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하는 말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몸으로 하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신체 언어, 즉 몸짓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도 영향을 주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하버드대 부교수인 에이미 커디가 제안하는 ‘파워 포즈’의 힘에 대해서 소개했다. ‘파워 포즈’를 취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행동뿐만 아니라 말투, 그리고 생각까지 바뀔 수 있다고 쿠디는 말했다. 이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회사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직장인, 혹은 거래처와 미팅이 많은 세일즈맨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이제부터는 말보다 먼저 몸짓으로 내 자신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도널드 트럼프는 연단 위에서 양팔을 좌우로 벌리고 가슴을 내민 채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이른바 ‘위너의 자세’다. AP/연합뉴스
사실상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69)는 과장되고 큼직한 몸짓을 취하기로 유명하다. 연단 위에 올라서서 연설을 하는 그의 태도에는 항상 공통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리고 가슴을 앞으로 내민 채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가리켜 <포쿠스>는 ‘위너의 자세’라고 언급하면서 트럼프가 이런 몸짓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힘을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어떻게 무대 위를 장악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통해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자세, 몸짓, 제스처, 표정은 때로는 말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커디 교수는 몸짓의 중요성에 대해서 “우리의 몸짓은 매우 강력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도 영향을 주지만, 때로는 내가 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도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특유의 ‘위너의 자세’의 경우를 보자. 누구든 이런 자세를 취하면 없던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이와 반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면 실패자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실패자처럼 느끼게 된다.
하버드대 에이미 커디 부교수(왼쪽)는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슈퍼맨 혹은 슈퍼우먼 자세’를 연습하라고 권한다.
비단 정치인이나 기업인, 혹은 운동선수들만 이런 자신감 넘치는 몸짓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을 견뎌야 하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가령 면접을 볼 때, 중요한 미팅을 할 때, 연봉 협상을 할 때도 이런 ‘파워 포즈’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커디는 이렇게 권고한다.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먼저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파워 포즈’를 연습하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장 좋은 장소는 거울 앞이다. 거울 앞에서 ‘슈퍼맨 혹은 슈퍼우먼 자세’를 취해보라. ‘슈퍼맨 혹은 슈퍼우먼 자세’란 양발을 벌리고 똑바로 선 채 양팔을 허리에 올린 다음 팔꿈치를 뒤로 젖혀 가슴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다. 이 자세를 단 2분만 취하고 있어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커디는 말했다. 커디는 “‘슈퍼맨 혹은 슈퍼우먼 자세’를 연습하면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해진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도 감명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커디는 ‘파워 포즈’의 영향력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들은 가상 면접에 참가하도록 설정되었으며,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절반은 ‘파워 포즈’를,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무기력 포즈’를 연습하도록 했다. 그리고 실험의 내용을 모르는 제3의 사람들이 이들의 면접 동영상을 분석하도록 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파워 포즈’를 취한 학생들이 ‘무기력 포즈’를 취한 학생들보다 면접에 합격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들은 능력 있고,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열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렇다면 대체 ‘파워 포즈’와 ‘무기력 포즈’가 우리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걸까? 이에 대해 연구진들은 이런 자세가 다른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과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몸짓이 우리의 체내와 뇌에서 생물학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과 코티솔이 관련이 있다. 두 호르몬은 사회적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면 자의식과 자신감이 높아지는 반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티솔이 증가하면 불안감과 불확실한 감정이 조장된다.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고 코티솔 수치가 낮아야 스트레스 가득한 생활 속에서도 고요하고 평온한 감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커디의 연구팀은 ‘파워 포즈’가 호르몬 분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앞서 언급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상대로 ‘파워 포즈’와 ‘무기력 포즈’를 취하기 전과 후에 각각 혈액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파워 포즈’를 취한 대학생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9% 상승했고, 코티솔 수치는 25% 하락했다. 반면 ‘무기력 포즈’를 취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0% 하락한 반면, 코티솔 수치는 17% 증가했다.
운동을 할 때도 몸짓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골대와 11m 거리에서 프리킥을 차는 축구 선수의 경우를 보자. 프리킥으로 경기 결과가 판가름난 36경기를 분석한 한 연구팀의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프리킥을 차는 선수가 어떤 자세를 취했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령 지배적인 자세, 즉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골키퍼 앞에서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골키퍼를 쳐다볼 경우, 프리킥 성공은 거의 떼어논 당상이었다. 이런 당당한 자세로 슛을 차는 선수의 골 성공률은 그렇지 않았던 선수보다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커디는 “당신의 몸짓이 당신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말하면서 “우리의 몸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우리의 생각은 우리의 행동을 바꾸고, 우리의 행동은 우리의 성과를 바꾼다”고 충고했다. 몸짓에 관한 커디의 동영상 강의는 현재 3300만 번 이상 조회되면서 일상의 변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이 자세만 따라 하면…에디슨처럼 뇌가 반짝반짝 1. 슈퍼우먼 자세 어깨를 펴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양팔을 허리에 올린다. 2분 동안 이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자신감이 높아진다. 2. 교차 자세 양팔을 교차한 채 발을 꼬고 비스듬히 서있으면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팔을 풀고 양발을 벌려 똑바로 선다. 이렇게 하면 안정감이 생기고 강한 느낌이 든다. 3. 이완 자세 ‘파워 포즈’라고 해서 반드시 공개 장소에서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개인 공간에서도 ‘파워 포즈’를 취하면 도움이 된다. 가령 의자에 앉아 양팔을 머리 뒤로 젖힌 채 다리를 올리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창의력이 높아진다. 4. 여학생 자세 양손을 꼭 쥔 채 앉아 있기보다는 가능하다면 팔을 의자의 팔걸이나 등받이에 올려 놓는다. 아니면 물컵이나 레이저 포인트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좋다. 5. 존재 자세 가능한 늘 똑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몸을 앞에 있는 테이블에 지탱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몸이 펴지는 효과가 있다. 6. 실패자 자세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품고 있을 경우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습관적으로 이런 자세를 취한다면 당장 자세를 바꾸어라. 턱은 위로 올리고, 목덜미를 쓰다듬는 행동은 하지 말아라. 7. 상남자 자세 개방적이면서 몸을 양옆으로 펼친 이런 자세를 취하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게 된다. 하지만 공공 장소에서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8. 구부린 자세 어깨를 구부린 채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어깨를 뒤로 펴고 깊게 심호흡을 한다. 상체를 똑바로 펴고 의자에 앉으면 능률도 오른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