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골프클럽 입구.
[일요신문] 5월 25일 여주의 한 골프장이 경매에서 170억 원에 낙찰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매 대상 골프장이 지난 4년간 끊임없는 운영권 갈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점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자금줄이었던 세람저축은행의 방만경영과 부실대출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세람저축은행은 이번 경매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빅토리아 골프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세람저축은행 관계자는 “골프장 자산과 운영을 둘러싼 전·현직 회장들의 다툼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역시 피해자일 뿐”이라며 해당 골프장 관련 언급을 꺼렸다.
2014년 3월 경영난으로 부도가 난 여주 빅토리아골프장에서 최근 골프클럽 경영권을 둘러싼 전·현직 회장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 기물이 파손되고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람저축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대출한 바로 그곳이다.
이후 이들의 법적 다툼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빅토리아골프장은 부도로 경매절차가 진행되던 당시 김 아무개 전 회장과 이 아무개 현 회장이 골프장 주식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으나 서로 잔금지급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이었다. 이번 경매 낙찰로 갈등이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이 양측을 기소한 상태로 형사소송 결과에 따라 분쟁은 계속될 여지가 남아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장 측이 계획적으로 골프장 운영권을 헐값에 착복하기 위해 수년간 자신을 속인 사기행위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 측이 임의로 주주총회를 열고 불법적으로 서류를 작성해 주식지분을 빼앗아 법인마저 변경했다”면서 “그들이 전문 경매꾼인지 처음엔 몰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법적인 절차를 거쳐 운영권을 넘겨받은 것을 김 전 회장이 막무가내로 떠벌리는 것”이라며 “김 전 회장과 저축은행이 오히려 자신들의 영업을 방해해 왔다”고 반박했다. 앞서 2014년 3월에는 저축은행이 골프장에 채권벽보 등을 붙여 이 회장 측이 저축은행 측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 측이 김 전 회장에게 넘겨준 자금은 운영권 이전비용인 5억 원이 전부다. 물론 60억 원 상당의 선불 이용권 부담을 떠안았다고 주장하지만 수년간의 매출도 사실상 이 회장 측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이 회장 측에게서 받은 5억 원 역시 당시 소유권을 넘겨주는 비용의 계약금으로 300억 원 상당의 골프장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이 회장 측은 경매에 참여해 골프장의 정상적인 운영에 전념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법원이 김 전 회장 측이 제기한 횡령, 특수경제범죄 등의 소송에서 사실상 이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점을 강조했다. 물론 검찰이 5월 20일 양측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 회장 측은 이 역시 자신 있다고 밝혔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김 전 회장은 몸이 불편한 상태로 빅토리아 골프장의 한쪽 숙소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회장을) 아들처럼 생각한 호의가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그는 “골프장에 들어간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의를 위해 자신처럼 전문 경매꾼들에게 당한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법적 투쟁을 이어가겠다”면서 “국내에서 지면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현실을 고발하겠다”고 하소연하면서 눈물을 짓기도 했다.
자칫 단순한 경영권 분쟁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이번 사건에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따로 있다. 갈등 과정에서 금융권의 운영권 개입이나 부실대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골프장에 1순위 금융권인 국민은행은 140억 원(2009년 당시)을 대출해줬고, 이천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세람저축은행의 대출 금액은 100억 원이 넘는다. 결국 수차례 경매 유찰로 손실액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빅토리아의 자산가치는 감정가로 300억여 원(현재 경매낙찰액 170억 원 정도)이었다.
문제는 세람저축은행이 골프장 운영권을 담보로 1순위 대출이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대출을 진행한 점이다. 세람저축은행은 이 같은 무리한 대출과정에서 운영권 관련 계약을 맺어 담보를 보장받으려 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메이저 저축은행들도 골프장 대출시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즉 금산분리법이 있으니 형식적인 운영권 계약으로 당시엔 금융권의 관행이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금산분리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분리하는 것으로 산업자본(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은 제도다.
하지만 금산분리법을 제쳐놓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은 저축은행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관행적으로 골프장 투자를 무리하게 한 것은 분명 잘못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대다수 저축은행 등이 무더기 영업정지와 구조조정을 벌인 것은 이 같은 부실·방만 경영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결국 빅토리아골프장 사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골프장 소유권이나 운영권이 아닌 골프장 개발과정에서부터 운영계약, 자금흐름, 경매절차 등 골프장 전반에 걸친 철저한 재조사와 정상적인 관리감독이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골프장도 저축은행도 아닌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골프장 투자, ‘현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 한때 골프장은 금융권의 좋은 투자처였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골프장 수익이 늘어나 많은 현금을 확보하자 공동판매회사(신디케이트)를 설립해 골프장 대출에 깊게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부실 골프장에 대한 대출도 크게 늘었다. 심지어 가압류, 압류, 근저당설정권 등 선순위 대출이 있는 경우에도 담보별 평가금액의 최대 80%까지 대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빅토리아골프장처럼 운영권을 담보로 설정해 과도하게 대출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골프장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골프장에 투자하는 금융권은 크게 줄었다. 골프장이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채 부도처리되는 사례가 많아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의 경우는 후순위 대출로 피해가 더욱 커 골프장을 떠나고 있는 형국이다. [서] |