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2층에는 송환대기실이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는 6개월째 이곳에 있는 시리아인 28명을 비롯해 1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있다. 송환대기실은 밀입국자 등 외국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 해당 사람들이 비행기 대기시간 동안 잠시 기다리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는 사실상 난민들의 거처가 된 상태다.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난민들이 송환대기실에 구금됐다고 표현했다. 과연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송환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공항에서 난민신청의사를 밝히고 난민신청서를 받는다. 난민신청서가 접수되면 7일간 난민인정심사대기실에서 면접조사를 포함한 난민회부심사를 받는다. 회부결정을 받으면 입국허가를 받고 난민법상 난민신청자의 지위를 받는다. 그러나 불회부결정을 받을 경우 입국불허처분을 받은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송환대기실에 있어야 한다. 불회부결정을 받은 난민 중 상당수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은 꼼짝 없이 송환대기실에 있어야 한다.
28명의 시리아인이 법무부로부터 불회부결정을 받은 이유는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난민법 시행령 제5조 1항 4호)’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난민법 시행령 제5조 1항 7호)’에 해당한다. 이들이 이에 해당되는 이유는 시리아에서 바로 온 사람들이 아니라 터키, 레바논 등을 거쳐 한국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민들은 이에 불복해 인천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난민네트워크와 변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송환대기실의 환경은 다음과 같다. 전체 규모는 470㎡(약 142평)에 남녀 각 큰 방 1개, 직원 사무공간 및 휴게실, 화장실로 구성돼있다.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돼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24시간 불을 켜놓고 있기 때문에 시계를 보지 않으면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창문이 없어서 환기가 되지 않고 정상적인 침대나 침구류가 없고 평상과 담요, 베개만 제공된다. 세탁 시설이 없어서 손빨래를 하지만 건조할 장소가 제대로 없다.
난민 신청이 거부된 시리아인들이 6개월째 생활 중인 송환대기실은 창문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으로 제대로 된 세탁시설도 없다. 사진제공=공익법센터 어필
그동안 송환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은 사건 담당 영사나 외교관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외부 접촉도 할 수 없었다. 이에 공익법센터 어필은 지난 2014년 4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현재는 변호인의 접견이 가능하다.
이후 난민네트워크와 대한변호사협회는 송환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지난 5월 26일 해당 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송환대기실에 있는 난민들은 외부 조력 요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민법 제7조에는 ‘사무소장·출장소장 또는 보호소장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장소, 외국인보호소 및 관할 출입국항에 난민인정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비치하고 이 법에 따른 접수방법 및 난민신청자의 권리 등 필요한 사항을 게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설문대상자 24명 가운데 단 3명만이 외부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봤다고 응답했다. 또한 외부와 연락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중전화기를 이용했는데 이는 전화카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처음 온 사람들은 전화카드에 대한 안내를 듣지 못했고 대기실에 오래 머무른 난민들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 상태 역시 매우 열악해 와이파이도 자주 끊긴다고 전했다.
식사 상태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장기구금자들은 대부분 일률적인 메뉴 제공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으며 몇몇은 수개월간 치킨버거와 콜라만 섭취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마저도 양이 충분하지 않고 음식을 받기 위해 경쟁했으며 음료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슬람국가에서 온 일부 난민들은 할랄식단 제공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평했다.
송환대기실에는 평상에 담요와 베개만이 제공된다. 사진제공=공익법센터 어필
송환대기실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8월 대법원은 “대한민국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외부와의 출입이 통제되는 한정된 공간에 장기간 머무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인신보호법이 구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며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현재는 난민들이 송환대기실 이용신청서를 작성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난민 24명 가운데 23명이 송환대기실 이용 신청서의 내용을 모른 채 사인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단지 사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내용을 들었다는 한 난민마저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단순히 머물기 위해 필요한 사인이라고만 들었다”며 “환승구역에서 머물 곳은 환승구역 내 호텔밖에 없고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150달러인데 이를 부담할 여력이 되면 나가라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송환대기실에 있는 난민들끼리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간사는 “대기실에 난민들만 있는 게 아니라 입국불허가 된 외국인들도 있는데 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난민들을 성추행한 사례도 있었다”며 “난민들끼리의 절도도 있었고 힘이 센 사람이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송환대기실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이용하게 되고 개방형으로 운영되어 대기실과 공항 내 환승구역을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다”며 “대기실 내에는 샤워시설, 공중전화 등이 있으며 식사는 항공사가 제공하는데 송환대기실이 공항 보안구역 내에 설치되어 있어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난민네트워크 관계자는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한 결과 전원이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변했다”며 “음식 제공이 중단돼 음식을 사고 싶어도 나갈 수 없고 담배를 피기 위해 문밖으로 잠시 나가는 것조차도 자유롭지 않다”고 전했다.
