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오픈 우승자 이상희 프로. 3라운드 단독선두였던 이상희 프로는 최종 라운드에서 빨간색 상의를 입고 등장했다. 사진제공=KPGA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진행된 SK텔레콤오픈에서 이상희 프로가 3년 8개월 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는 대회 내내 체온이 38℃까지 오르는 등 심한 몸살을 앓았지만 약 한 번 먹지 못했다. 도핑테스트에 걸려 출전이 박탈될지도 몰라 약 대신 물을 마셔가며 스스로 체온을 조절했단다.
3라운드 단독선두였던 이상희 프로는 최종 라운드에서 빨간색 상의를 입고 등장했다.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 SK텔레콤 로고와 같은 빨간색으로 맞춰 입은 것이다. 그는 최종 라운드에 임하기 전 “워낙 쟁쟁한 선수들과 겨루다보니 우승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 라운드 동반자인 김경태 프로(1타차), 박상현 프로(2타차)에 대한 견제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염려대로 최종라운드에서 김경태 프로와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여야만 했다. 16번홀(파4)에서 이상희 프로의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1벌타를 받고 러프에서 세컨드 샷을 한 이상희 프로가 보기로 홀 아웃. 김경태 프로도 2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이 프로는 단독선두의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18번홀(파5)에서는 김경태 프로의 티샷이 카트도로를 맞고 옆 홀인 10번홀 러프에 떨어졌다. 1타차 단독선두였던 이상희 프로는 세컨드 샷을 홀 4m에 떨어트린 후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김경태 프로도 버디를 잡아냈지만 1타차를 좁히지 못해 우승의 영광은 이상희 프로에게 돌아왔다.
이상희 프로가 SK텔레콤오픈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비즈한국> 인터뷰에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KPGA
SK텔레콤오픈 우승으로 통산 3승을 기록한 이상희 프로는 “3년 8개월 만의 우승이라 첫 우승보다 더 값진 것 같다”면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우승의 영광을 스카이72 골프장 소속 6년차 베테랑 캐디 김보라 씨(여·28)와 스윙 코치 앨런 윌슨에게 돌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무대를 오가며 경기를 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일본인 캐디와의 마찰로 올 한 해 동안 캐디 없이 경기에 임하기로 했다”면서 “김보라 캐디의 도움을 많이 받아 스카이72에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상희 프로는 지난해 12월부터 배상문 프로의 스윙 코치였던 앨런 윌슨에게 교정을 받고 있다. 앨런 윌슨의 도움으로 슬럼프를 완전히 극복해냈다는 이상희 프로는 “지난해 일본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하긴 했지만 내 기량을 맘껏 발휘하지 못해 슬럼프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앨런 코치의 도움으로 스윙을 교정할 수 있었고, 아픈 와중에도 우승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오픈이 끝난 바로 다음날, 이상희 프로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미즈노오픈을 시작으로 JGT챔피언십 모리빌딩컵까지 2주 동안 일본 무대에서 대회를 치른 후 귀국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상희 프로는 “올해는 시작부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느낌이 좋다”면서 “올해는 꿈에 그리던 미국 PGA 투어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PGA 투어로 가는 디딤돌로 삼고자 일본 무대에 도전한 그는 일본골프투어(JGTO) 퀄러파잉(Q)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기도 했다.
아홉 살에 골프를 시작한 이상희 프로의 유년 시절. 사진제공=이상희 프로
미국 PGA는 지난 2013년 퀄러파잉(Q)스쿨 제도를 없애고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를 활성화했다. 2012년 한국프로골프 대상을 차지했던 이상희 프로는 PGA 1부 투어 직행 마지막 열차에 오르지 않았다. 당시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는 “일본에서 좀 더 실력을 다듬은 후 도전하고 싶었다”며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선배들이 해온 대로 차근차근 순서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