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음악대장이 꺾은 가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6연승을 향해 내달리던 ‘캣츠걸’ 차지연을 물리치고 지난 1월 31일 왕권을 가져온 후 벌써 4개월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복면가왕’에 재도전했던 가수 테이를 비롯해 EXID 하니, 씨스타 효린, 스피카 김보형, MBC <위대한 탄생> 출신 한동근, Mnet <슈퍼스타K> 우승자 울랄라세션 김명훈, 가수 양파 등을 제쳤다. 실력파 중견 가수, 걸그룹 최강 보컬, 오디션 우승자 등이 나섰지만 ‘가왕급’은 없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복면가왕’ 제작진이 음악대장의 9연승을 저지하기 위해 무대에 올린 이가 바로 김경호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신구 로커(음악대장의 정체는 이미 많은 이들이 ‘그’로 예상하고 있다)의 맞대결은 모두가 기다리던 대결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음악대장의 승.
MBC ‘복면가왕’에서 9연승 중인 ‘우리동네음악대장’. MBC 방송 화면 캡처.
음악대장의 연승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선곡이었다. 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며 등장한 뒤 신해철이 이끈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부를 때만 해도 그가 록을 좇는 ‘신해철 키즈’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어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로 숨고르기를 한 음악대장은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와 서태지와아이들의 ‘하여가’의 랩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현해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박인수의 ‘봄비’와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선택했을 때는 고음과 지르는 가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웅변했다. 읊조리는 듯한 노래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다가 막바지에서는 특유의 내지르는 창법으로 다시금 관객을 압도했다.
분명 음악대장은 요즘 ‘복면가왕’의 핵이다. 그가 어디까지 연승을 이어갈지, 어떤 곡을 고를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몇몇 기사들은 이미 콕 집어 이야기하듯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하현우가 맞는지 아닌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그는 이미 현 가요계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복면가왕’ 제작진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넉 달 넘게 왕좌를 지키고 있는 그를 끌어내릴 복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음악대장이 롱런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제작진이 꺼내 든 비장의 카드인 ‘램프의요정’ 김경호도 ‘우리동네음악대장’과의 맞대결에서 패했다.
대중은 쉽게 변한다. 싫증도 빨리 느낀다. 어느 순간 음악대장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면 ‘복면가왕’의 하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해가 강하면 그늘이 짙은 법. 음악대장이 탈락하는 순간 그동안 그를 지켜보던 시청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가장 인기가 좋을 때 가장 적절한 상대를 만나 아름답게 왕좌를 내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시청자들의 심리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적절한 시점’을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요즘 ‘복면가왕’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음악대장 보려고 본다” “이번에는 어떤 선곡을 했을지 궁금하다”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음악대장의 팬이었던 이들도 있고, 우연히 ‘복면가왕’을 보다가 그의 팬이 된 이들도 있다. 또한 주변의 입소문을 듣고 “어디 한번 들어보자”며 ‘복면가왕’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 음악대장의 탈락은 일종의 배신이다. 게다가 음악대장을 꺾은 이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 음악대장이 생뚱맞은 선곡을 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연승 가도를 달리며 방송 초반 ‘복면가왕’의 인기를 견인했던 ‘클레오파트라’ 김연우는 ‘한오백년’을 부른 뒤 탈락했다. 이를 두고 “떨어지기 위한 선곡”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음악대장이 이런 식으로 탈락을 자청한다면 시청자들의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갖은 딜레마 속에서 제작진의 앞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은 섭외다. 하현우를 꺾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물이 나와 줘야 한다. 이미 시청자들은 이선희, 임재범, 박효신, 나얼, 김범수 등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타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이선희와 김범수가 복면을 쓸리 만무하고, 박효신과 나얼은 TV 출연이 거의 전무한 스타다. 임재범에게 복면을 씌우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 속에서는 음악대장을 꺾어도 욕을 먹을 것 같다”며 “괜히 출연했다가 음악대장 연승 가도의 제물이 되고 싶지는 않고, ‘이겨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니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선뜻 섭외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음악대장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격주 녹화가 진행되지만 복면을 쓴 채 2주에 한 번씩 가왕급 무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 또한 클 것이다. 게다가 예상대로 음악대장이 국카스텐의 하현우라면 그는 여름 시장에 들어서며 각종 록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복면가왕’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숱한 우려와 예상을 뒤로 하고 지금 이 순간 음악대장의 무대를 보는 관객들은 즐겁다는 것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