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논란 “우려가 현실로” 동료 연예인미술인 등 미술계에 공개사과 해야
대작 논란 중인 조영남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이사장 조강훈)는 지난 24일 협회 회의실에서 미술계 원로와 협회 중진들이 모여 ‘조영남 대작 논란’과 관련해 <일요신문>과의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날 긴급하게 모인 원로들은 “미술협회에 등록되지도 미술계와 왕래하지도 않은 채 자신(조영남)의 유명세로 그림을 판 업자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강훈 이사장은 성명을 통해 “그는 시대의식을 바탕으로 현실을 치열하게 기록해나가는 프로작가도, 동시대 미술양식을 구현하며 대중과 소통하고자하는 전업작가도 아니다”며 “첫 동기야 모르겠지만, 자신의 미적 취향이나 감성을 순수하게 표현해내며, 주위와 공감하려는 아마추어 작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공자도, 미술협회에 가입해 작품발표 실적을 챙긴 적조차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매스컴에 공개된 그의 작업실 분위기는 그냥 세트장 같을 뿐 치열한 창작의 열정이나 자신의 예술세계 구현을 고민하는 그런 작업의 산실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그림을 비싸게 사고 팔다 대작 의혹이 터지자, 뜬금없이 ‘관행’ 발언을 한 것은, 그것도 앤디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를 들어 해명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 원로작가는 “조 씨가 현대미술 운운하며 치기어린 작품을 전시, 평론할 때에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는 작가도 아니고 잘해야 미술을 통한 문화적 호사를 누리고 싶어 하는 정도로 비춰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단지 그의 무지하고 비양심적인 발언이 행여 작업실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위해 어려운 현실에서도 시대적 가치를 기록해온 작가들에게 누가될까 염려스럽다”며 “자신이 불리하자,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한 것은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 연예인미술인의 순수성이나 자존심을 송두리째 부정한 것이다. 결국 자신만 살려고 가뜩이나 어려운 미술계를 나락에 빠뜨린 것이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현재 미술계에서 극히 일부의 작가들이 작품 청탁이 많아 그의 작품세계 영향을 받은 제자나 후배들이 작품제작 과정에 조력하는 경우는 있지만, 화단의 중진 작가는 물론 원로화가들조차 구상단계부터 작품의 완성은 물론 액자의 형태까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전시를 위한 작품 운반까지 직접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족들이 함께 생계를 해결하면서도 예술적 자존심을 자부심으로 견뎌온 것이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영남 대적논란의 경우처럼 다 그려진 작품에 덧칠하고 사인하는 관행은 없다면서, 더구나 작품세계가 조명받아 많은 작업량을 소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송 스케줄이나 가수로서의 활동에 쫓겨서 비도덕적인 대작을 관행이라 하는 어이없는 발언이 그의 가벼움을 확인케 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계가 어렵다. 작품에 대한 판로나 수익 역시 화랑이나 일부 인맥을 통한 전시로 인해 상업성만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재계 로비와 탈세를 위해 미술품을 소장한 화랑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정작 화랑이 아닌 미술계, 화가들이 뭇매를 맞았다. 대작 논란으로 미술계의 관행 운운하며, 미술계 뒤에 숨은 가수 조영남처럼 말이다. 동네북이 따로 없던 미술계가 원로들을 주축으로 이같은 성명을 밝힌 데에도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동안 어렵게 지켜오던 한국미술계에 대한 마지막 자존심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이사장 조강훈)에서 미술 원로들이 긴급 소집해 ‘조영남 대작 논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왜 그들이 고개를 숙여야 하나. 검찰은 조영남 대작 의혹을 구입자 조사를 통해 사기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도덕적인 해이도 문제지만, 화랑 등의 잘못된 미술품 유통과 독과점식 일부 작가 운영 등도 검찰의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관행 운운하며, 그들만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문화적 성숙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조강훈 이사장을 비롯한 미술계 원로들은 조영남 씨의 공개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명세로 갤러리에 의존해 그림을 사고팔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술계 뒤에 숨은 그림업자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생계위기 속에서도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작가들에게 사과하고 진정한 미술계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 미술계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술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동료 연예인 미술인들에게도 진정한 사과를 통해 그들이 세인에게 호사가적 태도나 비도덕적인 작가로 비춰지는 것을 인생선배로서라도 막아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앞서 화가 송 아무개 씨(61)가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71)의 그림을 대작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져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조 씨가 대작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