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메콩강 라오스 구간을 탐사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약 4900km에 이르는 메콩강 물길 중 약 1900km는 라오스를 거쳐 흐릅니다. 인접 국가 중 가장 긴 강줄기입니다. 서부쪽은 약 200km를 미얀마 국경과 맞대며 흘러갑니다. 중국 티벳의 산악지대에서 시작된 메콩은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까지 6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갑니다.
맑은 쏭강과 산풍경으로 중국 계림을 연상케 하는 방비엥. 수도 비엔티안과 4시간 거리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다. 항공사진제공=포토디렉터 이규철
예전부터 메콩강 전체를 탐사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합니다. 강의 지류가 너무 방대합니다. 또 계절에 따라 변화가 심하고 급류와 폭포가 많아 배를 타고 가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6개국의 국경을 통과하는 것도 까다롭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사진작가들과 방송사들이 긴 시간을 탐사했지만 전체를 그려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메콩강 전체 탐사에 도전하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라오스에 거주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류기남 씨와 소설가 조창인 씨가 그들입니다. 두 작가는 2년째 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계절을 담기 위해선 앞으로 3년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오늘 저와 한국에서 온 포토디렉터 이규철 씨가 합류해서 그 길을 떠나고 있습니다.
메콩강을 최초로 탐사한 사람은 포르투갈인 안토니아 드 파리아였습니다. 그는 1540년 이곳에 와 1563년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상류의 세세한 모습은 없지만 메콩의 모습을 잘 그려낸 지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후 프랑스가 탐험을 이어갔습니다. 프랑스는 1861년 베트남의 사이공을 손에 넣은 후 캄보디아를 점령했습니다. 1893년부터는 라오스까지 확대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를 세웠습니다. 그들은 인도차이나의 젖줄인 메콩강 전역을 지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프랑스의 꿈은 인도차이나 전쟁과 베트남 전쟁으로 깨졌습니다.
메콩강은 강주변 인구만도 약 70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생활권은 비옥한 토양과 좋은 기후 덕분에 최대의 곡창지대이자 최대 열대과일 생산지로 꼽힙니다. 수산시장과 화훼산업, 물고기 양식, 코끼리 등 생태보존 지역이 되었습니다.
라오스 최남단 시판돈(Si Phan Don)은 방비엥(Vang Vieng)과 함께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메콩강은 남부 시판돈에 이르러 유속이 느려지며 강폭은 바다처럼 넓어집니다. 약 4000개의 섬이 강에 떠 있어 장관을 이룹니다.
메콩 탐사를 시작하기 전에 인근 방비엥을 갑니다. 비엔티안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립니다. 오늘 이 마을에서 큰 축제가 열립니다. 1년에 한번 지내는 기우제입니다. 그런데 강변에서 로켓을 쏘아올리는 ‘현대식 로켓축제’입니다. 마을사람들과 여행자들이 모두 모여 이 광경을 밤새 지켜보며 라오맥주를 마십니다. 한국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으로 더 유명해진 이곳. 그래서인지 어딜 가도 한국 관광객이 넘쳐납니다. 작은 마을 구석구석 한글 간판을 쉽게 봅니다. 한적한 시골 풍경, 맑은 쏭강, 석회암의 산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곡선. 중국의 계림이 떠오릅니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모여들면서 방비엥은 배낭여행자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마을 인구의 5배가 넘는 여행자들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이 블루라군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방비엥의 블루라군(Blue Lagoon)은 강의 다리를 건너 6km 거리에 있습니다. 카르스트 지대를 지나는 풍경이 한가롭기만 합니다. 동굴 앞에 만들어진 석호가 은은한 에메랄드빛이어서 블루라군이 되었습니다. 시원한 계곡에는 아침부터 짚 와이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먼 나라의 한갓진 시간들 속에서 삶의 먼지들을 털어냅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연속에 자신을 맡기기에 적합한 여행지입니다.
내일부터는 메콩강 라오스 구간 탐사가 시작됩니다. 류기남 사진작가가 리더입니다. 그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15년을 살며 인도차이나를 여행한 사람입니다. 수없이 메콩강 루트를 다녀서 각 나라 국경을 넘나드는 ‘자동차 여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4개국 메콩강변을 거쳐 베트남 호찌민까지 내려갑니다. 저에겐 운이 좋은 기회입니다.
탐사여행을 떠납니다. 인생도 여행이며 탐사입니다. 사람과 떠나는 여행입니다. 사람 속에서 무엇을 깨닫고 발견하는 탐사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