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부산시청 앞에서 진행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의 기자회견 모습.
[일요신문]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민관유착 의혹에 직면했다. 지역 중견건설업체인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광안리 바다 전체를 가로 지르는 세계 최장인 4.2km의 해상케이블카 사업제안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시는 이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즉각 나타냈다. 문제는 이 업체가 얼마 전 용호만 매립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사업권을 헐값에 따내는 등 연이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업체가 해상케이블카 사업추진을 위해 설립한 법인의 대표가 용호만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허가 당시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지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부산시와의 유착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블루코스트는 해양관광도시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면서 ‘해상관광 케이블카 조성사업 주민제안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부산블루코스트는 아이에스동서㈜가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며 대표는 배영길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다.
이 회사가 시에 제출한 ‘해상관광 케이블카 조성사업 주민제안서’는 해운대 동백유원지에서 이기대 동생말을 연결하는 연장 4.2㎞ 해상구간에 4500억 원을 투입, 자동순환식 3S케이블카 35인승 캐빈 80기를 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제안서에는 향후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연간 300만 명 내외의 국·내외 관광객이 이용하고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400억 원, 고용유발효과가 1만 8000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담겼다.
이에 부산시는 같은 날 해당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마치 사업제안서 접수에 이어 곧바로 진행되는 하나의 과정처럼 보였다. 이날 부산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산블루코스트에서 제안한 해상케이블카 설치구간은 해안절경과 야간조망이 뛰어난 곳”이라며 “해상케이블카가 도입되면 부산이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블루코스트가 지난 18일 부산시에 제안한 ‘해상관광 케이블카 조성사업’ 개요도.
민간업자가 사업을 제안한 사실과 시가 이를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함께 알려지면서 공론화되자 시민사회단체도 입을 열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시민연대)는 24일 부산시청 앞에 모여 ‘서병수 시장은 특혜로 얼룩질 광안리 케이블카 사업을 반려하라’란 회견문을 기초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전, 자연훼손, 그리고 특혜. 이 세 가지가 이들이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하고 나선 핵심 키워드였다. 안전 및 자연훼손과 관련한 시민연대의 지적도 이날 관심을 끌었지만 특히 특혜와 관련한 이들의 주장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시민연대는 “이 사업은 2007년 개발사업자가 제안했다가 경관 및 안정성의 이유로 좌초된 것”이라며 “10년 전에 이미 무산된 사업이 망령으로 되살아난 것 자체가 특혜”라고 시를 질타했다. 이어 “부산시가 관광시설이라는 명목으로 공공의 자산인 광안리 바다를 개발업자에게 내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영길 전 행정부시장과 관련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시민연대는 “대표이사로 영입된 전직 부산시 고위공무원은 재직 당시 아이에스동서가 용호만 매립지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사업권을 헐값에 따냈던 의혹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인사”라며 “아이에스동서가 퇴직 고위 관료를 특혜 개발사업 수주에 대한 보은으로 ‘도시계획시설’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개발사업 시행사의 대표로 영입한 것은 전형적인 관피아의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시민연대가 언급한 바와 같이 앞서 아이에스동서는 2018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용호만 매립지에다 최고 69층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더블유’를 짓고 있다. 이 사업이 배영길 대표와 무관하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배 대표가 부산시 행정부시장으로 근무한 기간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로 2년이 조금 안 된다. 하지만 바로 이 시기에 용호만 매립지 개발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아이에스동서는 2010년 7월 용호만 매립지 근린상업용지 4개 필지 4만 2000여㎡에 대한 공개입찰에서 감정가와 근접한 997억 원에 단독으로 응찰해 낙찰을 받았다. 배영길 당시 행정부시장은 낙찰이 이뤄진 불과 4개월 후에 스스로 짐을 쌌다.
아이에스동서가 용호만 매립지에 건립 중인 ‘더블유’ 조감도.
또한 2010년 당시 낙찰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특혜 의혹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부산도시재생네트워크는 같은 해 10월 부산시에 공개질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개입찰 대상인 4개 필지 가운데 3개 필지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인근 지역에서 땅값이 가장 싼 곳(용호동 371의1)을 감정 표준지로 선택해 고의로 매각가격을 낮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매립지 토지매각과 용도변경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2012년 감사원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지적도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을 허용하기 위한 부산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과정에 결격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블루코스트의 이번 케이블카 사업 제안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변곡점으로 봐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이에스동서의 입장에서 보면 배영길 대표 선임은 ‘과거 사업에 대한 보은’과 ‘새로운 사업을 위한 연결고리 확보’란 두 가지 열매를 일거에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논란은 갈수록 비등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와 아이에스동서의 유착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미리 특혜를 주기로 짜맞춰 놓고 부산시와 관련 업체가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서병수 시장이 해당 사업을 인가하게 되면 특혜보장을 통한 개발이익 동맹에 참여했다는 지탄과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은 자명하다”면서 “이런 것을 감수하면서 인가를 내준다면 이는 유착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따라서 사업은 불허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