈물을 훔쳤다.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 달 9일로 예정돼 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부부 사이 유사 강간 처벌은? 형법 제 297조의 2(유사강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에도 부부 사이 유사 강간으로 처벌 받은 사례가 있다.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를 찾아가 감금하고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것.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혼 과정에서 피해자를 감금하고 유사 강간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실형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무법인 천일 노영희 변호사는 “부부 사이라도 ‘원하지 않는 한’ 유사 강간은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자백이 있고 피해자의 증언과 직·간접 증거가 있기 때문에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