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권 출마를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내 인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신문DB
우선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박 핵심부가 반 총장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반 총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2월에는 반 총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윤 비서관은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반 총장 요청에 따라 외교부에서 유엔으로 파견돼 근무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5월 15일 임명한 이원종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도 반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 총장이 속해 있는 충북 출신 모임 ‘청명회’라는 단체에서 함께 활동했다는 말도 있지만 이 실장은 부인했다. 정치권에선 이 실장이 반 총장과 박 대통령 간 ‘메신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점친다. 충북 출신 원로들 모임 청명회엔 이시종 충북지사, 정우택 의원, 오제세 의원, 정종택 전 충북지사, 주병덕 전 충북지사, 김현배 전 의원, 윤진식 전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친박계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은 올해 초 충청포럼 회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충청포럼은 고 성완종 전 의원이 만든 단체다. 성 전 의원은 충청포럼을 통해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의원이 성 전 의원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성 전 의원 동생인 성일종 의원도 반 총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4·13총선에서 친박계는 성 의원을 노골적으로 지지해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성 전 의원이 현 정부 실세들 이름이 담긴 리스트를 폭로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박계로선 성 의원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을 수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정가에서는 반 총장이 친박계에 성 의원 지원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다.
앞서 언급한 충청포럼과 청명회 등 충청권 모임들은 반 총장 후방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은 방한할 때면 바쁜 일정에도 이 모임에 종종 참석하곤 했다. 특히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발행인이 이끌고 있는 백소회는 정치권의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임 발행인은 반 총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임 발행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평균 2~3회 (반 총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국내 중요 소식도 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 발행인은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도 큰 공을 세웠다. 임 발행인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벤치마킹한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고 직접 회장을 맡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또 임 발행인은 반 총장이 노무현 정권 시절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에도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백소회에는 전현직 장·차관, 국회의원, 법조인, 금융인 등 충청권 출신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박병석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등이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새누리당 서청원, 이완구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유력 정치인들도 모두 백소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친박계인 강 전 의장은 19대 때 충청권 최초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후 백소회 회원 수십 명을 초청해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백소회는 최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당선 축하연도 열며 새누리당 지도부와 스킨십을 더욱 확대해 가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JP) 직계인 정 원내대표 역시 충청권 인사다. 반 총장은 지난 1월 구순을 맞은 김 전 총리에게 직접 축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반 총장 외교가 인맥도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오준 주유엔 대사, 김원수 유엔군축담당 사무차장, 김숙 전 유엔 대사,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박준우 세종연구소 이사장 등이 이른바 ‘반기문 사단’이다. 최근에는 반 총장 외교부 후배들이 ‘반기문 재단’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후 활동을 위해 재단을 만드는 것은 관례”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 설립을 기점으로 외교부 출신들이 반 총장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이 오래전부터 자문을 구해온 멘토 그룹도 있다. 노신영 전 총리와 한승수 전 총리다. 특히 한 전 총리는 유엔총회 의장 재직 당시 외교부내에서 궁지에 몰려 있던 반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한 전 총리는 반 총장 장녀 결혼식에서 주례를 보기도 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한 전 총리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의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다. 한 전 총리는 박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이기도 하다. 한 전 총리 부인이 육영수 여사의 조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