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은 2000년 김영찬 창업주(골프존유원홀딩스 회장)가 설립한 작은 회사로 출발해 현재 국내외 17개 계열사를 둔 그룹으로 성장했다. 초창기부터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해온 점주들은 김 회장이 직접 제품을 들고서 일일이 점주들을 만나 영업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기 골프존은 점주들과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1위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이 가맹사업 전환 계획을 발표했으나 일부 점주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골프존유원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그룹의 모태는 스크린골프용 시뮬레이터 제조회사인 ㈜골프존이다. 전골협이 점주들에게 갑질을 한다며 규탄하는 곳이 바로 이 회사다. 골프존은 시뮬레이터, 즉 기계를 생산하고 점주들은 이 시뮬레이터를 구입해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한다.
골프존과 점주들의 관계를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로만 볼 수는 없다. ‘골프존라이브’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시뮬레이터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뮬레이터가 하드웨어라면 골프존라이브는 소프트웨어에 해당된다. 골프존라이브에 연결되지 않은 시뮬레이터는 빈 깡통이나 다름없다.
처음부터 골프존라이브 시스템이 있던 것은 아니다. N형 모델까지는 15개의 무료 코스가 저장된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었다. 점차 코스가 추가되면서 저장 공간의 한계 등 어려움에 봉착했다. 때문에 이어서 출시된 R형(리얼) 모델부터 골프존라이브가 도입돼 접속만 하면 300여 개의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골프존라이브가 도입되면서 기존 독립적이었던 매장이 모두 사실상 가맹점처럼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골프존라이브에 접속하려면 일종의 프로그램 관리‧보수를 위한 비용인 코스사용료(R캐시)로 2000원을 내야 한다. 이전에는 유료 코스 이용을 원하는 고객들만 따로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
기존에 무료코스를 이용하던 대부분 고객들이 요금이 2000원 올랐다고 여겨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늘었다. 결국 점주들이 고객들의 R캐시를 대납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고객의 편의와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골프존라이브 시스템이 오히려 점주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만 것이다.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골프존이 R캐시로만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이 1000억 원이 넘는다”며 “고객에게 R캐시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점주가 대신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프존 관계자는 “하나의 코스를 제작하려면 실제 골프장을 직접 3D로 항공 촬영해야 한다”며 “R캐시는 코스 제작비용, 게임엔진 구매비용, 네트워크 유지비용 등 투입되는 막대한 금액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대가”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라이브 이용료(R캐시)의 과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R캐시를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쟁점은 ‘점포 과밀화’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다.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골프존이 시뮬레이터를 무분별하게 판매해 시장질서를 문란하게 만들어 수많은 점주들을 폐업이란 사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가맹사업처럼 운영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골프존은 매장 창업 시 거리 제한과 같은 상권보호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때 5400개에 달했던 점포가 현재 4800개 수준으로 감소한 주된 원인은 골프존이 시뮬레이터 판매에만 열중했기 때문이란 게 전골협의 주장이다.
골프존 관계자는 “골프존은 이미 2014년부터 동반성장안을 발표해 시뮬레이터에 대한 전국 총량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3년간 2만 4000여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시뮬레이터를 아예 한 대도 팔지 않았다”고 밝혔다. 골프존은 지난 5월 16일 ‘자체 조사 및 추정한 자료’를 근거로 전국에 설치 누적된 시뮬레이터는 2014년, 2015년, 올해 1분기 각각 2만 4633대, 2만 4530대, 2만 4564대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시뮬레이터를 한 대도 팔지 않았다는 2014년에 어떻게 4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으며 “과밀화를 완화하려면 1만 8000대 수준까지 시뮬레이터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서 전골협 회원들이 골프존 규탄 집회를 벌인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골프존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골프존이 시장의 과밀화를 막고 라운드비를 현실화시키는 등 상생을 위한 대안으로 가맹사업 전환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골프존은 지난 3월부터 가맹사업 전환에 대한 점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 지난 5월 10일 결과를 발표했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맹 전환을 통한 영업권 보호 및 라운드비 현실화에 대해서는 다소 기대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면 가맹수수료 등 점주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며 “회사가 제시한 가맹사업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조건도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존은 타사 시스템을 혼용하는 매장, 비영리 매장 등은 제외하고 현재 최신형 모델에 해당하는 ‘비전’ 시뮬레이터를 갖춘 매장만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구형 모델로 운영 중인 점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전골협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말도 나온다. 전국에 활동 중인 총 7개의 골프존 점주 단체 중 전골협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단체는 대체로 골프존의 상생방안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골프존 관계자는 “전골협에 가입된 점주들이 전국 사업자 중 70%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점주들과 회사의 소통 창구를 전골협으로 단일화하라는 요구 때문에 최근 협상도 결렬됐다”며 “그러면서 전골협은 실제 조합원이 몇 명인지 명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준회원을 포함하면 3100명이 넘고, 이중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정회원만 1000명이 넘는다”면서도 “조합원 명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골협은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정치권을 상대로도 골프존 갑질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골프존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는 등 분명히 골프존이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개선했다”며 “전골협의 무리한 대응은 자칫 골프존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부정적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
‘스크라이크존’ 홈런 때릴까…골프존 미래 비전은 ‘스크린 야구’ 2000년 회사 창립 이래 골프존은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을 만큼 스크린골프업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스크린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단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국 스크린골프장 수는 2003년 300여 개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지난해 이미 매장 수가 7000개를 넘어섰다고 추산한다. 10여 년 사이에 2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SG골프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으로 한때 90%를 상회했던 골프존의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까지 하락했다. 골프존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시장의 우려와 달리 골프존은 오히려 여유와 자신감을 내비쳤다. 골프존 관계자는 “매장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에만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46만 명 이상 늘었다”며 “골프가 점차 대중화돼 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스크린골프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프존유원그룹은 계열사 ㈜뉴딘콘텐츠를 통해 스크린야구도 선보였다. 스크린골프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크린야구 시장까지 평정하겠단 생각이다. 뉴딘콘텐츠는 오는 6월 말까지 스크린야구 매장 스트라이크존을 22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골프존 관계자는 “우리나라 야구 동호인이 800만 명”이라며 “야구에 대한 인기가 스크린야구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골프존유원그룹의 사업 부문은 크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까지 확대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