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월 ‘시리아 난민들에 대해 송환을 하지 말고 인도적 처우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잠정처분을 한국 정부에 송달했다. 이후 출입국 측은 필요한 물품 및 음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환승구역으로 외출을 허가해주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원하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정한 시간에 외출을 허가하면 잠시 다녀올 수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시리아인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이고 다른 국가 출신 난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테러에 대한 위협 때문에 난민을 함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국내에서 난민들이 테러를 자행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고 오히려 자국민이 자행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한국에 관광객도 많이 오고 정부도 관광 사업을 많이 추진하는데 유독 난민들에게만 테러위험이 있다며 공포를 조장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일 어필 변호사는 “얼마 전 한 외신 기사에서 터키에 있는 시리아 난민을 돌봐주는 한국인이 소개됐는데 28명의 시리아인도 못 받아들이면서 터키에서 봉사하는 상황이 기이하다는 반응이었다”며 “이런 상황을 고치려면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공무원들도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러니 난민들을 위한 옹호의 목소리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음식 제공 중단 사태까지…항공사 비용 전액 부담 문제 송환대기실에서 불회부결정에 불복하는 난민신청자들은 이들에 대한 처우 규정이 없어 통상적인 입국 거부자에 대한 규정이 적용된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법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88조다. 해당 내용은 선박 등의 장 또는 운수업자는 송환을 요구받은 외국인을 송환할 때까지 교통비, 숙식비 등의 비용을 부담하고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의 식비는 운수업자가 부담해야 하며 운수업자의 대부분은 항공사들이다. 그러나 난민신청자들이 장기간 송환대기실에 있으면서 예산부족을 이유로 임의로 음식 제공을 중단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고은지 간사는 “영세한 항공사나 외항사인 경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실제로 항공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은 부당한 면도 없지 않다”며 “행정당국도 이를 본격적으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항공사들이 많은 불만을 누적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의료비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좁은 공간에 오래 있다 보니 질병을 앓는 난민들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앞서의 법에 따라 이들이 질병에 걸리면 항공사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송환대기실은 출입국 당국이 규범적으로 관리하고 있기에 출입국 당국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환대기실에 있었던 한 난민은 “몸이 아파 항공사에 연락하면 출입국관리소와 이야기하라고 했고 출입국관리소에 연락하면 항공사와 이야기하라고 했다”며 “결국 나와 함께 송환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린 후에야 항공사가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결국 항공사와 출입국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본인이 직접 치료비를 부담한다. 그러나 상당수 난민들은 치료비도 부족한 상황이라 대부분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는다. 혹은 지원조차 받지 못해 아파도 참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본국 송환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진료를 요청하지 못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박] |
이의신청제도 없어 불회부결정 땐 첩첩산중 난민법은 2013년 7월부터 시행됐다. 2015년까지 총 567명이 난민을 신청했고 이중 354명(약 62.4%)이 회부됐다. 신청자는 2013년 26명(15명 회부), 2014년 141명(52명 회부), 2015년 400명(287명 회부)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불회부결정을 받은 난민들은 커다란 도전을 해야 한다. 당국이 불회부결정을 철회하거나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을 취소하지 않는 이상 송환을 피할 방법이 없다. 이의신청제도는 따로 없다. 불회부결정의 형식은 처분서와 같은 문서가 아닌 구두로 그 요지를 통보받는다. 현행법은 “난민인정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결과를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에게 알려야 한다”고만 돼있어서 ‘처분의 이유제시(행정절차법 제23조)’의 적용여부가 불명확하다. 따라서 대부분 통역을 통한 전화나 담당 공무원이 직접 설명해주는 방법으로 불회부를 통보받는다. 한 난민은 “이의제기하고 싶다고 했으나 공무원이 최종결정이라며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에서 승리했다고해서 바로 송환대기실을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일 변호사는 “지난 주 한 난민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여전히 송환대기실에 있다”며 “승소했더라도 바로 입국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출입국의 입국 허가를 또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난민법 시행령에 따르면 불회부결정의 경우는 ‘대한민국의 안전 또는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인적사항 관련 질문 등에 응하지 아니하여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여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또는 난민인정이 취소된 사람이 중대한 사정의 변경 없이 다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법령 가운데 상당수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캐나다는 한국과 유사하게 공항에서 난민신청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회부를 결정하는 회부심사가 이루어진다. 이 심사는 난민의사를 밝힌 시점부터 3일내에 이뤄져야 하며 3일이 지나면 회부된 것으로 간주된다. 불회부 요인으로는 ‘이미 난민 지위가 캐나다에서 부여된 경우’ ‘이민난민위원회에 의해 이전의 비호신청이 거부 혹은 불회부 됐거나 신청을 철회한 경우’ ‘다른 국가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경우’ ‘기타 안보상의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을 경우’가 있다. 불회부결정을 내리는 경우 그 이유가 적힌 서류를 신청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입국이 거부되면 국토안보부 심사관을 통해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 이들은 무료 변론을 포함한 법률 조력에 대한 정보도 제공 받는다. 면담이 끝나기 전에 심사관은 면담 기록을 신청인과 공유해야 하며 신청인이 정당한 수정을 요구할 시 이에 응해야 한다. 미국은 2013년 기준 92%가 회부됐다. 유럽에서는 쉥겐국경법 제13조에 의해 입국거부 시 결정사항, 향후 절차 및 항소할 권리에 대해 설명하는 표준 양식을 사용하고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또한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국가 안보상 이유 등 협약에 명시된 이유에 의한 입국이 거부돼도 당사자는 그 결정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이는 그 결정에 대해 이해하고 이의신청절차가 있을 경우 효과적으로 이의신청해 본인을 변호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